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쓰레빠 (!) 신고 모종심기
빛내.
2011-05-19 23:33
2990
점심 먹고 나서려는데 마음님이 늘 그렇듯 진지한 얼굴로 묻습니다.
"오후에 시간 있으신 분~"
딱히 시간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하기 뭐했지만
그 진지한 얼굴을 외면할 수 없어
청바지에 쓰레빠(!)라는 몹쓸 복장이었지만 간다고 했습니다.
시습님, 오랫만에 오신 물보라님과 함께 나섰지요.
텃밭에 가서 호미를 꺼내려 열쇠를 보니 텃밭 창고 열쇠가 아니라 화장실 열쇠네,
다시 갔다 왔지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 핸폰으로 찍었습니다.
밭에 들어서니 감자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더군요.
수도가 어디있네 우물이 어디있네 했는데 쉐르빌쪽으로 물길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오는 길엔 거기 사는 오리도 봤습니다.
호미로 홈을 파고 그 도랑에서 물을 떠다 부으며 제일 먼저 고추를 심었습니다.
그 다음에 쑥갓과 치커리를 심엇지요.
고구마는 원래 눕혀 심는 거라지만 심어놓은 모양 봐서는 다 죽을 거 같은데
내일 비가 온다니 살아나겠지요.
나오려는데 우리 차 앞에 웬 물탱크 트럭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살펴보니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있던 한 총각에게 소리쳐 물어보니 마침 그 차 주인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차 키 꽂혀 있으니 그냥 빼랍니다.
헐~ 내가 그렇게 능력있어 보였나?
계속 손짓으로 불렀더니 결국 와서 빼주더군요.
"차 키 꽂혀있다고 나 보고 빼래." 했더니
마음샘이
"저렇게 큰 차를 어떻게 운전해, 우리 보고 들어서 옮기라면 몰라도."
그러게 말입니다.
쓰레빠 신고 왔다갔다 했더니 발등에 여기저기 물집이 잡혔습니다.
땅과 호흡하며 산다는 게 안 하던 일이라 쉽지만은 않네요.
이 녀석들을 심기 전,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을 때
'웬 봄비가 이렇게 자주 와, 귀찮게.' 했습니다.
이 녀석들을 심어놓고 보니
'어서 비가 와야 땅도 물러지고 얘들이 살아나지' 싶습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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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후덥지근하던데요.
잘 다녀오셨군요.
이왕이면 마음,빛내,시습, 물보라쌤 모습도 한컷 찍어올려주시잖코!!
우와!
감자가 지난주보다 훨씬 키가 컸네요!
고구마가 누워서 흐느적 거리는 모습을 보니..
오늘 비가 정말 반갑네요.^^
나도 빨리 가서 저 녀석들을 한번 봐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