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1차시 후기

토토로
2023-05-15 08:25
123

 

저자의 질문

저자 후지하라 다쓰시. 그는 농학, 생명과학 연구, 독일 현대사, 음식사상사 등을 연구한 학자이다. 연구 과정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1)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관계를 지향하며 노동을 지상의 원리로 삼는 나치당이 어찌하여 다른 인종에 대해서는 행복한 관계대신 말살을 택했는가.

 

저자는 환경이나 순환을 논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나치의 그림자가 계속 따라다니는 현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 그림자와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했을 것이다.

 

2)자연-인간 물질대사의 요체인 주방, 농업은 어떤 연유로 시스템화 됐으며 가축대신 트렉터로, 유기 비료대신 화학비료와 농약이 살포되게 됐는가

 

주방과 농업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까지 너무도 단조로워 졌다.  그 단조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과 까닭알아본다면 그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방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3)고장 난 기계를 고쳐 쓰는 나폴리 사람들, 신품보다는 몽타주로 재탄생 된 물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움, 쓸모 없어서 단절되고 만 신체기관에서 오히려 볼 수 있는 ‘희열’ 등의 과거 사유들은 왜, 인간적인 수준에서만 끝나고 말았는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연계까지 사유했다면 오늘날 같이 신품과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은 아니었을지도 모를텐데...

따라서 저자는 토양 세계의 형태를 관찰하고 그 생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여러 작용이 연결될 가능성을 상상해 보겠다고 한다. 자연계와 인간계를 가로지르며 형태학적인 관찰을 통해 상동과 상사 개념을 사용해 보고, 분해에 대해 다양하게 사유해 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질문들이 생태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그 질문에 대해 사유할 때 그저 관념적이거나 인간중심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계와 인간계를 함께 형태학적으로 보겠다고 하는 부분이 좋았다. 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나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나치의 덫'

이번에 발제를 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나치의 덫'에 관한 것이었다. 

나치가 생명순환 과정을 그리 중시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치가 벌인 모순된 행동이 오늘날까지 왜 덫이 되고 그림자가 되어 따라 다닌다는 건지는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그저 어렴풋하게 짐작만 하고 넘겨버렸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분명한데 워낙 발제할 양이 많아서 그러질 못했다. 살짝 제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서 그냥 가볍게 정리하고 말았다. 뒤 늦게라도 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정리를 해 본다. 

 

나치는 노동이라는 장엄한 생명 순환과정을 중시하고 국민의 통일을 도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민족과 노동력이 떨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을 말살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오늘날 우리도 생명 순환 자연 같은 슬로건에 의심 없이 기대에 버릴 경우 곧장 나치가 범했던 식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환경과 생태라는 말은 마치 부적처럼 온갖 다양한 토론이나 문서의 결론으로 사용되기 일쑤이다.  순환이 신의 섭리처럼 당연한 현상으로서  파악되고 고고한 위치에 놓인다면, 그래서 순환을 '지속 가능성'이라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용어와 일체화시켜 버린다면 이런 현상은 순환을 왕좌의 지위에 놓고 강고하게 할 뿐이다.

따라서  순환의 전제로 어떤 작용이 있는지 짚지 않으면 안 된다. 초월적인 것에 대한 허다한 예찬과는 다른 회로로 자연계와 인간계를 통합적으로 말해 보아야 한다.

 

나치에게서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나치는 부패에 민감했다는 점이다. 부패는 나치즘의 생명관리 및 팽창주의에 있어 장애물로 여겨졌던 것이다. 따라서 먹거리가 서리나 쥐 해충에 피해를 입거나 썩어버리는 것을 싫어했고, 무엇보다도 그에 대한 대책을 게을리하는 타락한 국민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했다.  나치는 부패와의 투쟁을 벌였다(1934년)

 

세미나 시간 샘들의 의견과 내가 복습한 것을 정리해서 말해보자면,

나치는 생명순환을 우선시 하면서 분해(부패)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이다. 나치즘은  생산, 생산을 위한 노동력, 깨끗하고 말끔한 순환에만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것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면서 거기에서 불필요 한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은 말살하고 지워버리는 쪽으로 나간 것이다.

나치가 생명순환을 말할 때 분해에 대해서도 사유하였다면, 더하고 쌓고 곱하는 생산보다는, 빼고 나눠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았더라면 그들이 그렇게 쉽게 말살의 정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해'와 '탈성장'은 같은 계열

저자는 생산과 성장의 관점에서 보이지 않던 세상, 버려지고 폐기된 것 속에 풍요로움이 흘러 넘친다고 하였다. 내가 에코프로젝트에서 배워 오던 말과 상당히 연결되는 말이다. 성장을 멈추라고, 탈성장 하라고, 그럴 때 풍요로워 진다고 하는 말들 말이다.

