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루쉰, 혁명의 문학> 2회차 공지입니다

노라
2023-08-28 12:45
374

 

 

 

   <외침>의 한자는 납함(吶喊)이다. 그 뜻은 ‘싸우는 용사들을 위해 뒤에서 일제히 소리 질러 주는 것’을 말한다. <신청년>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친구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광인일기>를 비롯한 14편의 글을 모아 1923년 <외침>을 냈다. 작가연보를 보면 거의 마흔 살에 쓴 작품들이다. 의사의 길마저 접고 들어선 국민의 영혼을 다루는 문학의 길에서 (비록 몇 년의 실패도 있었지만) 써내려간 글들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가 읽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아! 정말 100년이 되는 해 이네요. 뭔 기념식이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 중인 1인)

 

  이번에 다루는 후반부 글들은 <아Q정전>을 빼고는 글의 긴장도 측면에서나 유머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1919년 ‘5·4 신문화 운동’ 이후의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한다. 사회주의 조류에 공감하던 급진적인 지식인들과 직접적인 정치활동을 멀리하고 학문연구 하자던 자유주의적인 지식인들 사이에서 루쉰은 “둔하면서 예리한, 그의 말을 씹어 먹고도 또 육신 이외의 무언가를 씹어 먹으려는 듯 영원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를 따라오는 눈길들”을 떠올린 아Q의 마지막 통찰을 얘기한다,

 

 

  1912년 루쉰은 ‘샤오싱회관’에서 살았다. 베이징에서 관직 생활을 하던 샤오싱 사람들이 출자해서 만든 곳이었다. 그곳에서 7년을 살고 1919년 가을, 루쉰은 베이징에 ‘바다오완’ 11호 집을 샀다. 동생 일가와 형편이 점점 안 좋아지는 샤오싱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모아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이때 어머님을 모시러 샤오싱을 다녀온 후 쓴 소설이 <고향>이다. 루쉰은 둘째 동생 쭤런 일가(제수씨 일본인 동생까지 포함)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는 수입을 모두 일본인 제수씨에게 주었고,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조카들에게 줄 먹을거리를 사들고 왔다. 루쉰은 조카들이 운동회를 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정원을 가진 집을 구하려고 했다. 식인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함이었을까? 루쉰 세대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바랬기 때문이었을까? 13살 루쉰이 할아버지가 뇌물사건에 연루되기 전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행복했던 일상을 ‘바다오완’에서 조카들과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은 42살 루쉰이 ‘바다오완’에서 쓴 소설은 이전 소설과는 느낌이 달랐다.

 

  가족이 함께 살게 되어서였을까? ‘바다오완’에서 루쉰은 가족과 관련된 소소한 근심들은 모두 잊고 많은 작품을 써 내려갔다. 동생 쭤런과 함께 신문화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강의도 많이 나갔다. 많은 문인들과 교류로 ‘바다오완’은 늘 북적였다. 이 시기는 두 형제에게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바다오완’의 큰살림을 유지하기 위해 루쉰은 이곳저곳에서 강의를 했다. 그러나 그 무렵 교육부의 교원에 대한 임금 체불이 2년 6개월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쭤런의 아내의 사치까지 한 몫을 하는 가운데 가정경제는 점점 어려워졌다. 루쉰은 임금청구운동에 참여했으나 당국은 임금 지불을 계속 미루었다. 소설 <단오절>은 밀린 봉급지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 팡쉬안처는 문제에 직면하면 원인을 캐거나 따지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그게그거 설’을 사용한다. 그것도 신통치 않을 때는 자기 쪽으로 끌고 와 합리화 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정신승리법’이나 조상이 물려준 보물 ‘망각’을 사용한다. 우매한 민중 뿐 아니라 교원이나 공무원들, <상시집>을 읽는 지식인들도 사회악에 맞설 용기가 없거나 ‘시비를 따질 마음이 없는’ 것은 매 한가지였다.

   

 

  루쉰은 이 시기 <신청년>의 분열을 바라보면서 또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그의 정서는 점점 가라앉았고 또다시 깊은 번민과 생각 속에 빠져들었다. 그의 마음을 잠시라도 따뜻하게 했던 것은 조카들과 가족, 그리고 러시아 맹인시인 예로센코와 함께 지낸 삶이었다. 그는 예로센코가 인류에 대한 평화, 안녕, 박애의 지향과 추구로 가득 차 있고, 몽환적이고 순백하며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는 루쉰의 사상과 부합되는 점이 많았다. 루쉰에게 베이징의 적막함을 알게 해 준 예로센코. 그의 4마리의 오리들은 그 장마철 ‘바다오완’의 뜰 안에서 신나게 헤엄쳤다.

 

 

댓글 7
  • 2023-08-29 17:30

    올려요~

  • 2023-08-29 23:07

    아큐정전 메모 올려요. 제거 복사 해갈께요

  • 2023-08-29 23:09

    고향 메모 다시 올립니다

  • 2023-08-30 07:01

    짧은 메모 올려요.

  • 2023-08-30 08:29

    올립니다

  • 2023-08-30 08:39

    올립니다

  • 2023-08-30 09:27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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