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Ivy Day In The  Committee Room 3회차 후기 

진공묘유
2023-08-02 20:49
731

늘 그랬지만 이번 단편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만 1,2주차 후기에서 많은 분들이 정리해 주신 덕분에 오늘 저는 누워서 떡을 먹어 보겠습니다. ^^

 

공자님께서는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고 했지만, committee room 에 모인 세 사람은 늙은사람, 젊은사람, 이상한 사람이다. 

 

old man 과 young man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voice 는 이렇게 말했다. 

 

"What are you doing in the dark?” 

 

조이스는 소문자로 썻지만  또박또박 대문자로 읽히는건 뭘까. 그는 반복해서 한번 더 말한다. 

 

"What are you doing in the dark?” 

 

조이스샘이 반복했다는것은 중요하니 단~디 들으라는 이야기다! 이 어둠은 그냥 어둠이 아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그 고귀한 어둠일 것이다. 

 

그런 귀한 어둠의 시간에 committee room에 모인 남자들은 뭘 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더블린의 10월 평균 날씨는 최고 13.7도/최저 7.6도를 보인다. 별로 안춥다. 100년전이라고 크게 달랐을까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무슨 한겨울 동굴속에 있나 싶을 지경이다. 겨우 fire 를 지키고 있는 침묵하는 노인과 그 불 곁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 맥주나 홀짝거리는 젊은것들. 

 

혁명의 기운이어야 하는 FIRE는 온대간데 없고 촛불 두개가 켜지자 촛불에 밀려 fire는 그 cheerful 한 빛마저 잃어버린다. 

 

A denuded room came into view and the fire lost all its cheerful colour.  

 

당췌 쓸모도 없는 불이다. 혁명의 불이 아니라 마비의 불이 되고 말았다. 

 

old man은 계속해서 불을 지피는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그 불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맥주가 배달되어 오고 그들에게 long breath of satisfaction 이 찾아온다. 

 

자! 상황을 한번 다시 정리해 보자. 

 

어둠속. 불. 남자들. 맥주. 코트깃의 Ivy. 그들의 자존심같은 코트깃섶의 Ivy는 불을 밝혀야만 볼 수 있을 만큼 희미하고 그들은 겨우 맥주 한병에 "만족"스러워 하는 가난한 시절이다. 친영파인 헨치는 병따개가 있는지 없는지 정신도 없으면서 자본, 자본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3주차 강독이 다 끝나고 어떤 인물이 가장 좋으냐 돌아가며 이야기해 보았지만 … 나에게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놈놈놈들 뿐이었고 이미 파넬도 저 세상 사람인것이 씁쓸할 따름이었다. 친영파인 헨치조차도 말했다. 

 

"Can’t we Irish play fair?” 몹쓸 이중잣대와 정치플레이라니. 

 

저들의 마비에 조이스는 하인스의 입을 빌려 모두에게 소리쳤다. 

 

이 modern hypocrites! coward hounds! 우리의 Uncrowned King이 죽었다고. 부끄러워하라고. 계속해서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말을 한다. 

 

일어나라! 화염속의 불사조처럼! 

 

( thanks to 프리다님! 이 어려운 해석을 또 해내셨습니다.!!!) 

 

조이스의 단편은 우리의 의식의 흐름을 나조차 알수 없는 곳까지 데려가주는 마법의 주술서이다. 

 

 

 

나는 우선 <관자>의 말이 떠올랐다. 

 

<관자> 목민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倉庫實則知禮節 衣食足則知榮辱(창고실즉 지예절 의식족즉 지영욕)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의식이 갖추어지면 영욕을 안다”

 

 

변명을 하자면, 더블린 사람들은 예의를 알기에, 마비에서 벗어나기에 너무나 가난했다. 그렇다면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는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그래. 그렇다면 핸치 너의 말이 맞구나! 자본 그게 중하지!

 

 

하지만 또 다른 목소리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었다. 

 

믿어지는가? 그녀가 <뉴요커>에 '침묵의 봄' 첫 연재를 시작한것이 1962년 7월 이라는게? 그 임인년에 태어난 아이가 벌써 환갑이란 말이다. 2023년 7월의 지구는 너무나 뜨겁다. ㅠㅠ

 

그녀는 철강과 제철산업의 수도 미국 피츠버그에서 석탄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의 두번째 흐름이 몰아닥친 시기에 사춘기를 보냈다. 

 

핸치가 말했었다. 

