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Grace 2회차 후기

토토로
2023-09-05 23:00
870

『Grace』

이 작품은 어쩌자고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그래도 덤벼서 최대한 집요하게 파해쳐보자.( 꼭꼭 씹어봅시닷.)

2회차 후기에서는 프리다샘의 지난 후기에다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하고, 이번 시간에 공부한 것을 첨가해가면서,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Mr. Kernan- 타락한 사람이자, 추락한 사람/ 아일랜드인을 상징

 

1) 가망없고 helpless, 추락했으며 had fallen, 개탄스런 모습에 deprorable figure, 얼굴은 오물이 가득한 바닥으로 향해있고 , 스스로 엉망진창에 빠져있다 . 결혼을 위해 개신교에서 카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예배와 설교에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는 카톨릭에 대해 은근히 적개심 calm enmity를 품고 있다. 그는 친영파이자 개신교도인 오렌지맨 orangeman 친구와도 술을 퍼마시며, 개신교나 카톨릭이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말에 감명을 받는 등, 다소 ‘팔랑귀’ 스런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종교적인 확신이 없으면서도 친구들을 따라 피정을 가게 되는 거겠지.

 

2) 커넌씨의 특징 중 다른 하나, 그가 꽤 '부심'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dignity를 지키기 위해 목을 빳빳하게 쳐들고, 베테랑의 자존심을 veteran’s pride 가지고 있다. 물론 한때는 그가 잘 나갔고, 청년 시절엔 여자에게도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였으리라. 그러나 그의 사회적 지위는 이제 기울어버렸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올드한 스타일로 영업을 하고, 심지어 옷까지 올드하게 나폴레옹 스타일로 입는다. 현실 적응력이 꽤 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인다.

 

3) 아이들이 크기 전까지 그는 부인을 때리는 남편이었다. 연달아 술을 마시며 가장 노릇에 소홀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며, 그나마 있는 돈도 먹고 노는데 써버려서 그의 부인은 외상으로 식료품을 사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예배당에 가있고, 술 취한 아빠는 집에 들어와 아이들에게 주사를 부리는 모습. <더블린 사람들>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게다가 커넌씨는 혀까지 잘려나갔으니...진짜 이를 어쩐담. 등짝 한 대 후려치고 싶다.

 

 

 

constable, police (경찰)-비판의 대상

 

1)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느낀 점, 조이스가 아일랜드 경찰 당국을 상당히 부정적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커넌씨가 쓰러진 사건 현장에서도 경찰은 딱히 한 게 없다. 커넌씨를 계단 위로 들어 올린 사람, 엎어진 커넌을 뒤집어 준 사람, 커넌을 위해 물을 가져다달라고 한 사람, 커넌이 흘린 피를 닦아 준 사람은 다 익명의 누군가였다. 현장에 도착한 몸집이 큰 경찰은 그저 사투리 억양을 써대면서 자신이 오히려 어떤 착각의 희생자(the victim of some delusion)가 될까봐 걱정한다. 심지어 Mr. Power에게 뒷돈을 받고 사건을 대충 무마시켜 준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 않다면 커넌은 음주에 관한 법을 어겼기 때문에 구금됐을 것이다. (심지어 파워씨 조차 경찰국 직원임)

 

2) 그러고 보니 조이스 소설에서 경찰은 다 구린 역할을 맡고 있다. <After Race>에서 정육 사업을 했던 Jimmy의 아버지는 경찰과 결탁하여 큰 부를 쌓았다. <A painful case>에선 한 여인의 의문스런 죽음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 더블린 시민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것이다. 조이스는 이런 모습을 끔찍하게 싫어한 것 같다.

country bumpkins, ignorant bostoons, omadhauns 모두 경찰을 지칭하면서 쓴 표현으로, 모두 부정적이고, 비하하는 단어들 뿐이다.

 

 

 

타락한 종교에 대한 혐오/  주변 사람들으로부터 오는 Grace!  

 

1) Grace 는 아일랜드 카톨릭 문화, 카톨릭 교단, 그냥 습관이 되어버린 종교를  ‘콕 찍어 까기’ 위한 작품이다. 타락한 신부, 돈만 밝히는 신부, 사창가 거리와 이름이 같은 신부, 그런데도 그런것에 대한 비판도 자각도없이 예배에 참석하고, 신부에게 고해를 하는 아일랜드인들에 대한 조이스의 통탄이 느껴진다.  술구렁텅이에서, 폭력에서, 가난에서 종교는 아일랜드인들을 구해주질 못하고 있다.

그저 습관이 되어버린 종교일 뿐이다. Religion for her was a habit! 

<The Boarding house>의 Mrs Mooney는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파렴치한 짓을 벌이지 않았던가. 딸의 임신을 미끼로 사랑없는 남자의 발목을 꽉 부여잡고 결혼시켜버리는 짓.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게다가 더블린의 엄마들은 교회에 가서 기도하느라 애들을 방치하고 있다. 엄마없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거친 언행을 배우고, 심지어 아버지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2)조이스는 어릴적에 예수회(Jesuits)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녔다. 그곳에서 그는 부적응자였고, 종교적인 억압에 고통 받았다. 결국 그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이번 작품 <Grace>에서는 예수회에 대한 그의 증오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크고, 교육도 잘 된 교단이지만 사실은 개혁을 한번도 하지 않는 교단, 상류층 취향에 맞춘 교단,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교단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신부는 무식하고 거만하다니.(ignorant and bumpious)  조이스가 얼마나 예수회 교단을 싫어했는지 알 수 있다.

