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적 연결들] 마지막 후기-연결되는 부분들

관리쟈
2023-10-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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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부분으로 ‘사회들’에서는 사회적 연결들에 대해 다룬다.

이 파트는 어쩌면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되지 않는 사회들에서 연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정리하는 장일 수 있다.

난해한 스트래선의 주장을 따라왔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지?를 여전히 질문하게 되는 상황이 고민스러워서 

다시 정리하려고 고심하다보니 후기가 늦었다.

그러나 많은 부분 독해되지 않는 관계로 여전히 어렵다.

 

스트래선은 포스트모던의 글쓰기, 비평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 책을 썼다.

포스트모던의 내러티브 글쓰기가 지닌 문제는 전체론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족지를 불완전 텍스트로 가져와 독자들에게 해석의 연쇄를 열어주는 방식은

얼핏보면 전체주의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안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책 제목인 ‘부분적인 연결들’의 ‘부분’은 인류학자들이 지칭하는 이러한 민족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상상된 하나의 포괄적인 전체로부터 요소들을 잘라낸다는 바로 그 관념 속에서 창출된다.”

이를테면 포스트모던의 대표적 기술인 콜라주는 부분들을 전체로 통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너무 많이 잘려서(파편화) 파편들이 어딘가에서 왔다는 더 큰 전체를 암시한다. 전체성은 없어지는게 아니라 숨겨지는 듯하다. 이것은 포스트모던의 인류학인 ‘성찰인류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류학자는 민족지를 통해 비서구문화를 재현하는 대신에, 즉 대변자가 되는 대신에 여행자가 되어 돌아와서 그 문화를 소개한다는 이미지를 갖는다. 스트래선은 이 여행자의 이미지를 단독자, 즉 하나의 전체로 보는데, 결국 텍스트로서의 민족지 해석에 관여하는 독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채 이 여행자는 익명의 대변자, 전체가 되는 것이다.

‘부분’은 ‘잘라냄’을 암시한다. 콜라주적 절단이 아니라면 어떤 절단이 이 전체주의를 탈각시킬 수 있을까? 반전되는 절단과 인공기관적 확장을 통해 아예 ‘전체’를 논의에서 지워버리자고 한다. 이를 위해서 로이 와그너의 반전인류학을 참조한다.

 

뉴아일랜드의 바록의 입사식을 보자. 의식을 치르는 공간은 옆으로 누운 나무의 이미지를 따라 배치된다. 뿌리 쪽에는 모계 조상의 무덤을 놓고, 반대편 가지 쪽에는 열매들이 달린다. 이 열매는 생식력, 삶을 의미한다. 의식의 진행 중에 돌담 밖으로 나가서 숲에서 가져온 실제 나무를 거꾸로 세운다. 하늘로 치솟은 뿌리에는 돼지와 빅맨이 올라선다.

이 의식에서 나무가 반전되는 것을 형상-땅의 반전이라고 와그너는 부른다. 그 이전에 스트래선은 이것이 이미지임을 강조한다. 즉 형상은 이미지이다. 또 하나, 나무는 숲에서 잘라져 떼어내진 것임도 중요하다. 이는 전체로 환원되지 않는 잘라냄을 의미한다. 나무의 줄기와 가지에는 갖가지 장식들이 달리면서 사회적 관계를 이미지화한다. 이 나무는 사회적 관계를 형상화하는 사회적 인공물이고 땅은 그 사회적 관계, 또는 사회성이다.

 

“멜라네시안인들은 은유적으로 개인을 전도시켜 문화의 뿌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나무를 뿌리째 뽑아 물구나무 세워 나무줄기가 항상 뿌리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산에 뿌리뽑혀 나온 나무, 역전을 위해 뒤집히는 나무, 그리고 반전의 이미지를 통해 현재의 사회적 관계로서 빅맨이 모계조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현전시키는 방식... 이 모든 것은 의례에 쓰이는 사물의 역할이다. 사물은 이미지를 통해 사회성을 드러낸다. 어떤 의미에서는 망각될지도 모를 사회성까지도. 그런 식으로 현재의 사회성을 재창조한다. 이런 반전의 힘, 사회성을 재생성시키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바록 사람들은 이 반전을 ‘힘’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힘이다.” 즉, 사물 자체에 내재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스트래선은 사회적 연결, 변이를 만드는 것은 인공물 그 자체에 있음을 주목한다. 신유물론에서 존재론적 전회의 효시로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반전의 이미지들은 사물 자체에 내재되어 있고 적당한 관계에 따라 불러내어진다.

