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Ivy Day in the Committee Room 2회차 후기

토토로
2023-07-25 21:32
856

<IVY DAY in the Committee Room>

 

 

1.< 더블린 사람들>에서 이 단편이 가장 어렵다고, 언젠가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그랬다. 이 이야기는 정말 어려웠다. 여러명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상황 뿐 아니라, 아일랜드 더블린의 정치적 상황까지 유추해 내야 했다. 이 단편을 잘 읽기 위해서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에 나는 파넬에 관한 공부도, 해석도 제대로 안 해간 데다가 안경까지 가져가지 않아 아주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 주엔 나름 꼼꼼하게 공부를 하고, 하루 전날 가방도 잘 싸놓고....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역시 Two Seekers인 프리다샘, 사마현샘 앞에서....옴마야. 이런 것도 있었어...이걸 놓쳤네....그랬다. 갈길이 멀다!

 

 

2. 이 단편에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꼭 알아야 할 인물이 있다. 19세기 말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가 찰스 스튜어트 파넬이다. 지난시간에 프리다샘이 파넬에 대해 잘 설명해 주었으니 여기선 패스!

 

이번시간에는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육군 소령 핸리 찰스 서 (Major Sirr라고 불림, 1764~1841), 힐사이더(hillsiders)와 페니어당원(fenians)에 대해 알아야 했다.

Major Sirr는 아일랜드 애국자를 체포하는데 앞장선 사람으로 매국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두구두고 욕이 되는 ‘이완용’ 쯤이라고 해야할까.

 

힐사이더즈(hillsiders)와 페니언즈(fenians)는 산속에 숨어 살면서 대영 투쟁 테러를 벌인 사람들을 말하는데, 소설 내용을 봐서는 그들 중에도 스파이들이 간혹 있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 Mr. Henchy가 "일부의 힐사이더즈와 페니언즈가 그랬듯이 Mr. Hynes도 스파이 인 것 같다"고 의심하며 말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건 내 뇌피셜인데, 헨치는 하인즈를 좀 질투하는 것 같다. 하인즈는 괜찮은 집안 출신이고, 글도 잘 쓰고, 올곧은 사람이라는 (he is a straight man)말도 들으니까, 헨치 입장에서는 하인즈가 좀 꼴 보기 싫었던게 아닐까 싶다.ㅋㅋ 두 탐정님들~ 동의하시나여?)

 

3. 이제 소설로 돌아와서, 장소는 선거사무실,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 딱히 한 것도 없지만 하루 일과는 끝나 가는데, 선거운동원들은 목이 마르다. 후보 티어니가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 그들은 다 알고 있다. 정치적으로 그를 신뢰하지 않고 돈도 제대로 못 받지만 그냥 선거운동을 한다. 누가 시의원이 됐든, 그저 돈 몇 푼 쥐어주거나 목을 축일 맥주 정도면 된다는 식이다. 그들의 대화를 보면 자신들을 향한 윤리적인 판단은 없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무기력하고, 타락한 모습에 익숙하다. 예민하지만 꼭 진지하게 논해야 할 문제가 나오면 등장인물들은 침묵한다. There was silence. 부패한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이런 무기력하고 부도덕한 시민들, 입을 닫고 침묵하는 시민들도 문제다. 희망이 없다.

 

4. 이 단편을 읽는 동안 자꾸 아일랜드와 우리나라가 오버랩 되었다. 식민지배라는 비슷한 상황때문이라 그런가. 외부에는 강력한 지배세력이 있고, 내부는 단합하지 못하고 갈라진다. 그 사이에 밀정도 있고, 제국에 들러 붙어 부와 권력을 쌓아가는 기생충도 있다. 국민들은 가난과 배고픔 속에서 양심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아이비데이 속 선거판 이야기, 정치인들 이야기는 과거 일제시대만을 소환하고 그치고 마는게 아니다. 21세기 오늘날의 한국의 상황과도 너무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는동안 내내 기시감이 들면서 좀 소름돋고, 서늘하고, 답답했다.

