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후기

토토로
2021-03-27 22:59
255

금요일 밤.

영화를 보기엔 조금은 늦은 시간.

우리는 고단한 하루의 마지막을 채울 영화를 보러 모인다. 

아침형인 나는 졸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어보지만 새어나오는 하품은 감출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이나, 독일의 표현주의. 컬러영화. 필름 누와르, 아방가르드.....같은 여기저기서 들어는 봤지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 것들을 알아간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도 언젠간 이런 알쏭달쏭한 것들을 잘 알게 될까......^^:::

 

벌써 1년 가까이 같은 멤버들을 만나서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나누다 보니 멤버들의 영화 취향이 어떤지 슬슬 감이 잡힌다. 띠우샘은 가족주의나 국가주의 코드가 들어간 영화에 대해 민감한 편이다. 대체로 싫어하는듯 하다.

이번엔 "나는 B급 영화를 좋아합니다!!!"라며 자신의 취향을 더 적극적으로 표해주었다.

 

청량리샘은 요즘 '우연'이라는 것에 필이 확~ 꽂혀있다. 보는 영화마다 거기에서 어떻게든 '우연성'을 찾아내려하고 그걸 글로 적어오신다. 그러나 아직은 설득력이 부족한건지 세미나 멤버들의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ㅎㅎㅎㅎㅎㅎ!!

 

이번에 다섯명이 뚝~~뚝 떨어져 앉아 본 영화는 에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2007)이다.

 

이란 70년대부터 80년대, 혁명과 전쟁의 시간을 보낸 어느 소녀(마르잔)의 성장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내게 지난해 보았던 다큐 <사마에게>를 떠올리게 했다.

사마와 사마의 부모는 시리아에서 버티고 버티며 투쟁을 하다가 결국 난민이되어 시리아를 떠났다.

사마네 가족이 시리아를 떠나지 않고 계속 그곳에서 지냈다면 아마 사마는 마르잔처럼 자라났을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부모의 투쟁을 지켜보며, 사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억압을 받으며...

 

에니 <페르세폴리스는>는 흑백이었고 내용도 꽤 암울한 내용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우울하기보다는 유쾌함이 느껴졌다.

소녀 특유의 발랄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전개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가운데도 (자스민)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히잡속에 감춰진 이란 여성의  자유에 대한 갈망, 주체적인 삶에 대한 기대, 억압에 대한 저항.

이런묵직한 주제가 무겁게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 나는 이게 꽤 맘에 들었다.

 

 

이란 소녀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소환되는 우리들의 여중생 시절.

머리를 어깨밑으로 기르는 것도, 이쁜 옷을 입는 것도, 롤러스케이트장에 가는 것도

날라리들이나 하는짓이라며 금지되었던 시절. 그리고 혹독한 정치탄압의 시절.

이란과 우리나라 사이에 공통점이 많아서 더 공감이 되었다.

(나는 중학교때 롤러스케이트를 너무 좋아해서 여러번 몰래 타러다녔다.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죽음?이라는걸 알지만 너무 재밌어서, 혹은 반항하고 싶어서 타러 다녔다.ㅎㅎㅎ)

리뷰시간에  학창시절에 겪은 부당한 억압에 대해 성토하기도하고, 

이란의 근대사, 문화, 에니의 기법,

영화에서 볼수있는 특수성과 보편성 등등에 대해 알아보며 거의 12시 다 되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

 

 

댓글 3
  • 2021-03-28 10:04

    와...페르세폴리스를 보셨군요.

    제가 넘넘 사랑하는, 지적이고 정치적인 (그러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애미메이션이죠.

    저도 예전에 리뷰를 썼었어요. ㅎㅎㅎ

  • 2021-03-28 19:08

    학교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순화말씀이 이어진다. 마르잔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남자들은 옷차림이나 머리모양도 다 다르다. 종교는 우리에게 순결을 요구하는 건가? 이상한건 우리 여자들은 저런 남자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왜 남자들은 이렇게 꽁꽁싸맨 여자들에게 흥분하는 거죠?

    한방 먹인 마르잔에게 할머니는 잘 했다며 칭찬한다. 유쾌하고 통쾌한 장면이다.

  • 2021-03-30 20:45

    일하는 사람들에게 금요일 밤은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날이겠지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시는데도 각자의 목소리들이 더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정신차리고 나면 또 금요일이겠죠ㅋㅋ

    상큼발랄한 토토로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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