그렇다면 이 반전을 반복함으로써 사회적 관계가 증대되어 전체화될 수 있을까? 스트래선은 아니라고 한다. 전체화는 이 인공물 외부에서 인공물을 부분화해야 된다. 그러나 인공물은 인공기관의 확장이지만 반전되기 위해 절단되는 것은 이미지이지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형상과 땅은 각각의 차원으로 작동한다... 하나의 퍼스텍티브로 두 번 본 것이다. 각각은 서로와의 관계에서 불변하는 것으로 처신하기 때문에 이것들의 차원은 전체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반전의 행위는 증가하지만 사회성은 가산되는 양이 될 수 없다. 이것이 드러내는 형식은 칸토어의 먼지와 같다. 형상과 땅은 이미지와 그 나머지로서의 배경과 같다.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를 생성하지만 그 때 배경은 공백을 만들고 잔여를 만들뿐 그 자체 증식되지 않는다. 마치 공백을 만들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해서 스트래선은 하나의 사물 속에 두차원의 다수성을 내포시키고, 이들의 상호운동, 형상과 형상, 형상과 땅의 관계와 변이를 통해서 사물이 사회성을 재생성시키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는 텍스트의 무한한 해석같은, 사물의 파편화와는 다르며, 사물 바깥에 사물을 움직이는 동인을 두는 콜라주의 방식과도 다르다고 한다.

부분을 만드는 절단은 서구적 불안을 야기하는 다수화, 파편화와는 다르다고 한다. 나무가 숲에서 떼어내지는 절단, 반전되어 땅에 꽂힐 때 가지가 부러지는 절단, 이것은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대체되는 멜라네이사적 은유”다. 이 절단은 “관계를 출현시키고, 응답을 이끌어내고, 증여자의 선물을 수중에 넣으려는 의도와 함께 행해지는 곳에서 요컨대 절단은 창조적인” 행위이다. 아마도 ‘부분적 연결’은 파편화된 다수들의 연결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다수의 이미지’들의 반전과 연결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던의 민족지 연구자인 ‘여행자’는 어떻게 되는걸까? 아마도 서구와 비서구 문화를 ‘부분적 연결’하는 사이보그일 것이다. 그는 익명으로 처리될 이유가 없다. 그는 앎의 틈을 내어 반전의 미학을 탐구하는 지식탐구자일 것이다. 이 탐구자의 이미지는 “뜨개자루”의 수축-확산 이미지가 좋은데, 한번 찾아보시길...

 

댓글 2
  • 2023-10-19 11:37

    텍스트 전체를 정리해 주시는 후기~ 감사합니다.
    그 어떤 셈나책들보다도 후기 쓰기 어려웠던 책, 댓글조차 달기 어려웠던 책이었네요~
    지난 시간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절단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파편화하여 무언가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칸투어의 먼지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들, 패턴들, 절단의 공백들에 대해 알듯 모를 듯 합니다.
    너무나 많은 인류학(자)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을 절단시키면서 이동하는 부분적인 연결들...
    텍스트 대부분이 번역이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쉽네요. ( 번역해주면 다 읽을 것처럼? ㅋㅋ)
    암튼 읽어 버렸으니 어떻게든 자루가 되어 뭐라도 담기겠지요~~

  • 2023-10-19 22:20

    너무너무 어려웠던 책이었어요...
    다시 읽어도 어려운... 자누리쌤의 설명을 들을 땐 알 것 같았는데...
    글로 읽으니 또 모르겠네요
    모르는 "부분"은 무엇이든 연결되겠죠? 아닌가...
    '전체'를 모르니 안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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