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평 182호> 1차시 후기_개미와 베짱이를 오가며

관리쟈
2023-07-09 04:41
238

녹색평론은 1년여의 휴간 끝에 182호를 발간했다.

공교롭게도 처음으로 파지사유에서 녹색평론 세미나를 처음으로 참가했었는데, 그 세미나에서 휴간 소식을 들었었다.

아, 이대로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가하는 마음에 착잡했었기에 새로운 발간 소식이 기뻤다.

 

김정현 선생은 발간사의 제목을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로 하였다.

전쟁과 기후재앙은 근대 산업문명의 내재적 속성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긴급한 위기로 읽히는 기후문제는 산업문명이 초래한 최신증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기후담론이 1.5도에 갇혀있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한다. 더 근본적인 산업문명에 대한 불복종 저항을 시도하지 않으면 해결이 될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문제의 다섯 꼭지에 대한 토론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것은 이런 발간사와 이유진씨의 ‘1.5도 너머의 세계’가 관점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이유진씨의 이야기는 각국의 그린뉴딜 현황을 소개하고 한국정부가 그에 역행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기후정치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런 예로 소개한 것이 미국의 '썬라이즈무브먼트'인데, 그들은 2030이 주축이 된 기후정의행동단체로, 바이든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정치행동을 벌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린뉴딜 재도입’을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린뉴딜을 위한 정치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뭔가 발간사에서 밝힌 자급자족적 탈산업문명과 다르게 읽히지 않는가? 이런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치적 행동과 대책이 필요한 건 맞다, 그린뉴딜에 대해서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세미나를 통해 두 가지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긴 것 같다. 하나는 2030의 썬라이즈무브먼트와 2030의 채원이의 발언과 관련된다. 채원이는 녹색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세대이고, 실패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그러므로 이유진씨의 발언은 자신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읽혔다고 한다. “1.5도를 못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다만 인간과 지구에서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실패했지만 좌절하지 말자는 메시지로 읽는 채원이의 세대 감각이 미묘하게 낯설었고, 내가 보는 기후행동의 시야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세대들은 1.5도의 위협에서, 저항의 실패에서, 어차피 망할 것이니 그냥 버는대로 쓰고 현재만 살자는 생각이 크다고 한다. 

 

또 하나는 정형철씨의 ‘사람들의 마음에 씨를 뿌리다’에서 소개한 다큐멘타리 ‘개미와 베짱이’에서 든 생각이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기후변화’가 황폐해진 강과 땅의 원인임을 알게된 '치타야'는 가장 책임이 큰 미국에게 아프리카의 실상을 알려주려 간다.  그가 만난 미국은 매우 경이롭다. 그리고 다르다. 미국에서 동물의 사료로 쓰기 위해 재배하는 대농장의 옥수수와 콩은 말라위에서는 없어서 못먹는 귀한 음식이다. 유기농 재배를 하는 양식있는 농장주의 식탁에서 마주한 거대한 음식 접시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우린 이런 채소를 키울 수 없어요.’

이런 장면과 그린뉴딜이 오버랩되면서, 내가 기후행동과 관련해서 떠올리는 어떤 이미지에도 미국과 중국의 정책은 있지만 말라위의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미국의 바이든은 IRA 예산을 집행해서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늘리고, 중국은 에코파시즘이라 불릴 정도로 화석연료중단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정부는 그렇게 못하지만 아프리카도 그렇게 못할 것이다. 가장 책임이 큰 국가들이 그린뉴딜에 앞장서고 정책도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역으로 말하면 기후위기대응의 정책, 기술 등의 불평등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선진국일수록 그린뉴딜에 성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를 숙제로 남겼다.

 

전쟁에 관한 네 꼭지는 윤석열정부의 친미, 친일 행보를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심층자료를 제공해준 것과 같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구상이 완료되었고, 그 실행을 위해 우리 대통령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 것이다. 그 전략상의 실제 지위에서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한국은 최전선의 방위국이다. 마치 2차세계대전 이후의 한미일의 지형과 비슷하다. 중국-대만-한국-일본-미국, 이렇게 가운데 위치한 한국의 지형이 참으로 고민스럽다. 전쟁부분은 아직 남아있는 꼭지가 있어서 다음 시간에 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신청하신 분 중 두 분이 못오셔서 8명이 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공부 속에서 놓치게 되는 현실의 폭넓은 시야를 이런 세미나를 통해 다시 접하게 되니 조금은 균형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도 말과 표정을 섞으니 좋았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면 물론 더 좋겠지~

 

2회차 분량은 107쪽~213쪽입니다. 첫 시간에 못오셨던 분들도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메일로 링크를 드린 ‘울림’님, 잘 받으셨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1
  • 2023-07-09 18:37

    이유진 선생의 그린뉴딜과 기후정치를 긴가민가 하면서 읽었는데
    어제 신문 신간 소개에는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이라는 책이 소개되었네요.

    북반구 그린뉴딜은 기후부채문제를 외면한다고 하는거지요. 기후부채를 위한 배상을 중심에 놓고, 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민중주권을 확립하는 게 그린뉴딜이라고 말하네요. 아..
    그래서 북반구 그린뉴딜은 생태근대주의, 생태제국주의와 다름 없대요.
    중국은 거의 에코파시즘을 우려할 정도고, 유럽과 북미는 생태제국주의라...

    아...'생태'라는 단어로 퉁칠 수 없는 너무 많은 문제들이 있군요. ㅠㅠ 어렵네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99123.html

    202307065041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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