 

과거는 과거로 흘려보내자고, 지금 필요한 자본을 끌여들이기 위해서는 영국의 지배를 적당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헨치의 말.(다음시간에 이런 대사가 더 연결되어서 나옵니다.)

그리고 한일간에 과거에 대한 논쟁은 그만두고 미래지향적, 상호 우호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말.

너무 똑같다.

헨치의 말대로 한다면, 그렇게 한다면 자본이 정말 물밀듯이 들어와서 아일랜드를 발전 시킬까. 그것이 아일랜드의 국익에 도움이 될까. 아니, 일부 친영파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다.....마찬가지로 자존심도, 뭣도 없이 비굴하게 일본에 우호적으로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무슨 콩고물을 얻어 먹으려는 걸까....하....이런 얘기 쓰기 싫었는데....쓰고 있다. 

 

요즘 나는 정치뉴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파렴치함에 할 말을 잃어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그렇다. 복쌤 말대로 painful cases는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사람이 더 죽게 되는 걸까 싶다......나는 실망과 좌절을 지나 이젠 거의 무기력 단계에 진입한 듯하다. 소설 속 더블린 사람들 처럼.. 말하기 싫다. 희망이 없다. 

 

 .

찰스 스튜어트 파넬

 

그렇지만, 비록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

댓글 6
  • 2023-07-26 18:33

    맞아요. 독서는 삶의 필수이며 태도이며 양분입니다. 너무나 많은것들 입니다. even though 책을 읽읍시다! 😎

  • 2023-07-30 09:55

    다시 작품을 읽어보니 침묵에 관한 표현이 유달리 많군요. 기록해 보자면...

    ...the old man fell silent.

    The three men fell silent.

    The room was silent again.

    There was silence for a few moments.

    He was silent for two reasons.

    ...all the auditors drank from their bottles in silence.

    ..amid the silence

    그외에도..

    The old man said nothing이라는 표현이 있고,
    또 Neither Mr Henchy nor the old man said anything....이라는 문장도 있구요

    등장인물이 유독 많고 대사 위주의 작품인데, 역설적이게도 '침묵'에 관한 표현이 많았군요.
    조이스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더 이상 새로운 세상과 독립을 꿈꾸지 않는것, 그냥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화가 많이 난걸까요.

    그리고 이 작품에는 '불'에 관한 표현도 많아요.
    예를들면 난로의 꺼져가는 불 빛.
    그걸 연명시키는 듯한 약간의 석탄.
    그리고 두개의 캔들.
    오코너가 말아피우는 담배.
    불 위에서 데우는 맥주.
    하얀 재.
    꺼질듯 말듯 한 난롯 불...
    난로 앞에서 자꾸 손을 비벼대는 헨치.
    그 와중에 휘젓지 말라는 둥...

    이렇게 불에 관한 것이 많은것은
    꺼진거 같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을 다시 일으키라는 뜻 같이 들리네요.

    이상! 뒤 늦게 더 발견한 것을 올려봤습니다.