 

"Listen to me. What we want in thus country, as I said to old Ward, is capital. The King’s coming here will mean an influx of money into this country. The citizens of Dublin will benefit by it. Look at all the factories down by the quays there, idle! look at all the money there is in the country if we only worked the old industries, the mills, the shipbuilding yards and factories. It's capital we want.”  

 

조이스는 이 단편을 1905년에 썻는데 그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60년후 피라미드 최상위계층인 인간이 지구에 온갖 독극물들을 뿌려가며 어떤 일들을 저지를지. 레이첼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다시 60년후 피라미드 최상위 계층인 인간은 피라미드의 모양 자체를 upside down 으로 뒤집어 버렸다는것을. 우리 지구는 과연 언제까지 80억의 아니 90억, 100억명의 인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일랜드가 대한민국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와닿는다, 입으로는 많은 말들을 뱉어냈다. 하지만. 진짜? really? 내가 그 때 그 당시 사람들 심정을 안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일 것이다. 

 

120년을 점프해서 오늘 낮 12시 태양아래 잠시 서있어 보자. 어땠는가? 우리는 모두 에어컨이 있는 건물속으로 숨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자, 이때 조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What are you doing in the dark?” 

 

"Can't we play fair to the Planet Earth?"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도 교묘하게 행동한다.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대상이자 굴복시켜야 할 상대로 인식한다.

 

인간이 이 지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하는 대신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E.B. 화이트 

 

 

댓글 5
  • 2023-08-02 22:35

    언젠가 someday, 진공묘유 샘이랑
    포스트 휴먼 인류학과 생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What are you doing on the boiling earth?
    라고 질문을 가지고...

    후기가 진공묘유샘을 닮았습니다.
    진지한데 재밌어요^^

  • 2023-08-03 00:30

    Boiling earth! 정말 엄청 더운 요즘입니다.
    후기를 읽는데 묘유샘 목소리와 표정이 오버랩되는..
    역쉬나 재치있고 재미있는 후기에요.

    조이스가 이 시대에 살아 있다면 무엇을 가슴 아파 했을까?
    이 시대는 명백히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이기주의일 것이다.
    우리 지구는 이미 과부하 되었으며, 매년 과부하 수치가 갱신 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그 징후들이 심상치가 않다.

    ㅎ 댓글이 기후담론으로 흘렀네요..
    하지만 요즘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 뉴스들을 보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23-08-07 00:29

    후기에 언급하신 ‘modern hypocrites! coward!’
    이 위선자와 겁쟁이들이 과거의 그들과 다르지 않은 현재의 국민당 당원들을 향하고 있군요!

    1.
    말은 번지르르한 헨치! 영국 자본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민족이 억압된 상태는 은폐하고 있다.
    헨치는 불 앞에서 푸짐한 가래침을 뱉는 바람에 불을 꺼뜨릴 뻔한 인물.
    불이 항의하듯 치익거렸다는 묘사로 봐서 조이스는 혁명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인물로 여긴 것 같다.

    2.
    “O, I forgot there’s no corkscrew! 코르크따개가 없는 걸 잊었네!
    cork는 (감정 등을)억제하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읽었던 Clay 에서도 마리아 동생 ‘조’가 호두까개와 코르크따개를 찾아 오라고만 하고 끝내 찾지 못하고 끝난다.
    딱딱한 호두껍질을 깨는 것, 꼭 닫힌 병마개를 여는 것 모두 자유에 대한 은유인 것 같다.
    국민당 당원들은 코르크따개를 근처 오패럴네에서 빌려오라고 한다.(O'Farrell 성은 '용맹한 사람'을 뜻하는 게일어)
    잭노인은 코르크따개를 잠시 빌려 맥주 네 병을 따고 돌려준다.
    마치 파넬에 의해 잠시 영국으로부터 몇몇 자치권을 얻었다 뺏긴 모습일까?
    그렇게 뺏기고 나서도 그 억압으로부터 마비되어 “O, I forgot there’s no corkscrew! 코르크따개가 없는 걸 잊었네!
    국민당 당원들은 자신들이 억압당하고 있는 것조차 잊고 있다. 혹은 알면서도 은폐하려 한다.
    헨치가 잘난척하며 생각해낸 건 난로의 열기를 빌려 병마개를 따는 것.
    영국 자본의 힘으로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그의 비열한 태도와 동일하다.
    3.
    이렇듯 그들의 위선과 무력한 겁쟁이의 모습들이 사소한 행동과 말투로 묘사돼 있다.
    파넬을 기리는 하인즈의 시 ‘modern hypocrites! Shame on the coward!’
    현대의 위선자들!...부끄러워라 겁쟁이들!...그들의 기억에 영원한 치욕 있으라!
    암송이 마치자 침묵... 이후 박수 갈채...다시 침묵... 하인즈는 술 권하는 소리도 못 듣는다.
    오코너는 훌륭하다며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고 담배종이를 꺼내며 말했다.
    헨치는 옆에 있는 크로프턴을 향해 굳이 외치면서 ‘근사하지 않아?’ 하고 호들갑 떤다.
    소설 중간에 하인즈가 ‘영국왕이 오면 다 잘 되겠지’ 비아냥하며 퇴장할 때
    침묵 후 오코너가 갑자기 외치며 ‘잘가 조’했던 뜬금없는 외침과 같다.

