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Clay 후기

윤슬
2023-06-25 15:36
449

자칭 dry person 윤슬이 요즘 제임스 조인스의 글로 감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간 불편했던 감정들이 조금은 가라앉고, 이번에는 <Clay> 마지막 부분에 마리아가 불렀던 노래에 감정이 이입되어 마리아의 애잔하고 슬픈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복혜숙님이 올려주신 조수미 음성의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가 한동안 귓 가에 남아 세미나를 끝나고도 그 여운이 며칠간 계속 되었네요....

 

이번 시간에는 <Clay>를 다시 한번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 두 번째 읽으니 지난번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도 드러나고 훨씬 더 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마현님이 말씀하신대로 <Clay>에 단어 ‘nice’가 엄청 자주 나옵니다.

사마현님 덕분에 <Clay>를 새롭게 보게 되었어요.

허락을 받아야만 외출할 수 있는 자유롭지 못한 처지도, 젊음을 희생하며 돌보았던 조와 앨피에게서의 외면도, 주변의 놀림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으로만 간직한 결혼도 못하고 겨우 세탁실에서 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그녀의 상황은 전혀 나이스하지 않습니다.

또한 주변의 사람 어느 누구도 마리아에게 나이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모든 것에 모든 이들에게, 심지어 그녀의 늙고 자그마한 몸도 nice하다고 생각하고 느낍니다.

(nice fire, nice evening, nice people, nice person, nice body, he was very nice with her, Joe wife was ever so nice with her, Joe so nice to her.......)

 

저는 후기를 위해 <Clay>를 또 읽었는데요, 세미나 때 나왔던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하며, 그리고 이번에는 마리아의 내면을 따라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는 그녀의 감정이 잘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감정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녀를 보는 나의 감정만 있을 뿐입니다. 슬프다고 생각했던 마리아의 마음은 그녀의 마음이 아니라, 마리아를 보는 제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주변상황(주변인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이용하고,)에 대한 주관적 생각은 빼고 오직 마리아만 보았습니다.

 

후기를 쓰면서 마리아에 대한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녀가 나이스하다고 느꼈다면 그녀의 삶은 나이스한 것이 아닐까?

본인이 처한 현실에 괴로워하고, 희생을 감내하며 키웠던 자식같은 조나 앨피에게서 버림받았다고 괴로움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그녀에게 드러난 현실을 수용하는 그녀의 삶의 자세가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녀에게 드러나는 모든 상황과 사람들은 모두 나이스하니 말입니다.

 

<Little clould>의 챈들러, <Couterparts>의 패링턴은 온 몸으로 그들이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들의 불편함이 불편했구요, 아마도 <clay>에서 그 불편함이 다시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는 마리아가 불편하지 않아서일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음..제임스 조이스가 제 후기를 본다면 뭐라 할라나요?ㅋㅋ

댓글 5
  • 2023-06-25 16:52

    제임스 조이스가 제 후기를 본다면 뭐라 할까요?

    James Joyce said "NICE" !!!!

  • 2023-06-25 18:04

    nice, nice. nice 천지였구나. 첫번째 리딩에서도, 심지어 두번째 리딩에서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요.
    세미나 시간에 다른 분들이 알려 줘서 알았어요.
    얼마나 더 예민하게 이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요....ㅋ
    Mr. Joice, You are not knownable!!

  • 2023-06-26 21:27

    결코 'nice'하지 않은 삶이지만, 비참해지지 않으려고 스스로에게 'nice'를 외치는 마리아.
    나 또한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애써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 2023-06-28 00:17

    이 작품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1. 조이스가 제목을 세 번에 걸쳐 변경하면서 결국 clay로 정했다면 어떤 의미들이 중첩돼 있을까?
    2. “Maria laughed again till the tip of her nose nearly met the tip of her chin and till her minute body nearly shook itself asunder....”
    이 기괴한 모습의 마리아를 두 번이나 묘사한 이유가 뭘까?

    1. clay : 죽음/ 감춰진 약점, 위선적인 상태
    조이스는 종종 성서와 신화적 메타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성서적 의미의 clay를 찾아보니
    창세기에서 인간 창조에 사용된 재료가 clay였고, 다니엘서에서 clay는 "감춰진 약점(Feet of clay)”을 뜻한다.
    다니엘은 꿈을 해석하는 선지자로 느부갓네살 왕이 머리는 순금, 발은 진흙과 쇠로 되어 있는 조각상을 꿈에서 본다. 다니엘은 미래의 왕정시대의 상징으로 쇠처럼 강하기도, 진흙처럼 약하기도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발은 이후에 10개로 나뉜 로마 제국인데, 어떤 이들은 쇠처럼 강했고, 어떤 이들은 진흙처럼 약해 부서졌다.”
    여기서 유래된 "Feet of clay"는 ‘감춰진 약점, 숨겨진 결점’ 의미로 관용적으로 사용.

    2. "Very long nose" 거짓말쟁이 마리아
    작품 서두에 마리아의 생김새 묘사 중 "Very long nose".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비유적인 특징이라 한다.
    마리아의 이 긴 코는 웃을 때마다 턱 끝에 닿는다.
    웃을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피노키오가 떠오르며 거짓 웃음이란 걸 암시한다.

    마리아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속이고 감추고 덮어버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결혼의 욕망을 어머니라는 상징적 지위로 숨기고,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타자들을 nice(12회)로 숨기고,
    불쾌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기괴한 웃음과 요란한 몸짓으로 숨긴다.

    겉보기엔 다 nice 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veritable peace-maker’ 라는 호명의 거울에 갇혀 자신을 끊임없이 소외시킨다.
    “Maria laughed again till the tip of her nose nearly met the tip of her chin and till her minute body nearly shook itself asunder....”
    끊임없이 자신을 기만하는 마리아의 숨겨진 결점(clay)은 그녀의 실존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말것이다.

  • 2023-06-28 00:48

    윤슬샘, 결코 촉촉하신 분이십니다^^
    아마 윤슬샘은 마리아가 너무 가여워서 마리아의 "NICE"가 진심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을 거예요.
    저 역시 초반에 읽을 땐 그랬답니다,
    These barmbracks seemed uncut; but if you went closer you would see that
    they had been cut into long thick even slices and were ready to be handed round at tea.
    Maria had cut them herself.
    첫 문단에 조이스가 마리아를 자세히 들여다 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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