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보다 더 달콤한 커피

세반
2014-03-01 15:05
1767

새로운 것은 언제나 오해나 반발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커피가 그랬다. 1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이스탄블을 거쳐 유럽에 유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이라고 배척했다. 특히 당시 교황은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 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상류층에서 커피가 소비되기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여자들에겐 커피마시는 게 금기였다. 이같은 사실은 바흐의 커피칸타타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이 곡은 커피마시기를 좋아하는 젊은 딸 리센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 쉬렌드리안 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그의 딸에게 커피는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수없이 당부하지만 딸은 ‘아버지, 너무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 커피를 하루에 세 잔 이상 마시지 못하면 전 고통에 차서 쪼그라들고 말거예요.’ 라며 들은 척도 안한다. 나아가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 키스보다도 더 달콤하고, 맛 좋은 와인보다도 더 부드럽지. 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 해.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제발 커피 한잔을 따라줘요!’ 라며 커피 예찬론을 편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계속 마시면 산책도 하지 못하게 하고 집에 가두겠다고 위협을 하기도 하고 커피를 안 마시면 예쁜 옷을 사주겠다고 달래 보기도 하지만 딸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커피만 마시지 않는다면 곧 결혼을 시켜 주겠다고 제안하자 딸은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며 이 제안을 받아 들인다. 아버지가 신랑감을 물색하는 동안 딸은 아버지 몰래 방을 붙인다. 즉, 자기에게 청혼하려는 자는 언제나 커피를 마셔도 좋다는 약속을 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바흐는 이 코믹한 칸타타를 통하여 고루하고 보수적인 성격의 구세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명랑하고 개방적인 성격의 신세대를 대표하는 딸의 대화를 통하여 둘의 차이점을 잘 대비시켜 주고 있다. 이 칸타타의 초연은 콜레지움 무지쿰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커피하우스에서 이루어졌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커피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딸의 재치로 인해 모든 사람이 웃음을 띄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얘기지만 그 당시 사회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5세기경 콘스탄틴노플에 카페가 처음 생기고 그 후 규모가 커지면서 실내 장식도 화려해 졌으며 손님들을 즐겁게 하기위하여 각종 게임 및 음악, 댄스 홀까지도 마련되었다고 한다. 금욕을 으뜸으로 삼았던 이슬람세계에서 신도들이 커피를 마시고 춤과 음악에 빠져 쾌락을 일삼게 되자 카페가 일제히 폐쇄를 당하게 되고 커피를 마시다가 들키면 태형과 같은 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억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커피는 더욱 유명해지게 된다.

커피는 잠을 쫓는 각성 작용이 있어 군에서도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터키가 오스트리아에 진출했다가 패하면서 군용품을 버리고 갔는데 그곳에 커피도 있었다. 당시 큰 공을 세웠던 콜시츠키란 병사에게 이 커피를 넘겨 주었는데 그는 이 커피를 갖고 그의 집을 카페로 만들었다. 이것이 비인에 생긴 최초의 카페이다. 17세기에는 여타의 유럽에도 카페가 문을 열게 된다. 1615년 베니스, 1644년 마르세이유, 1651년 런던에 카페가 각각 탄생했다.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 뒤에도 커피금지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커피가 너무 빠르게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움직임은 가톨릭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일부 가톨릭 지도자는 와인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이슬람교에 불만을 갖고 이슬람교도가 마시는 커피를 마셔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커피를 마셔도 되는가를 두고 여러 논쟁이 이어 졌으나 16세기 교황 클레멘트 8세에 이르러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신자들이 이교도의 음료인 커피 음용을 금지해 달라고 청원을 하자 어느날 교황이 직접 마셔보았는데 그 맛에 반하였다. 그래서 ‘악마가 마시는 거라지만 참으로 맛있도다! 이 맛있는 것을 이교도만 독점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라며 커피에 세례까지 주고 음료로 허용하는 칙령까지 발표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커피는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는데 처음에는 남성들만 즐겼다고 한다. 그것은 커피가 여자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칸타타에서 아버지가 딸의 커피음용을 만류한 것도 이런 사유로 짐작된다.

카페에 남성이 모여 들며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가정주부들이 왕에게 카페를 폐쇄해 달라는 청원을 넣게 된다. 커피가 남성의 정력을 상실케 하여 부부 생활을 방해하고 가정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남성들은 반발하여 이는 오해이며 커피는 오히려 부부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반박문을 올리고 그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커피애호가였던 왕은 여성들의 주장을 기각하였고 카페는 살아남게 된다. 그후 전세계에 걸쳐 커피가 보급되며 이제는 여자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 음료가 되었다. 그러나 커피가 이처럼 많은 수난을 겪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이 허락하면 이처럼 미시사를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다.

일전에 로마에 갔을 때 카페 그레코에 들렸다. 1760년에 문을 열었으니 250년이 더 된 카페다. 예전엔 이곳에서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모여 커피를 즐겼을 것이다. 지금도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오히려 여자 손님들이 더 많았다. 18세기만 해도 여자들은 카페에 출입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남녀의 비가 역전되었다. 바야흐로 여성상위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카페 그레코에서 커피를 한잔 시켰는데 맛은 좋았지만 가격은 비쌌다. 물론 우리나라의 커피도 비싸다. 원두가 생산지에선 1kg에 2달러 남짓인데 여러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오면 무려 20~30배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커피 원두의 생산국가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칼하게 커피의 소비국가들은 모두 부유한 나라들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그런 거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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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14-03-02 10:58

    커피에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군요!

    커피가 혁명의 음료라는 초록님의 글도 재미있었는데

    세반님의 글은

    이슬람의 음료수가 기독교도들의 기호품이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숨은 역사를 들추어내네요.

    게다가 커피를 둘러싼 세대간의 갈등과 남녀사이의 갈등이라니!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 그리고 커피를 금지하는 요즘 세태가 떠오르네요.

    (술담배는 법으로 막았지만 커피는 돈만 있으면 어디서나 마실 수 있다는 차이가 있군요ㅋㅋ)

    하하.. 어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왜 애들에게는 금지하려 하는 걸까요?

    우리가 허용하고 금지하는 관습이란 게 정말 요상하네요~ 그쵸?

    • 2014-03-03 21:23

      역사는 되풀이 되는 법인가 봅니다.

      요즘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그땐 또 무얼 갖고 그러할지 궁금합니다.  ^^

  • 2014-03-03 13:15

    아^^ 세반님 고맙습니다^^

    누구신지 얼굴은 모르지만^^ 이렇게 커피에 대해 알려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 2014-03-03 21:26

      과찬의 말씀 부끄럽습니다. ^^

      동의보감반에 최근 신입생으로 입학한 커피 좋아하는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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