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Counterparts 후기

진공묘유
2023-06-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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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sday 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배경이 되는 1904년 6월 16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실제로 조이스와 그의 아내 노라가 처음 데이트를 한 날짜였다고 하네요. 소설도 써주고 100년이 지나도 도시가 그들의 사랑을 기억하게 만들어버린 조이스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문학의 힘! 

 

갑자기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는 왜 떠오르는 걸까요? ^^ 

역시나 세상에는 다이아보다 중요한게 많습니다. 

 

"이 도시를 정확하게 기술해서, 지구상에서 더블린이 사라지더라도 내 책을 보면 다시 지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의지로 썼다는 <율리시스>속 더블린을 걸으며 그의 팬들은 매년 블룸스데이 축제를 연다고 합니다. 더블린에 갈수 없는 우리는 조촐하게나마 우리만의 블룸스데이 파티를 문탁에서 열었어요. 

 

 

 

정성껏, 잊지 않고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화요일의 <더블린사람들>은 사랑입니다.

기네스도 사랑입니다. 

BTS 데뷔 10주년으로 남몰래

수줍게 기뻐하신 우리의 아미팬도 사랑입니다. ^^

 

 

우리는 과연 언제쯤 더블린에 가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율리시스까지 다 읽고 가는걸로 합시다! 

 

 

 

 

자! 후기로 돌아와서 오늘은 Counterparts (맞수들)의 마무리 시간이었습니다. 

조이스는 제목 조차도 함부로 짓지 않았습니다. 시작할 때의 제목의 의미와 한번 읽었을때, 두번 읽었을때 제목의 숨겨진 의미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곤 합니다. 

 

counterpart의 오리지널 의미는 법률서류에서 쓰이는 'a copy of the original’, ‘a duplicate’ or ‘exact copy’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류의 copy를 만드는 것은 the man의 직업이기도 했구요, 그의 버릇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North of Ireland accent는 영국의 개신교 신자들의 이주 지역으로 산업혁명의 수혜지인 벨파스트 사람들의 엑센트입니다.

주인공은 그 사장의 말투를 copy 해서 그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죠. 소소한 그의 복수들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치밀하지는 않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the man. 

 

주인공 the man의 이름은 Ferrington. 조이스는 퇴근한 그에게 드디어 이름을 부여해줍니다. 늘 목마름에 술한잔을 갈구하는 그는 몰래 사무실을 빠져나오기를 일삼고 ,,, 아! 이 부분에서 팬데믹 이후 미국에 만연해 있다는 신조어가 떠올랐습니다. Quiet Quitting!  

 

 

Ferrington은 회사에서는 열정이 사라진 상태로 Quiet Quitting 중이고, 그의 열정은 한잔의 술과 함께 그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오늘은 분명 불금! 그는 손에 무심코 잡힌 시계줄 까지 전당포에 넘겨버립니다. 오늘밤을 불태울 참이죠. 하지만 불씨는 영원히 타는 법이 없듯이, 주머니에는 달랑 집으로 돌아가는 차비만 남았습니다. 염치없이 비싼술을 주문한 그녀석에게 화가나고, 무심코 툭 치고 Pardon~ 이라고 말한 뒤도 돌아보지 않은 그 여자에게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파티는 끝이났고 술도 다 깨고 말았습니다. 술로 끓어오르던 그 열정은 걷잡을수 없는 분노만을 남긴채. 그렇게 돌아온 현실에서 2월의 그 안개낀 스산함 밤, 집에는 불도 꺼져있네요. 가장이 돌아왔는데! 마누라는 밥도 안차려두고 성당엘 가버렸고, 그의 아들은 불도 꺼트려놓았습니다. 

 

“On that fire! You let the fire out! By God, I’ll teach you to do that again!” 

 

그의 어린 아들 the little man은 불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습니다.  그 어린 소년은 도망칠 곳도 없이 무기력하게 그 폭력에 저항도 하지 못한채 제발 때리지 말아달라고 빌수 밖에는 없습니다.  

 

Fire 는 1차적 명사로 light, heat, flame 이라는 뜻이 있고, very heavy criticism, strong emotion, anger, enthusiasm 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동사로는 무기를 발사하다, 해고하다 라는 뜻까지. 

 

불은, 우리에게 열정으로 쓰이면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그 아침햇살처럼 우리를 살게, 뛰게, 요리하게, 출근하게 만듭니다. 화로 쓰이면 홧병에 이르러 어제와 같은 의미없는 아침에 그저 이불속으로 도로 들어가고만 싶게 만들기도 하구요. 병도 되고 약도 되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그 불은 우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는 과연 어떤 불씨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또한 얼마나 큰 불을 감당해낼수있는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그 불을 다룰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두운 밤에 사찰을 밝히는 석등, 캄캄한 바다에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등대, 모두 한치앞을 알수 없을때 우리에게 길을 보여줍니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로 매일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는 '미리 아는자' 또는 '먼저 깨달은 자'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앞날을 미리 알고있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요? 조이스는 마비되어버린 도시와 사람들에게 분노했고, 그들의 마음속에 무명을 밝혀 지금 우리의 마비를 깨닫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 그의 열정은 아마도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100년후의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잘 사는 독립국이 되어 있을줄 '미리'  알았다면 과연 조이스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또한 상상해보게 됩니다. 똑같은 열정의 불꽃을 태울수 있었을까요?  

