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Sachar 4회차 후기 - 힘없는 인간의 불행 앞에 "Holes in the Law"

프리다
2023-11-05 10:15
653

 

"If only, if only," the woodpecker sighs,

"만약에, 만약에," 딱따구리가 한숨 짓네,

 

"The bark on the tree was just a little bit softer."

나무껍질이 조금만 더 부드러웠다면

 

While the wolf waits below, hungry and lonely,

늑대가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며 배고프고 외롭게 있을 때

 

He cries to the mooㅡooㅡoon,

그는 달을 향해 울부짖네, 다-아-아-알

 

"If only, if only."

"만약에, 만약에,"

 

스탠리가 어릴 적 아빠한테 듣던 자장가다. 스탠리는 mooㅡooㅡoon이라고 목놓아 부르는 대목을 특히 좋아한다. 세대를 걸쳐 내려온 자장가는 가사가 조금씩 변형되며 소설 속 두 편의 이야기를 관통한다.

 

  1.반복과 기다림

인생은 실패의 반복과 기다림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고 해도 좋을까?

이 한숨 짓는 딱따구리의 반복과 늑대의 기다림은 인생을 압축해 놓은 듯하다. 살아가기 위해 고단한 노동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지만, 세상은 우리를 계속 배신한다. 인생은 세상을 향해 mooㅡooㅡoon하고 울부짓는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반복의 이미지는 스탠리 고조할아버지의 돼지 안고 산 오르기와 스탠리의 구멍 파기로 변주된다.  전자의 반복은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한 노동이고, 후자의 반복은 폭력에 의한 노동이다.  정당하건 부당하건 그 반복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모두 강인한 체력을 얻는다. 스탠리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한 긴 시간의 결과, 45번째 구덩이를 파면서 자신의 힘이 강해진 걸 깨닫는다.

 

  2. Holes in the Law

 

110년 전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케이트 바로우의 옷을 찢고, 학교 건물과 책을 불지른다. 그녀가 단지 흑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보안관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지만, 법은 그녀를 배신한다. 그녀의 느닷없는 불행 앞에 법은 작동하지 않는다. 케이트와 샘의 선량함은 마을 사람들, 법의 난폭함과 대조를 이룬다. 캐서린은 이 허무를 어떻게 감당할까? 그녀의 고통은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famous outlaw’가 되어 세상을 향해 복수한다.

 

110년 후. 스탠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운동화를 주웠다가 도둑 누명을 쓴다. 그는 법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변론하지만 이 우연은 거짓말같이 들린다. 아직 피의자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적용된다. 재판은 물증만으로 유죄 판결로 종결하며 감옥과 초록호수캠프 중 선택하라고 종용한다. 스탠리는 언어의 이미지에 속아 캠프를 선택하고 만다.

 

1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형사 사법 시스템은 여전히 인간의 불행 앞에 잔인하고 부당하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행사할 수 없고 법의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

게다가 국가는 캠프, 즉 한 개인에게 국가의 사법 권한을 넘기며 소장 마음대로 캠프 내에서 불법을 자행한다. 공식적인 사법 제도가 얼마나 부패되어 있는지 고발한다.

이런 암울한 현실이지만 케이트와 달리 스탠리 곁에는 자신보다 더 가엾은 제로가 있다. 이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제로를 지키고 싶다.

 

 

3. 마담 제로니의 저주일까? 부당한 폭력의 저주일까?

 

초록호수캠프 내엔 폭력이 만연하다. 소장은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면 방울뱀독을 손톱에 발라 상대의 얼굴을 할퀸다. 소장으로부터 수치스런 폭력을 당한 Mr.sir의 분노는 스탠리에게로 향한다.

케이트 바로우의 립스틱을 구덩이에서 찾자 소장은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구덩이를 파게 한다. 아이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작은 자극에도 분노는 폭발한다. 이 분노는 만만한 스탠리에게로 향한다. 스탠리의 실수로 흙이 넘어가자 지그재그는 삽날로 스탠리의 뒤통수를 내리친다. 이들의 폭력은 더 약한 자를 향해  계속 전염된다.

 

스탠리는 마담 제로니의 저주로 자신의 가족이 불운하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다고 믿고 있지만, 원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어떤 불행 앞에 사법 제도가  극한의 불행에 치닫지 않도록, 완전히 절망하지 않도록 그 기능을 해낼 수는 없을까?

His stagecoach was robbed by the outlaw Kissin' Kate Barlow.

If it weren't for that, Stanley's family would now be living in a mansion on a beach in California...

If only, if only...

스탠리는 증조할아버지가 케이트 바로우에게 재산 전부를 뺏기지 않았더라면 가족은 고급저택에 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그의 상상 속의 가정은 기원을 거슬러 수정돼야 한다.  케이트 바로우의 사건에 법이 제 기능을 했다면, 그녀의 울분이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을테고, 복수하기 위해 ‘outlaw’가 되지 않았을테니, 그녀에게 도둑맞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스탠리는 고급저택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If only, if only...

