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수록 풍요롭다> 2회차 후기

느티나무
2023-03-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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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제이슨 히켈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환경문제나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재고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러 실천들이 자본주의의 ‘성장논리’가 전제되고, GDP가 기준이 되는 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면의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에코프로젝트Ⅱ의 주요 텍스트가 될 것 같다.

 

  먼저 2015년 파리협정(기온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각 국가들의 탄소배출량 제한 협의)에서 등장한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과 저장’이다. 소위 BECCS라 불리는 것으로, 탄소가 초과 배출되더라도 나무 플랜테이션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망상적 수준의 논리다. 기후과학자들이 BECCS의 문제점을 계속 말해오고 있지만 국가와 자본은 지금도 망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BECCS는 인도의 두세 배에 달하는 지구 경작지의 2/3면적이 필요하고 유렵연합이 책정한 탄소가격을 열 배 이상 올려야 하며, 그게 된다 해도 식량생산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유국들의 기후식민지가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플랜테이션을 위한 산림파괴로 대멸종은 가속화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녹색성장의 함정이다. 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 뒤에서는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들어가는 물질들(네오디늄, 은, 인듐, 리튬, 디스르로슘, 구리, 코발트)의 엄청난 추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산림벌채와 생태계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 남반구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리워진 채 시행되고 있다.

  세 번째 자원사용으로부터 GDP성장을 탈동조화한다는 녹색성장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이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고소득국가의 경우에는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유한 나라가 필요한 물질을 수입하기 위해 엄청난 물질 발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다. 추측컨대 이러한 서비스업(관광업)들의 시행에 기댄 녹색성장의 경우 그 결과에 있어서 자원사용량(공항, 비행기, 호텔, 테마파크 들에 필요한 자원)은 현재의 거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 번째 재활용이다. 사용된 물질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안된다. 이 물질은 에너지와 에너지 투입물이 44%, 건물과 인프라 시설의 순수추가분이 27%이며, 또 다른 큰 덩어리로는 광산 쓰레기가 있다. 또한 물질의 재활용 비율은 점차 감소될 수밖에 없으므로 물질수요의 증가는 재활용에서 얻는 이익을 초과하게 된다.

  녹색성장의 문제들을 해결할 간단한 방법은 자원 사용과 쓰레기 배출에 엄격한 한계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가치를 약탈하는 것에 의해 작동되는 자본주의는 절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착취의 다음 대상으로 값싼 노동력인 인간 착취가 이루어질 것이다. 어떠한 대안이나 기술혁신도 ‘성장’이라는 정언명령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제이슨 히켈은 ‘성장’의 정언명령에 대한 해독제이자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가 ‘정의’라고 한다. 공정하고 보살핌이 충분한 사회, 모든 이들이 사회적 재화에 공평한 접근권을 갖는 것, 열정을 표현할 기회, 협력, 공동체적 삶을 선택하고 시행하는데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을 줄이고, 보편적 공공재에 투자하며, 소득과 기회를 보다 공평하게 분배한다면 중위소득국가 이상에서는 성장 없이 모두에게 변영하는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세미나에서 4.14 ‘기후파업’의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이견들과 그에 대한 토론내용들을 공유했다. 공공재 이용에 대해서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식의 사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전장연’과도 연계되는 문제다. 마지막에 자누리샘이 들려준 철도를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운을 남겼다. 예전 기차 중 통일호나 비둘기호는 시골의 외진 지역에 연결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빠른 기차들이 요구되고 생겨나면서 이 역들은 차츰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이 지역들은 도시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소외되었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노력으로 끝내 지켜낸 몇몇 노선이 아직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공공재 이용의 기본권이 지켜진 좋은 예다.

  4월 14일 에코프로젝트Ⅱ는 세미나파업을 하고 기후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전에 히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기후파업에 대해, 혹은 기후위기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여 다음주 메모는 히켈과 기후파업의 논의들을 함께 엮어보는 메모를 올려보기로 했다. 홧팅!!!

댓글 1
  • 2023-03-30 07:43

    저도 이 책이 주요텍스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탈성장, 기후위기대응의 교과서
    히켈 고마워용~~
    느티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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