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린 사람들 > A Mother 후기 - 2차

윤슬
2023-08-26 16:10
579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다른 관점이 나오고, 같은 사람이라도 읽는 시점에 따라,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읽혀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에 읽은 <A Mother>도 그렇다.

<A Mother>의 커니 부인을 각각은 어떻게 보았을까?

 

나는 처음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딸에게 과하게 투사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엄마의 모습만이 보였다.

 

후기를 위해 다시 한번 읽었다. 이번엔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았다.

그러자 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만 보였던 커니 부인이 조금은 달리 보였다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은 민족주의적 목적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앞섰고, 연주회를 주최하는 주최측은 능력 부족에다 준비부족으로 커니 부인의 도움으로 겨우 연주회를 열 수 있었다. 연주회 당일 행사준비로 분주해야 할 직원들은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었고, 이런 민족적인 연주회에 더블린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다. 그야말로 연주회는 엉망이다.

출연료 문제로 시비가 붙긴했지만 지신의 이익과 명예를 지키려했던 커니 부인을 이제는 비난할 수 없다.

 

마지막에 홀러헌씨가 연주회를 중단하고 나간 커니부인에게 화가 나서 한 말,

“That’s a nice lady!” he said. “O, she’s a nice lady!”
문학공네 번역판엔 “잘난 숙녀이셔!” 그는 말했다. “오, 정말 잘난 숙녀이셔!”로 나온다.

한 때 유행했던 “잘났어 정말”의 의미로 커니부인을 비아냥 거리는 홀리헌의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게 나이스가 정말 나이스하게 들린다

그녀는 멋지다!!!  엉망으로 되어가는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에 한방 먹였다!

조이스의 한방이지 않을까? (토토로님의 표현 돌려까기ㅋㅋ)

 

더블린 사람들을 읽으면서 나는 숨겨져있던 무의식이 밖으로 불쑥 나와 몹시 불편하고 기분나쁜 경험을 여러번 했다. 이번엔 한 선생님의 깊게 박혀진 억눌린 감정의 고리가 터치되었나보다. 오랫동안 꾹꾹 참아온 그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터뜨리셨다한다.

우리 함께 아파하고 응원했다.

많이 힘들고 아프시겠지만 눌러만 놓고 살았던 감정들을 다 쏟아내버리셨으니 많이 가벼워지셨으리라 생각한다.

 

새삼, 문학의 힘을 느낀다. 누군가의 무의식을 건드려 표면으로 드러나게 하고, 누군가의 감정을 끄집어내 터뜨리게 해준다.

이렇게 묵은 것들은 걷어내면 우리의 삶은 더 편안하고 가벼워지지않을까?

오랜만에  문학작품을 읽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댓글 4
  • 2023-08-28 10:39

    (과거)학부모 생활 하면서 커니부인 같은 사람 종종 만난거 같아요.

    능력도 있고, 일도 잘 하고, 머리도 좋고, 의욕적이고, 자기 주장도 확실한...

    그러나 그것이 아이에 관한 것이 되었을때,아이보다 부모가 나서고, 부모의 실력 발휘가 되는 경우도 몇 번 목격했어요.
    일명 돼지엄마도 본 적 있고, 치맛바람도 보았고...ㅎㅎ

    그렇게 A MOTHER는 지난 시절 제가 만난 여러 엄마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엄마일까...되돌아보지 않을수 없더군요.

    더블린 사람들의 작품 하나하나가 다 제게 질문을 던지네요.
    "이봐! 너 자신은 어떤 것 같아?" 라고

  • 2023-08-28 23:35

    A Mother는 ‘엄마’라는 호명 안에 내포된 모성애 신화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욕망을 딸을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집착이 기이하게 뒤엉켜 마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커니와 딸의 음악적 재능은 단지 구혼자를 찾기 위한 수단이고, 그녀의 주변 인간관계도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한 수단일 뿐.
    계산하기도 까다로운 '기니'로 계약하고, 불어를 사용하면서 시골 출신을 경멸하는 시선 등에서 커니의 허영을 볼 수 있어요.
    자신의 낭만적 욕망을 누르며 터키사탕을 잔뜩 오물거렸듯 '엄마'가 되어 좌절된 욕망을 딸에게 투사하며 딸을 억압하는...

    억압자이면서 피해자인 'mother'
    '엄마'라는 호명이야말로 여자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가두고 마비시켜 버리는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이블린 엄마의 진부한 희생의 삶의 외침처럼...
    데레본 세론! 데레본 세론!

  • 2023-08-29 08:04

    저도 윤슬샘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아직은 저 엄마 치맛바람 쫌!!! 이런 느낌을 지울수가 없거든요. 역시 후기의 힘!!! 입니다.

    저는 제목에서 a 대신에 the를 쓰면 뉘앙스가 많이 달라질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었어요. 조이스가 제목도 함부로 안 지으시는 분이니..... ㅎㅎㅎㅎ a 에 보편성을 부여했다는 생각또한 들었습니다. 콕찝어 '누구네 엄마가 그렇다더라~~' 가 아니라.....음... 너너너너너너 니들 전부 다~ 말하는거야~ 이런 느낌 이랄까요?

    앞으로 그 헬리코터맘을 둔 그 아이의 인생은 어찌 펼쳐질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빠였으면서...

    • 2023-09-09 18:19

      'A mother'의 'A'! 생각 못했던 부분이네요.
      네 맞아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저 역시 '너너너너너너 니들 전부 다~' 에 자유로울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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