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진달래의 더치커피 이야기④

진달래
2018-07-09 00:30
764

나에게 더치커피를 넘겨 주기 전 게으르니샘이 늘 말했다. 

"우리 더치 커피 맛은 보장 할 수 있다."

5년이나 더치를 내리면서 맛을 꾸준히 보다보니 커피 맛이 어떤지 알게 되어서 일까.

나는 게으르니샘보다 커피를 훨씬 많이 마시지만 - 심지어 예전에 게샘이 커피 값으로 파산할까봐 내게 주의를 준 적도 있다. ^^;; 

나는 커피 맛은 잘 모른다. 주로 양으로 마시지, 맛으로 마시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이제 커피를 내린 지 6개월쯤 된 내가 커피 종류에 따라 맛을 구분하는 건 좀 어렵다. 

우리가 생산하는 더치커피는 한 가지 종류의 원두로 커피를 추출한다. 블랜딩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세 가지 종류를 생산하는데 '동티모르', '브라질 세라도', '예가체프'이다. 언젠가 '케냐AA'도 있었는데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이 세가지는 약간씩 구분하는에 동티모르는 좀 더 진한 맛이 나고, 예가체프는 향이 진하다. 

브라질 세라도는 그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어떤 맛인지, 혹은 어떤 향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케냐AA의 경우 신맛이 많이 난다고 했는데 이번에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게샘은 문탁에서는 신맛이 인기가 없어서 케냐AA는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동티모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6개월쯤 더치커피를 팔아 본 결과로는 커피 맛에 판매량이 좌우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커피 종류에 대해 예민하게 된 데는 겨울 동안 원두의 종류에 따라 추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주범은 대부분 '동티모르' 였다. 다른 원두에 비해서 물에 완전히 젖지 않거나, 물이 올라 차거나, 등등 

집에도 못가고 설치 후 꼭 2시간은 쳐다보게 만든 그 대부분이 '동티모르' 덕이다. 

원두의 이름은 대부분 생산지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따라서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동티모르에서 생산되는 커피이다. 

근래 들어 인기있는 원두인데 고산지대에서 주로 생산되며 신맛이 강하지 않고 단맛과 과일향이 난다고 한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고 한다. 

문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도 동티모르라고 했다.

동티모르.jpg

우응순샘이 충무로에 상우를 문은 여셨는데 그곳을 맡아 보시는 은주샘이 더치 커피를 내려서 파신다. 

은주샘은 커피를 좋아하셔서 집에 더치 추출 기구가 두 개나 된다고 하셨다. 

커피 공부하는 곳에서 알려준 비법이라고 하면서 더치 커피에 가장 이상적인 것이 

'예가체프와 케냐AA'를 반반씩 섞은 것이라고 살짝 알려 주었다. 

그래서 한동안 문탁에서 사용하지 않은 케냐AA를 다시 주문하고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문탁에서 인기있는 커피의 맛은 도대체 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동티모르'일까? - 물론 커피는 기호식품인 관계로 물어보면 좋아하는 커피 맛이 다 각각이긴 했다. 

KakaoTalk_20180708_235904996-60.jpg

                               A:브라질 세라도, B:예가체프, C:케냐AA, D:동티모르

그래서 준비한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우선 커피를 4종류를 준비하고 - 블라질 세라도, 동티모르, 예가체프, 케냐AA - 일주일 동안 파지사유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각각 물 200ml에 커피를 50ml 넣어 희석한 커피 - 그렇게 하라고 써 있었다. 라벨에 - 를 이용해서 테스트를 했다. 

"커피 색깔이 이상하네."

"커피 맛이 안 나는데"

뭐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황한 우리는 다음 테스트에는 좀 더 커피 양을 늘렸다. 

첫날에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커피는....... 물론 동티모르였다. 그나마 커피 맛이 나는 

다음날 커피 양을 늘린 후에도 동티모르였을까? 의외로 그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브라질 세라도가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블라인드테스트는 원액으로 해야지, 희석한 것으로 하는 게 아니란다. 

뭐 그렇다면 원액으로도 해보지... 그래서 마지막 이틀은 원액으로 해봤다. 

그러자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압도적으로 예가체프에 스티커가 붙었다. ㅋㅋ 

그 와중에 커피 맛으로 이름 맞추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 

사실 첫날 달팽이샘이 4종류의 커피를 모두 맞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 역시 단골 손님은 다르다. 

KakaoTalk_20180708_235903727-30.jpg  KakaoTalk_20180708_235906265-30.jpg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알게 된 건 실제 별로 없다. 

뭐, 예상했던 대로 동티모르와 블라질 세라도를 대부분 좋아하고, 케냐AA는 인기가 없고, 예가체프는 그냥 그랬다. 

그런데도 이런 걸 한 이유는 - 사실 홍보가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약 6개월간 커피를 팔면서 느낀 건 사람들에게 계속 주목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였다. 

우리가 커피를 팔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 주어야 했다. 

장터를 나가면 장터 나가서 파는 것도 있지만 장터를 나간다고 떠들면서 내부에서도 더치커피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로고를 새로 만들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굳이 발표를 하고, 리플렛 사진도 요란하게 찍고, 

하다 못해 내가 커피를 째려보고 있기라도 해야 한다. ^^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참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아마 파지스쿨 친구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게 돌아가야 하는 활동은 한편으로 계속 보여주어야 하는 양면을 갖는다. 

공부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 것 같다. 

* 요즘 못 보던 이름을 달고 있는 커피가 있다. '크리스탈 마운틴' - 쿠바산 원두이다. (이건 한정판이다.)

원액의 맛이 진하지 않아서 첫 인상은 별로이다. 맛도 낯설다는 평이다. 

그런데 오영샘이 물을 안 타고 원액으로 마시면 좋다고 한 병 사갔다. 

그리고 얼음과 우유를 넣고 라떼로 먹으니 맛있다고 문자를 보내 주었다. ^^

KakaoTalk_20180708_235902234-70.jpg

댓글 3
  • 2018-07-10 20:36

    케냐 AA가 인기가 없는 건 아마도... 로스팅 정도에서 오지 않을까 싶네요.

    케냐AA는 강배전해서 볶아야 향이 사는 걸로 아는데... 궁시렁 궁시렁~

    예전에 진달래 쌤은 문탁에 가면 항상 공부방에 계셨는데.

    요즘 진달래 쌤은 항상 커피 앞에 계세요.. 하염없이 커피를 째려보며...

    안타까워해야 할 일인지... 기뻐해야 할 일인지... ㅋ

    곧 달밤커피 친구들이 블랜딩한 더치커피가 탄생하길 소망해 봅니다~~~~^^

  • 2018-07-11 13:44

    째려보는 힘이 뭔가를 낳을 것 같네요^^

    크리스탈마운틴에 우유 타서 먹어보고 싶어요

    크리스탈마운틴 1병 주문해요

  • 2018-07-13 00:35

    아우 짠하면서도 재미나요^^

    저도 한정판 먹으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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