탈성장 사회에서는 분명 생산보다 분해가 중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분해된 것에서 쓸모있는 것이 재탄생 되고, 분해된 것이 다른것의 탄생을 돕고, 분해되어야 쓰레기가 줄어드니까.  대부분의 물체들이 분해되지 않고 그저 쓰레기로 처리되는 오늘 날의 세상에서  낡아지고 고장나고 죽고 분해된 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아...분해의 철학은 탈성장의 철학과 비슷한 말이구나 싶다.

 

 

부패(corruption)를 사유한 네그리와 하트

1장에서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를 소개한다. 그들은 오늘날의 사회를 진단하면서 '제국'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그 제국을 설명하면서 '부패'라는 현상을 중요하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가 사유한 부패가 너무 도시적이고 인공적이며 어정쩡 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들이 사용한 부패 개념은

흙과 바다, 공기 등등 아직 내부화 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생화확적  부패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다는 점,

부패가 제국을 망하게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유지시킨다는 점,

조화롭고 규칙적인 이미지로 부패를 사유한다는 점,

제국을 무너뜨리는 역활을 할  '다중'이 부패하지 않는 전기를 사용하는 인터넷 정보기반으로 형성되는 '다중'이라는 점...

등에서 도시적이고 인공적이며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네그리 하트 처럼 제국을 유지시키는 부패에 대해서만 말해서는 부족하다. 부패로 제국의 부패에 대항하고, 저항하자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국의 유지에 맞서는 부패란 어떤 부패일까. 다중은 그런 부패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중이 '먹는 주체'로서 큰 역활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1장을 마무리 한다.

먹는것으로 귀결되는 것에서 어쩌면 책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먹는 일은 우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그리고 꼭 할 수 밖에 없는 행위이다. 우리가 먹는 행위를 달리한다면, 즉 자연의 부패을 돕는 재료와 요리, 식사, 뒷 처리..농사와 유통..이런 것만 잘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까....역시 먹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구나. (나는 또 이렇게 저자의 주장에 팔랑팔랑 빠져들어 가고 있다...)

 

 

댓글 2
  • 2023-05-16 17:07

    후지하라 다쓰시의 설명을 따라 가면서
    생산이 아니라 분해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도 소비의 관점도
    또한 생산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생각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3-05-18 21:36

    분해의 철학과 탈성장의 철학울 연결하는 토토로의 해석
    분해를 지워버리는 세상은 생산에만 주목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네요
    분해, 부패, 발효의 관점에서 보는 세계는 아주 새로운 세계가 되겠죠….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891
<분해의 철학> 5,6장 메모 (8)
띠우 | 2023.05.26 | 조회 162
띠우 2023.05.26 162
890
분해의 철학 3,4장 후기 (1)
뚜버기 | 2023.05.25 | 조회 128
뚜버기 2023.05.25 128
889
에코프로젝트1 破之思惟-시즌1 에세이 발표 후기 (5)
뚜버기 | 2023.05.25 | 조회 209
뚜버기 2023.05.25 209
888
<분해의 철학> 두번째 시간 - 메모와 발제 (6)
| 2023.05.19 | 조회 129
2023.05.19 129
887
<분해의 철학> 1차시 후기 (2)
토토로 | 2023.05.15 | 조회 123
토토로 2023.05.15 123
886
<분해의 철학> 1차시 메모와 발제 (5)
토토로 | 2023.05.11 | 조회 162
토토로 2023.05.11 162
885
시즌1 - 나카자와 신이치와 야생의 산책, 마무리에세이발표회에 초대합니다. (11)
뚜버기 | 2023.05.09 | 조회 316
뚜버기 2023.05.09 316
884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후기2_인센티브 효과까지 생각해보자 (1)
관리쟈 | 2023.05.07 | 조회 122
관리쟈 2023.05.07 122
883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3> 후기 (4)
오늘 | 2023.05.02 | 조회 176
오늘 2023.05.02 176
882
에세이 초고, 이곳에 올려요~ (4)
새봄 | 2023.05.02 | 조회 217
새봄 2023.05.02 217
881
파지사유 破之思惟시즌2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능성들(5월31일 개강) (13)
에코실험실 | 2023.04.28 | 조회 1712
에코실험실 2023.04.28 1712
880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메모 (6)
토토로 | 2023.04.28 | 조회 102
토토로 2023.04.28 10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