 

그러니 우리의 삶은 '미리' 아는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 괴롭다면 그 현재를 충분히 겪어내기, 그 안에서 고뇌하고 궁리하고 성찰해내고 마침내 그 주저앉은 자리에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기. 그것이 신이 아닌 우리가 인간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 가슴 속 그 소중한 불씨를

잘 간직하기를 바래봅니다. ^^

 

 

댓글 8
  • 2023-06-19 17:07

    "시작할 때의 제목의 의미와 한번 읽었을 때, 두번 읽었을 때 제목의 숨겨진 의미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곤 합니다."
    진공묘유샘 말씀처럼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또 후기를 읽다 발견합니다. 그래서 샘의 후기를 빨리 보고 싶었나 봅니다^^

    Counterparts 의미 중 'a copy of the original’, ‘a duplicate’ or ‘exact copy’!!
    조이스는 제목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끊임없이 복제하면서 분노와 폭력의 감옥에 갇혀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Ferrington은 사장의 말을 copy 하며 직원들과 시시덕거리다 사장에게 미운털이 박혔고 ,
    사장도 Ferrington 면전에서 "My Shelly said, sir~" 라며 Ferrington의 말을 copy 하며 경멸합니다.
    Ferrington이 집에 가서는 아들의 말 “At the chapel. At the chapel~"를 copy 하며 조롱해요.
    이들은 말 뿐 아니라 감정도 copy 합니다. 사장의 Ferrington을 향한 분노(furious)를
    Ferrington은 다시 copy하여 아들을 향해 미친 듯이 격노(furiously)합니다.

    마지막 장면!! Ferrington의 분노가 극에 다다릅니다.
    불(fire)을 꺼뜨린 아들은 도망칠 길이 없자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합니다.
    이때 Ferrington은 아들의 모습에서 사장이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랐을 겁니다.
    “회사를 그만 두거나, 아니면 내게 사과해!”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copy 한 듯 보였기에 더욱 미친 듯 격노하며 (furiously)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도망칠 길 없는 Ferrington 역시 해고(fire)당하지 않으려면 사장에게 사과 할 수 밖에 없겠죠.
    그 분노는 다시 아들에게...

    조이스는 지배와 굴욕의 논리로 굳어진 The Man 이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며
    분노와 폭력의 끊임없는 반복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이 마비에서 벗어나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 2023-06-19 19:11

      와~~
      소설도 재밌긴 하지만, 저는 우리들의 해석이 더 재밌고 흥미로워요.
      진공묘유샘은 이제 영민한 해석가가 다 되셨고,
      프리다샘이야 말해 뭐해~~고. ㅎㅎ

      그리고
      6/13 방탄 10주년도
      우리들의 블룸스 데이 이벤트도 오래 기억에 남을거예요.
      사마현샘의 특별했던 블룸스데이 코스튬을 어찌 잊으리~ㅋ.ㅋ

    • 2023-06-20 15:04

      와! copy 라는 단어를 가져와놓고, 별로 책속에서 찾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와! 와!
      이 엄청난 리뷰의 힘이란! 댓글 설명해 주시는 생생하게 다시 떠오릅니다!

  • 2023-06-19 19:34

    ,Counterparts>, 제목이 이해가 안됐었는데 후기와 댓글을 읽으며 그런거였구나~ 하고 있습니당.

  • 2023-06-19 21:11

    counterparts를 '분풀이'로 번역한 글들도 꽤 있네요.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술집에서는 여자에게 무시당하고 젊은 애송이한테 두번이나 팔씨름을 진데다 돈도 다 쓰고 없다.
    그 화를 힘없는 아들에게 분풀이하며 무너진 남성성을 보상받으려 합니다.

    어린 아들이 꺼트린 '불'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까지 확장시켜 해석하는 진공묘유님.
    감탄이 절로..
    낼 clay 시간도 기다려져요^^

  • 2023-06-20 01:35

    copy에 대한 묘유님의 해석이 탁월합니다.

    저는 내년에 폴란드항공 타고
    더블린에 가 볼 까 합니다.

    그때는 가슴이 아닌, 머리에 꽃을 꽂으려 합니다.
    따란따따따라란따따딴|(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ULYSSES'읽기 전에 가는걸로,

  • 2023-06-20 07:05

    와~ 영어 단어(copy, fire)에 숨겨진 의미를
    그 의미를 치밀하게 배치하는 제임스조이스에
    또 그것들을 알아보는 독자의 시선들이 놀랍습니다.

    매일 새롭게 떠올라 오늘을 찬란하게 만드는 불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네요~

  • 2023-07-19 21:51

    그러고보니 사마현샘의 조이스코스튬 사진이 없네요.
    페도라에 빨간 보타이, 안경과 더불어 샘 특유의 자태...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내년 블룸스 데이엔 각자 <더블린 사람들> 인물 코스프레 하면 재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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