    그들의 위선이 언뜻 언뜻 드러날 때마다 어색한 침묵...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호들갑스러운 외침 ...
    폭! 하인즈의 맥주 마개는 열렸지만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얼굴은 수치로 붉게 달아올랐고,
    오코너는 부끄러운 감정을 감추려고 담배종이를 꺼내며 말한다.
    이 어색한 공기를 가르며 소리치는 헨치. “Isn’t that fine? What?”호들갑으로 덮어버린다.
    이 암울하고 마비된 희망 없는 정치판을 묘사하면서도 조이스는 결코 재치를 잊지 않는다.

    Crofton said that it was a very fine piece of writing.
    Crofton의 거짓말이면서 Joyce의 작품에 대한 진실이기도 한 very fine piece of writing!!!

    • 2023-08-07 20:00

      그러고 보니 의문스럽던게 하나 떠올랐어요.~~
      역사적으로는 영국 왕실에선 아일랜드를 4번을 방문했었다고 주석에 달려있었거든요. 조이스가 그걸 몰랐을리가 없는데 첫방문이라고 했다는 부분이 나와요.

      오프너로 맥주병을 4개 땄다는 그부분과 왠지 매칭이 됩니다. 그들은 오프너 없이도 맥주를 딸수 있는데, 하나의 도구로서의 상징. 쉽게 맥주병을 따려던 그 모습조차 한방 먹여주려던건 아닌지 말입니다!

      여윽시 꼼꼼하신 프라다님!!! 😝

  • 2023-08-08 01:59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다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1860년~1910년대의 역사는 가슴이 아프다.
    이 시대는 알면 알수록 답답하다.유교의 틀에 갇혀서 변화를 하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직면해야 하나,유교니 도리니 따위로 얽매여 있다.
    아일랜드도 우리나라 못지 않다. 종교가 전 시대를 마비시키고 있다.
    1900년대 일본 식민지가 되기 직전 조선을 팔아먹기 바쁜 친일파들,
    자기 국민을 죽이고, 나라를 팔고, 자본으로 속이고 팔아먹기 바쁜 친영파들,
    일본은 '변화하지 않는 조선이 미개하다'며 식민지 했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
    위 단편을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금과 그때는 .....
    시간은 멈춰있다.

    지하차도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이태원의 거리에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이, 지하차도의 유족을 위로한다.
    잔인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죽는다.
    수해를 도와주러간 군인이 죽는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처는 갈 곳이 없다.

    애신은 '사람목숨은 다 귀하다 했다'며 백정의 아들인 동매를 구한다.
    그 한번에 동매는 백 번을 돌아서도 이 길 뿐이라며 ,목숨을 걸고 애신을 지킨다.
    애신은 동매를 신분의 차이가 아닌,같은 인간으로서 소중히 대했다.
    애신과 동매는 소중한 삶을 살았다.

    a painful case that happen over and over again
    하인즈의 시 ‘modern hypocrites! Shame on the coward!’
    현대의 위선자들!...부끄러워라 겁쟁이들!...그들의 기억에 영원한 치욕 있으라!
    "What are you doing in the dark?”
    "Can’t we Irish play fair?” 몹쓸 이중잣대와 정치플레이라니.
    그들은 위선이 드러날 때마다 선택적 침묵...
    감추기 위해 호들갑스러운 거짓을 외침 ...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양심은 철판이고
    감추려고 연기를 피우고.
    들키기 전에는 거짓말,
    들킨 후에는 남탓,
    이 암울하고 마비된 희망 없는 정치판을 묘사하면서도
    조이스는 결코 재치를 잊지 않는다.
    very fine piece of writing!!

    더블린사람들의 단편을 전부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Ivy Day In The Committee Room "최고이지 않을까 한다.

    greenslee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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