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적인 연결들> 3차시 <정치> 후기

뚜버기
2023-09-20 15:06
186

에프2에 새로운 친구가 합류했다. 일산 사는 작은물방울이다. 금욜세미나하러 오고싶다고 해서 냉큼 붙잡았는데, 어려운 책을 그것도 중간에 함께 하게 되서 도망가는 거 아닌가 신경쓰였는데, 다행히도 두번 더 읽은 우리와 큰 차이 없는 이해력을 보여주었다. 도망은 안 갈 듯 하다. 잘왔어요~물방울!

***

인류학을 쓰다 두번째 파트는 <정치>이다.

스트래선은 해러웨이가 80년대 중반에 쓴 글들에서 큰 영감을 받고 있으며 <사이보그선언>에 대한 훌륭한 해제이기도 하다.

80년대는 겉으로 보기엔 다채로운 대중문화가 꽃피는 시절이다. 이미지의 스펙터클은 무한히 뻗어나가면서 시각이 탈신체화되었다는 감각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탈신체성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의 시야는 시각이라는 신체 혹은 기계(스캐너)를 통해 펼쳐질 뿐이다. 해러웨이를 통해 스트래선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지 아는 신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객관적인 스캐너를 부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제기한다.

객관성은 초월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자와 접촉하고 경청하고 애정어린 배려로  타자의 관점에 서 보는 구체적인 행위에서 비롯된다. 다시말해 객관적인 시야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서 비롯되는 시선이 보증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적인 퍼스펙티”만이 객관성을 보증한다고 해러웨이는 단언한다.

“(오히려 우리는) 영장류의 색채감각과 입체시각을 갖춘 신체로서 우리의 이론적정치적 스캐너를 어떻게 부착해야 할지를 배워야 한다.”(<상황적 지식들>)

 

하나는 너무 적지만 둘은 너무 많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전체성 안에서는 정신과 신체가 나뉘고 자연과 문화는 구별되면서 위계와 속박이 생겨난다.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은 선을 긋고 차별하는 세계를 바꾸고자 했지만 전체성의 시야가 그들을 다시 이원론 안으로 갇히고 만다. 부분이 다시 전체성을 형성하고 한쪽은 다른 쪽의 자원으로 합병되어 버린다. 이를 목도한 해러웨이는 사이보그를 통해 통합적인 전체성이 아닌 부분적인 연결을 추구한다. 사이보그는 유기체와 기계의 혼종이다. 최첨단기계장치와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육체와 생활,문화와 불가분해지는 맥락속에서 우리는 사이보그이다.

“정치적 투쟁이란 동시에 (‘동물’과 ‘기계’의) 두 퍼스펙티브에서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각은 (…) 상대 관점의 유리한 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지배와 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132,<사이보그선언>)

스트래선은 사이보그로부터 “비교가능성 없는 양립성”이라는 연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비교가능하지 않는 부분들의 연결은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역량을 실현시키지만 결코 소유되고 포섭되는 관계도 아니며 부분과 전체의 관계도 아니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류학은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며 페미니즘 또한 그 담론을 외부로 현존시킨다.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는 상호작용의 수단이지만 소유되거나 포섭되지 않는다. 비교가능하지 않은 양립성은 양립하는 둘에 의해 더 포괄적인 퍼스펙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 신체화된 관계가 일어날 뿐. 

<사이보그 선언>이 나온 80년대 미국레이건정부는 미소냉전체제 하에서 스타워즈라는 우주군사프로젝트를 계획한다. 해러웨이는 세계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무시무시한 기술-군사 복합체의 그물망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킨다. 사이보그 역시 편리한 첨단전자제품의 말랑말랑한 이미지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인격이 기계의 작동경로에 갇혀서 통제될 때는 역량은 확장되지 않고 오히려 감축되며, 실제로 확장된 것은 전체 과정을 통제하는 자들의 권력”이라는 점 또한 스트래선은 강조한다.

 

부분2의 침입과 비교 파트는 정치적인 것에 주목하는 몇몇 인류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한다. 그들은 포스트모더니즘 민족지를 거부하면서 “상호작용, 즉 교섭의 조건을 누가 통제하는가 그리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가 지대한 문제인 세계에서 인류학자는 유희의 감각이 아닌 정치적인 감각을 키워야 한다”(프레더릭 에링턴과 데보라 게워츠)고 말한다. 파비안은 인류학적 설명이 동시대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은 인류학이 모든 차이를 문화적 차이로 읽어내는 포스트모더니즘 형식에 빠져든 것을 비판하면서,  자기 생산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이론에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트래선은 여기서 흥미로운 논점을 발견한다. 문화적’이라는 형용사든 ‘사회적’이라는 형용사든 어느쪽으로도 차별화의 작업을 할 수 있고 어느쪽에서든 급진적이고 비판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은 인류학적 기획의 각기 다른 스케일처럼 행동한다. 어느 성좌(배치)든지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현실로 간주되는 무엇, 다시 말해 권력관계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148)

결국은 스케일의 문제이며 또다시 질문은 "타자들 사이의 차이로 우리가 지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온다. <미학> 파트에서 난감하다고 언급했던 “한때 인류학의 중심이었던 횡-사회적인 비교”의 관계와 연결들을 어떤 스케일로 다룰 수 있을까라는 문제말이다. 스트래선은 사이보그를 통해 “연결을 연결 자체의 스케일로 상상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비친다.

스트래선은 또 다른 문제로 수의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인류학자들은 단독자들의 복수(하나들, ones) 아니면 한데 모은 총체로서 하나의 다수성(multiplicity)을 다룬다고 말한다. 이 말이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세미나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감이 오는 듯했다. (역시 세미나는 좋은 것이여~) 하지만 이는 인류학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뿔뿔히 흩어진 것들 아니면 끈끈하게 연결된 전체 라는 양자택일의 구도로 생각이 흘러갈 때가 많지 않은가. 하나는 너무 적고 둘은 너무 많다. 스트래선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원자론적 개인을 넘어서면서도 의미를 공유하는 전체론적인 공동체의 성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인격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비교분석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159)

스트래선은 사이보그는 단수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며 하나도 여럿도 아니기 때문에 전체론적으로나 원자론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흥미로운 복합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인류학자의 글쓰기는 서로의 확장으로 작동하는 부분들 사이에서 일종의 집적회로를 형성한다. 확장의 장으로서 사이보그는 여행하지 않고 이동한다. 마치 사회생활의 한 측면에서 다른 측면으로 사고를 도약시키듯이.”  마지막에 나온 이 구절을 읽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하지 않고 이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 없이 태어난, 고향이 없는 사이보그는 귀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동한다. 타일러가 말하는 상식 세계로 귀환하여 통합될 것이 예정되지 않은 채 타자와 만나는 그런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분량은 적었지만 구절구절 어떤 맥락인지 물어가면서 텍스트 이해에 집중하다보니 뒷부분은 빨리 넘어가서 아쉬웠습니다. 집중하다보니 나온 이야기들도 제대로 메모를 못 해서 빠진 부분도 많을 것 같고 여전히 오독한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 댓글로 채워주시기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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