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후기

뚜버기
2023-04-03 15:22
129

샹탈무페의 <녹색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책은 얇았지만 초반부엔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샹탈 무페의 사상 및 이전 저작들의 개념을 기초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기때문이다

꼭 이 책을 발제하겠다고 했던 블랙커피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무페의 용어들부터 핵심 요약해주었다

무페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사상적 배경으로 삼아우리에게 필요한 투쟁은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이이며헤게모니 대 헤게모니의 싸움인 진지전에서 어떻게 우위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그런데 문제는  "정치는 합리주의적 합의가 공적이성의 자유로운 실행을 통해 세워진다"는 숙의민주주의 이론가들의 정치구상이 지배하고 있는 현 좌파 정치는 대중의 정동을 이해하고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 무능하다는 점에 있다계몽주의철학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상적 전통은, 대중들의 보호와 안보에 대한 요구를  '비합리주의적 힘'으로 무시하는 경향을 띤다. 2008년 이후 수년간 구미에 불어닥친 포퓰리즘 계기를 결국은 잡지 못했으며 팬데믹 시기와 맞물린 상황을 우파 포퓰리즘의 세력확장 계기로  만들어버렸다

무페에 따르면 좌파의 과업은 "보호에 대한 욕망이 평등주의적 방식으로 지켜지는 동일화의 형태를 제공하기 위해 이 요구를 민주적 가치와 접합시키는 것"이다. 무페의 반본질주의는 동일성은 없으며 동일화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가? 그 힘은 정동 그리고 정동이 새겨지는 과정(동일화)에서 온다. 무페는 라캉의 주이상스 개념을 가져와 동일화를 설명한다. 대타자(법 혹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상징계의 질서)로의 동일화는 언제나 불완전성과 결핍을 내포한다. 그에 따라 주체의 향락(주이상스)는 상징질서를 거스르기를 욕망한다. 따라서 동일화과정에는 인지적 측면 외에 정동적 차원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무페는 정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같은) 좌파를 향해 입이 닳토록 강조한다.  

무페의 주장은 무엇보다 스피노자에 근거한다. 스피노자는 정서모방(자신의 신체와 유사한 신체적 특성을 공유하는 타인의 감정에 쉽게 전이되는 것)이 인간들이 사회성을 갖게 하는 토대라고 본다. 이에 따른 정념적 삶들의 동일화과정이 바로 도시(정치사회)의 기원이 된다는 것이 홉스와 차별적인 스피노자의 사회설립이론이다요컨대 정치적 신체란 정동의 문제임을 일찍이 스피노자는 간파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스피노자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시기심과 질투로 점철되는 정서 대신 아량과 용기의 정서를 통해 이성적인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질문으로 삼았었다. 한마디로 정동과 감정을 하찮게 여겼던 것이다! 큰 깨달음을 주신 무페선생님께 감사를.....

마지막 장에서  무페는 지금의 팬데믹 계기와 생태위기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투쟁과 생태주의 투쟁이 접합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그렇다면 급진적인 생태적 분기를 발생시키는 정동을 불러일으키고 대중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헤게모니 기표는 무엇일까무페는 "녹색 민주주의혁명"이 새로운 전선 형성의 키워드라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다양한 페미니즘, 인종차별연대, 반식민주의, LGBTQ+ "의 다양한 집단들. 이들의 요구는 서로 다른 방식일지라도 민주적 요구들이며 녹색민주주의 혁명의 비전과 동일화가능하다.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아도 괜찮다. 공통의 대적자를 공유하며 민주사회의 미래를 지키며 유일한 거처인 지구를 지키려는 의지를 공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인간 개개인은 합리적이고 계약을 중심으로 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서 정치적 집단화를 형성하지 못한다. 개개인들을 함께 묶는 것은 정동이며, 이러한 정동들이 관념, 가치 그리고 공통적인 상징계를 위한 매개수단이라는 것은 거듭 말할만한 가치가 있다”(로르동 재인용, 81)

메모와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면...

  • 달팽이 :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무페의 경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QR코드를 통한 통제나 알고리즘 처럼 디지털 거인들과 보수 포퓰리즘의 결합이 무섭게 다가온다.
  • 공유의 영역을 자본은 플랫폼으로 만든다. 다시 공유로 가지고 와야한다.
  • 자누리 : 대적자들과 경합하고 대결을 펼치는 장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다만 무페의  분석공간이 서유럽에 한정되어있다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 경합적 세계에서 민주주의는 서구를 모델로 할 필요는 없다. 경합은 (동양적으로 말하면) “매력발산이라 할 수 있다.
  • 띠우 : 아침에 네덜란드 동물당 vs 농민당(의 문화전쟁) 대한 기사를 읽었다. 원한의 화살을 서로 쏘아되는 정동의 싸움으로 읽혔다. 쭉 밀고 나가던 주3일 일하자 슬로건 대신 진보진영에 대한 애정을 일부러라도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 동물당’, ‘농민당처럼 우리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우리를 두루뭉술하게 말한다. 전선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곰곰 : 대결과 경합을 펼칠 장은 어디인가.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 아쉽고, 국가없는 사회를 이야기해온 우리로서는 국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무페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 국가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페는 네그리-하트에게 비판적이다.
  • 생태위기 차원에 있어서 에너지전환 등의 문제는 국가 수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선거와 국가정권을 잡기 위한 경합의 장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무페의 입장.
  • 당파성을 반드시 대의제와 정당정치를 통해서만 펼칠 수 있는것일까. 국가는 과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 : 등가사슬에서 해러웨이의 부분적인 연결들을 읽었다.
  • 느티: 세월호와 탈핵의 진지전을 문재인정권들어 와해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헤게모니 기표는 신화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신화는 미래가 현재에 새로운 형상을 제공한다는 것을 예측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소렐)
  • 제이슨 히켈의 논의는 헤게모니 기표 설정에 있어서 주는 바가 큰 것 같다.
  • 노동을 시장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으로 가져오는 상상이 필요하다.

다음 책은 돌봄노동(1회)이고 발제는 느티나무쌤입니다. 이후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곰곰, 띠우 2회)입니다.

댓글 3
  • 2023-04-03 19:17

    뭔가 시원 섭섭한 무페님의 책!
    무페의 경합개념도 그람시의 진지론도 더 알고 싶고~
    엄청난 발제를 해오신 블랙샘도 고맙습니다.
    자세한 후기에 , 같이 읽고 얘기하는 기쁨에 감사합니다.

  • 2023-04-03 22:54

    아유~ 정치 무지랭이에게 어려운 개념들을 블랙샘이 엄청난 발제로 정리해 주시더니, 뚜버기샘께서도 내용을 빠짐없이 짚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봐도... 얇고 작은 책이었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던 책 ㅋ

  • 2023-04-04 10:18

    발제 길다고 타박했지만 블랙덕분에 세미나 수월하게 한거같아요.
    숙의민주주의가 이성에 기댄 권위주의 형식이라니 난감하네요. 정동을 발휘하는 민주주의가 상상이 안됨은 여전히 일원적 민주주의에 머물러서겠죠? 뭐든 해봅시다 하고 싶어도 상상력 부재라..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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