간만의 사장 잡설 - 이창동 <버닝>

사장
2018-05-20 16:57
406

어제 밤 기여코 <버닝>을 봤다. 할 일이 지천이었지만 그 어떤 것도 <버닝>을 보고 싶다는 내 욕망을  누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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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버닝>을 보고 든 첫번째 생각은 영화가 아니라...  뭐랄까...우리세대의 집단 무의식이랄까...그런 것에 관한 것이었다. 산업화세대였던 부모들에게 반기를 든 '부친살해세대'. 혹은 불의 시대라고 불린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보낸 소위 '민주화세대'. 하지만  우리세대는 무엇보다 유사이래 처음으로 젊은세대들에 대한 부채의식에 시달리는, 그것에 가위눌리고 있는 세대가 아닐까, 라는 생각. 
영화를 보기 직전, 이계삼의 <청춘의 커리큘럼>으로 서평을 쓰고 있는 명식의 글을 읽어서였을까? 아니면 4월 <꿈의 제인>의 잔상이 아직도 강렬해서였을까? 아니면 <루쉰과 청년>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어서였을까? 이창동이 그린 건 탈출구가 없는  요즘 20대의 무의식이었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있는/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창동의(그리고 우리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어떤 무의식이 읽혔다. 어쨌든 그랬다. 

영화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지껄이자면, 음...직설화법으로 현실을 '재현'하고 있는 고만고만한 한국영화들 틈에서, 미스터리물이라는 형식으로 주조한 이창동의 영화언어는 확실히 빼어났고,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진 것도 꼭 나쁘지는 않았고 (그러나 나는 그의 전작들, <밀양>, <시> 들을 진짜 사랑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했지만... 그래도 칸에서 상 받았으면 약간 민망할 뻔도 했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칸은 너무 호들갑스럽다!)

영화는 지적이지만 좀 지나치고(영화가 메타포로 빡빡하다...ㅋㅋ) 무엇보다 그의 현실인식은 그리 새롭지 않았다. .

그리고 아이러니.

평소 혼자서 영화를 보러 다니는 나는,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불이 켜지면 늘 좀 거시기한데, 그건 내가 혼자 영화를 보러 와서가 아니라 내가 관객 중에서 늘 젤 나이가 많은 것처럼 느껴져서인데.... ㅋㅋ.. 그런데 이번엔 깜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불이 켜졌는데, 오 마이 갓! 모두 나같은  늙수레한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이거 뭐지? ㅋㅋ...이창동이 만든 청년영화에 청년들은 없었다!  



그러나저러나 필름이다 직원여러분. 6월 상영작은 뭔가요?

4월 <꿈의 제인>... 진짜 좋았어요.

이번에도 기대할게요^^

댓글 2
  • 2018-05-20 23:19

    너무 메타포가 많다는 관람평에도 불구하고

    보고싶구먼요. 이창동 영화 저두 좋아해요~~

  • 2018-05-21 19:19

    오랜만에 한국영화 극장가서 봐야겠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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