 

3) 이렇게 타락한 종교가 사람에게 은총을 주지 못하고, 구원을 하지 못한다면 그럼 아일랜드 인들은 누구로부터 은총을 받을 것인가.

정답은 바로 작품의 앞 부분에 있다. 아무런 대가없이, 술 취한 커넌을 도운 이름없는 사람들. 공동체 이웃들. 조이스는 그들이야 말로 서로에게 은총을 베풀면서 서로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4) 이쯤에서 생각 난 사진이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폐지 리어카를 밀고가는 노인에게 조용히 우산을 씌워준 여자. 

너무 잘 찍혀서 설정샷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지나가던 기자가 우연히 찍은 것이라고 한다.

빗 속에서 힘겨운 하루를 보냈을 노인에게 은총을 베푼자는 익명의  맘씨 따뜻한 한 여인이었다.

신이 아니라....

 

댓글 4
  • 2023-09-06 21:44

    제임스 조이스는 치밀하고 예민한 카메라맨이다.
    디스커버리 촬영기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초밀착으로 촬영한다.
    어릴적에 '꽃위의 벌이 날아가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벌의 날개가 부르르 떠는 장면'과 '꽃가루가 흩날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감탄해 마지 않았던가!
    그 감탄의 연속이 이 'GRACE'라는 단편이다.
    달라진것은 시각을 텍스트화 한것일 뿐!!
    더하여, 조이스는 더 신묘한 힘을 발휘한다.
    그 '벌'이 나의 머리속을 날라다닌다. 두통을 유발한다. OMG
    머리만 살피는게 아닌 '의식의 흐름'까지 서술한다.
    프리다님의 후기 해설을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화하나 쉼표하나 그냥 넘기지 않는다.
    선명하다가 어느 순간 흐려지고, 줌아웃과 줌인을 '떨어지는 먼지 하나'로도 다르게끔 표현한다.
    바쁘다. 도대체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의 의식은 오늘도 '요지경'이다.
    하지만, 즐겁다.
    나는 '복' 받았다.
    벌처럼 묻혀간다.

    토토르님의 후기를 잘읽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 2023-09-07 14:24

    저도 이 사진 보고 마음이 참 따뜻했었답니다.

    '타락한 종교의 혐오'가 매 단편마다 짙게 깔려있어요.
    이번 Grace야말로 종교 '콕까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예수의 정신은 약자를 위한 철학인데 여전히 권력과 이권 다툼으로 부패하고 있으니 말이죠.

    올려주신 사진을 보고 상반된 이미지가 떠올라 공유합니다.
    제가 종교에 회의 갖게 된 13여년전의 어느 날.
    헌금 봉투에 펀치 구멍 세 개가 나란히 뚫어져 있더라구요.
    그 순간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요즘 헌금 봉투는 더 노골적으로 진화했네요.

    헌금봉투.jpg

  • 2023-09-09 17:58

    제임스의 익명 = Grace가 확 와닿는 사진이네요.
    따뜻한 마음은 종교도 종교인도 아닌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었네요
    예수의 사랑은 진정이었을텐더, 교회가 종교인이 교묘하게 망쳐놓았어요

    헌금봉투는 너무 노골적이네요 ㅠㅠ

  • 2023-09-10 21:30

    사진 한 장이 다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익명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행동이지만, 헌금 봉투는 익명스럽지 못하네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57
10월 30일 단어 (2)
바람~ | 2023.10.26 | 조회 257
바람~ 2023.10.26 257
356
Louis Sachar - 2회차 후기 "Every 삽질 matters!" (6)
진공묘유 | 2023.10.19 | 조회 419
진공묘유 2023.10.19 419
355
10월 23일 중국어 단어 (2)
노라 | 2023.10.19 | 조회 277
노라 2023.10.19 277
354
Louis Sachar < HOLES > - 1회차 후기 (6)
사마현 | 2023.10.10 | 조회 477
사마현 2023.10.10 477
353
10월 16일 중국어 단어 (2)
노라 | 2023.10.10 | 조회 279
노라 2023.10.10 279
352
9월 25일 중국어 단어 (2)
노라 | 2023.09.22 | 조회 224
노라 2023.09.22 224
351
<더블린 사람들> Grace 3회차 후기- 진정한 Grace를 찾아서 (6)
프리다 | 2023.09.18 | 조회 1090
프리다 2023.09.18 1090
350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젊은 예술가의 초상)] 함께 읽어요 (8)
영어강독 | 2023.09.12 | 조회 1321
영어강독 2023.09.12 1321
349
<더블린 사람들> Grace 2회차 후기 (4)
토토로 | 2023.09.05 | 조회 870
토토로 2023.09.05 870
348
9/11 단어 (2)
바람~ | 2023.09.05 | 조회 278
바람~ 2023.09.05 278
347
<더블린 사람들> Grace 후기- 신의 은총 VS 인간의 은총 (8)
프리다 | 2023.09.04 | 조회 1055
프리다 2023.09.04 1055
346
9/4 단어 (2)
바람~ | 2023.08.31 | 조회 257
바람~ 2023.08.31 25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