  • 2023-07-30 13:21

    침묵 ......
    제 생각에,조이스는 위 단편에서 침묵을 부정의 어구로 사용한 거 같아요.
    1900년대의 아일랜드는 정치가는 불법과 친영으로 자본을 모으고,
    성직자는 탐욕과 권력으로 정체성이 불량한 시절, 국민들은 점점 피폐해지는 그 당시....
    거짓과 편견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독선의 소리는 야수의 광음과 같고
    영국은 혀를 낼름거리며, 잡아놓은 아일랜드가 각성을 할까봐 눈을 희번득거립니다.
    게일어라는 아일랜드 모국어를 없애버리고, 모국어를 잃은 민족의 정체성은 점점 흐려지기만 합니다.
    민심은 아우성인데 위정자들은 권세만 불리면 됩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침묵하라'고 할 때........
    그 누군가의 의도를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stuffy, stifling, suffocating ,a hopeless situation difficult, embarrassing, awkward hard, backbreaking, strenuous upset, distressed, annoyed sad, mournful, sorrowful, grieved doleful sad, pitiful tired, be exhausted, be worn endure, last, bear , hold out irritation , annoyance depressed, melancholy, gloomy, low, blue regrettable, sad, pitiful sorry, disappointed regrettable ashamed, shameful, embarrassed harass, torment bully tease, be cruel to distress, trouble, torture pain, agony, torment, torture, suffering, distress,anguish ordeal, trial, hardship, test despair, hopelessness, despair , give up hope frustration, be frustrated, get discouraged lethargy, torpor,lethargic empty, blank fruitless, in vain a feeling of helplessness depression, the blues obsession schizophrenia, split personality delusion sense of shame absent-mindedness
    조이스는 유독, 이 단편에서 힘든 감정의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의지를 고양시키고, 생각을 성장시킬 때는 침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행동이 전제가 되어야 만 빛이 납니다.
    울림이 없는 침묵은 방관입니다. 상대방의 오해를 유발합니다.
    왜냐하면 침묵으로 본인의 결정권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편한가 ! 달보고 유유자적 하나 !)

    작고하신 정치가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담벼락에라도 소리를 쳐라"라고
    저는 오늘도 담벼락을 향해서 소리를 지릅니다.
    "이 휘발놈(녀여 ㄴ)들아~~~~~~" 글씨가 자꾸 휘네요,,
    조이스는 글을 남겨서 '읍장 SIRR'를 전세계에 매국노로 알리네요 .조이스 꽤 멋짐^^

    눈과 귀가 탐욕에 가려지면, 천둥과 번개로 내리 쳐도 듣지 못하고
    마음을 열고 하늘의 소리를 듣고자 하면, 꽃잎에 떨어지는 햇살의 소리도 듣는다고 합니다.

  • 2023-07-30 15:09

    그러니까요!
    침묵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를 관찰해보면 자신들의 기만을 얼핏얼핏 느끼는 에피파니의 순간인 것 같아요
    침묵 전후로 나타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요
    1, 오코너가 '티어니가 어쨌거나 돈이나 들고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한 이후 The three men fell silent
    2, 올드잭이 '그때가 참 좋았지. 그땐 뭔가 활력이 있었어' 이후 The room was silent again.
    3, 하인즈가 비아냥대며 '그 왕이 오면 다 잘되겠지' 말한 이후 퇴장할 때 헨치와 노인 said nothing.
    4, 파면됐지만 정치적 실세들과 접촉하는 키온신부를 헨치가 배웅하고 돌아 온 후 There was silent for a few moments.
    5, He was silent for two reasons. 크로프턴의 침묵인데 그는 보수당 당원이었다가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국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인물이기에
    동료들이 깔보기 때문이라는 것. 이 설명 후 병마개 소리가 미안한듯이 (apologetic) '폭' 소리를 내며 열리는 이유도 수치심을 느끼는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민족주의자의 후보 당원들임에도 정치적 신념보다 돈이나 바라듯이, 영국 왕을 환영해야 아일랜드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는
    박정희의 경제계획 논리였던 '민족자본'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신기해요. 민족주의자는 '민족자본'에서 '민족'을 보고, 보수주의자는 '자본'을 보면서 이 반대 진영을 묘하게 통합시킨 논리....

    자본주의와 민족주의에 마비돼 모순된 자기기만이 드러나는 어색한 침묵의 순간들!!
    소리 없는 침묵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지 보여준 또 놀라운 작품입니다.

  • 2023-07-30 18:43

    조이스가 사용한 'BLUE'단어의 정서가 이 음악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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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3-07-30 22:08

    와우..일욜 저녁 재즈음악..좋네요
    왠지 침묵하고 있음 안될거같아서..ㅎ
    이번주에 만날 A Mother..는 어떤 엄마일지 궁금하네요..요즘 과잉 학부모 논란으로 세간이 떠들썩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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