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모더니티>7회차 후기

최현민
2018-04-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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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미나에서는 뚜버기 샘이 가치 이론에 관해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강의 덕에 글쓰기 과제가 없어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강의를 듣고 맑스의 자본론에서 가치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가치를 대변하는 화폐가 어떻게 등장하고 물신 혹은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상품의 두 가치

일반적으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할 때의 가치와, 맑스가 상품에게서 발견한 가치의 개념은 달랐습니다. 상품에는 두 종류의 가치가 있다고 맑스는 정리합니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입니다. 사용가치는 상품의 쓸모혹은 유용성에 의해서 책정되는 가치입니다. 반면 교환가치는 두 상품들을 교환할 때 드러나는 상품 간의 양적 비율입니다. 예컨대, 20kg을 운동화 한 켤레로 교환하는 것과 같은 비율입니다. 교환 가치는 말 그대로 교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의 속성입니다. 공기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공기의 사용가치(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나 공기를 사고팔지는 않습니다. 굳이 무언가와 교환하지 않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가지 않은 공기에는 교환가치가 없습니다. 상품들을 주고 파는 시장에서는, 교환가치가 곧 상품가치입니다.

상품의 교환은 언제나 등가교환의 원칙 위에서 일어납니다. 가치가 동등한 것끼리 교환해야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앞서 말했던, 20kg이 운동화 한 켤레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이상해보입니다. 무게와 켤레는 다른 차원의 성질입니다. 무게와 길이처럼 다른 차원의 성질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품들 간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비교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발견합니다. 그건 모든 상품은 인간의 수고가 들어간, 곧 노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상품들의 가치는 동등한 척도인 노동시간에 의해서 좌우됩니다. 사람마다 동일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 요구되는 노동시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편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으로 상품의 가치를 매깁니다.

 

-가치의 증식

상품들의 교환은 등가 교환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상품을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없음을 말합니다. 그런데 상품의 교환을 통해서 가치를 증식해내는 집단이 분명히 있습니다. 가치의 증식은 어떻게 발생할까, 이 문제의 해답은 노동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치의 원천인 노동은 잉여가치를 생산해냅니다. 예를 들어, 필통에 필요한 재료를 80코인에 구매해서 필통 하나를 생산하면 필통의 가격은 그대로 80코인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90 혹은 100코인이 됩니다. 인간의 노동력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재료는 모여서 필통으로 형태를 변화시켰을 뿐, 성질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이 노동력이 투자되어 필통이 생산되었고, 노동력은 20코인이라는 새로운 잉여가치를 창출했습니다.

 

-화폐의 등장. 물신이 되어버린 화폐

상품의 가치는 다른 상품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표현될 수 있습니다. 20미터의 아마포를 1벌의 저고리와 교환할 수 있다면, 20미터 아마포의 가치는 1벌의 저고리라고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아마포의 가치는, 아마포와 교환되는 다른 상품에 견주어 보았을 때만 어림할 수 있습니다.

등가교환에 원칙에 따라, (강의의 예시를 따르면) 20미터의 아마포는 1개의 저고리, 10그램의 차, 1리터의 밀과 교환될 수 있습니다. 상품들 간의 적정한 비율에 맞춰 교환을 반복하다보면, 상품 중 하나는 교환비율의 척도가 됩니다. 20리터의 아마포가 그 역할을 한다면, 아마포는 일반적 등가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포는 언젠가 일반적 등가물의 자리를, 거래하고 소유하기에 편리한 상품(금 혹은 지폐)에 내어주게 됩니다. 금이 일반적 등가물의 자리를 독점하게 되어 모든 상품이 금을 매개체로 교환될 때, 금은 화폐가 됩니다. 현재는 역사적 위인이 그려져 있는 인쇄종이 한 장이 화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통용되는 지폐의 가치에 비추어 봤을 때 지폐의 실질적 가치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화폐라는 역할을 벗겨낸 지폐는 고급스런 종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폐로 대표되는 돈이 실제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교환할 수 있다는 화폐의 속성, 혹은 그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어떤 상품과 교환할 것이 아니라면, 달리 말해 거래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돈은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품들과 언제든지 거래할 수 있다는 돈의 잠재적인 가치는 돈이 실재하는 가치를 지니는 걸로 혼동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돈은 물신이 되었습니다.

댓글 2
  • 2018-04-11 13:48

    후기를 보니 다시한번 정리가 되네요~

    조용하지만 저희가 돈에 관해 알아야 할 핵심적인 사항을

    쉽게 설명해 주신 뚜버기 샘 덕분에  

    돈에 한발짝 더 다가갔습니다^^

    짐멜은 또 어떻게 얘기할까가 기다려지는데..그나저나 시간이 왤캐 빨리 가나요?ㅠㅠ 저만 그런가요?!^^

  • 2018-04-11 18:01

    길고 자세한 후기 감사해요~ 

    노동과 노동력에 대해서도...한참 이야기했었지요.

    노동력은 화폐와 교환되는 것 즉 교환가치를 갖는 것이고,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갖는 사용가치가 노동이다. 

    내가 만들지 않고 누군가가 만든 걸 사는 이유는 그게 더 싸기때문이고,

    그래서 늘 상품으로서의 노동력은 가치의 증식을 만들어내도록,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었다....로 저는 이해했어요~

    르꾸샘~! 문탁생활하다보면 5년이 기냥~ 후딱 갑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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