댓글 10
  • 2023-11-06 00:17

    If only~ If only 만약에 만약에 나무껍질이 조금만 더 부드러웠다면..하고
    딱다구리는 한숨짓고
    배고픈 늑대는 달을보고 울부짖고만 있네요.
    달라지는건 없고 더 배만 고프죠.
    우리 삶에선 If가 아니라 (even)Though 비록~일지라도, none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삶인 것이죠.
    자신들의 재수없음을 조상탓으로 돌리고 한탄만 하는 스탠리 집안사람들이 스스로를 가두어버린건 아닌가 생각해요. 약속을 지키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와 몇번의 불운이 겹친것을 운명처럼 여겨버린걸지도 모릅니다.
    스탠리가 자기 집안의 재수없음에 승복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에 당당하게 맞섰다면 (학교에서나 도둑으로 몰린)상황은 달라질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무언가를 극복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지요.
    스탠리가 사막과 죽음이라는 처절함앞에서야 비로소 극복할수 있었던 것처럼요.

    • 2023-11-06 09:55

      (even)Though 비록~일지라도, none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
      절망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개인 혼자의 정신력으로는 참 버티기 힘든 것 같아요
      스탠리가 목숨 건 도약을 한 결정적 계기가 제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잖아요
      그것을 함께 극복할 우정과 사랑의 연대야말로 비록~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근데 우리 사회 곳곳에 의지할 누군가도 없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요.
      최근엔 고아원 보호종료아동의 실태가 처참했어요.
      수능을 보고 나서 해방감이 아닌, 절망을 마주해야 하니까요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절실한 곳인데 법의 기능은 너무 미비하더라구요.

  • 2023-11-06 14:31

    프리다님의 후기를 읽으며 "Law"의 연결고리가 이렇게 이어지는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Holes를 읽으며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Law"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예요

    스탠리와 지로 VS 케이트와 샘
    클라이드의 발냄새 VS 트라우트의 발냄새
    스탠리 엄마의 화장품 케이스 VS 소장의 화장품 케이스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퍼즐들이 어떻게 풀릴까 궁금해집니다~

    • 2023-11-12 17:37

      작가는 Holes 란 제목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려 한 것 같아요.
      사전을 찾아보니 구멍이란 뜻 외에 찢어진 곳, 상처, 꼼짝할 수 없는 곤경,(법률,계획의)허점, 결함 등이 있네요.
      각 인물들이 겪는 불행들이 꼼짝할 수 없는 곤경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한 상처이기도 하고,
      수많은 구멍의 이미지를 통해 비어 있는, 의미 없고, 허무한 불행 앞에서 어떻게 의미를 깨달아가는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 2023-11-06 14:33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wasn't that it was too late.
    초조하게 만드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너무 늦지 않았다는 두려움이었다. the fear that it wasn't too late.
    너무 늦었으면 어떡하지? What if it's not too late?
    하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지? But what could i do about it?
    하지만 얼마나 어렵겠는가? But how hard could it be?
    한숨을 쉬었다. sighed.
    달렸다. ran.
    이건 무의미해 보였다. It seemed pointless.
    자신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nothing ahead of him.
    오직 아무것도 없었다. Nothing but emptiness.
    그냥 지금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Maybe , should just turn around now.
    계속 걸었다. kept walking.
    잠시 후에 안개 사이로 산의 형태 After a while. shape of the mountains through the haze.
    큰 엄지로 향할지 결정하려고 노력 tried to decide toward Big Thumb.
    아니면 그냥 돌아가던지. Or maybe just turn around
    큰 엄지로 가봐야 소용이 없다 no point in heading toward Big Thumb
    결정했다. decided.
    절대 해낼 수 없을 것이다. would never make it.
    .
    .
    .
    그가 아는 바로는 이건 '달을 쫓아가는 것'과 같았다. For all he knew it was like 'chasing the moon'.
    인생은, 세상을 향해 mooㅡooㅡoon하고 울부짓는 것이다.
    If only, if only

    스탠리가 어릴 적 듣던 자장가의 ' mooㅡooㅡoon'은 아빠의 인생이지 않았을까요?
    목놓아 부르는 대목을 특히 좋아한 그(스탠리)는 목이 항상 말랐고 ,
    하여 'water'의 단어는 이 소설의 배경,심리, 상황 ,삶,죽음,회복,희망,절망,반환,변곡,절정,해소,의미,날림,덮음,싹쓸어,드러냄,눈물,알아줌,되돌아옴,갚음,갈증,갈등,
    등드르등등 등등 두구두구두구등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답글달아줘용 ㅋ

    • 2023-11-12 17:17

      "이건 무의미해 보였다. It seemed pointless.
      자신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nothing ahead of him.
      오직 아무것도 없었다. Nothing but emptiness."

      오!! 지금 다시 보니 엄청 중요한 문장이네요.
      케이트 바로우의 독백에서도 emptiness가 반복해서 나왔거든요.
      후기 보충해서 올려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사마현샘~~

  • 2023-11-06 15:53

    후기와 댓글이 흥미롭네요. 제가 읽지 못한 부분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졌나봐요.
    뭐...설령 그런게 아니라면, 후기&댓글이 원작을 뛰어넘게 잘 쓰여진 걸테고요.

    Holes를 이렇게 훌륭하게, 학술적으로, 인문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글을 읽으며
    내일 세미나를 기대해 봅니다.
    내일 만나요~

    • 2023-11-12 17:47

      토토로샘의 온기가 이토록 따뜻할 줄이야!!
      샘이 강독하는 포근포근 목소리 들으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 2023-11-08 20:23

    프리다님의 후기를 읽다가 그만 풍~덩¡¡ 그 후기속에 또다른 세미나가 있는듯 합니다.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뽑아내는 기술을 닮고 싶네요^^

    • 2023-11-12 17:51

      전 돈키호테샘의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을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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