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183호>1차시 후기

요요
2023-11-11 18:35
177

가을이 가고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몰려오는 때에 녹색평론 2023 가을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노라, 띠우, 기린, 토토로, 요요, 달팽이, 그리고 정향님이 만났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뵙지 못했던 정향님이 녹평 세미나에 오셔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이날에야 알게된 것이었지만 정향님은 10년이상 녹평을 읽어온 오래된 독자셨습니다!(앞으로 더 자주 뵈어요, 정향님!)

 

노라님의 사회로 전체적인 소감을 나누고, 한 꼭지씩 살펴가며 각자 어떻게 읽었는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요.

전체적인 소감에서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논리파와 감성파, T와 F의 대조적인 감상평이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넘어서>와 같은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글이 좋았다는 분, 

그리고 <우리의 바다가> 같은 문학적이면서 감성적인 글이 좋았다는 분이 있었는데요. 

음..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대부분이 모두 좋아했던 글은 윤여일님의 <월정리 해녀들의 끈질긴 싸움에서 배우다>와

수프라브하 세션님의 <강과 댐 사이에서>였습니다.

사실 저희 모두가 월정리 싸움에 대해서는 이 글을 통해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요,

작은 마을 월정리의 싸움도 젠더와 권력, 생태주의와 발전주의, 생명이냐, 돈이냐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강과 댐 사이에서>는 인도 께랄라 주에서 댐건설을 반대한 여성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 곳곳 어디에서나 자연의 입장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토착적 삶의 방식을 보존하는 이들이 

가난한 여성들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 수라를 찍게 된 과정을 회고하는 황윤감독의 글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언젠가 꼭 수라갯벌에 가서 영화에서 본 새들을 만나보자는 약속을 다시 했네요. 대체 그게 언제일까요?^^

 

기린님의 원픽은 하승우님이 쓴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사유할 때>였습니다.

사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글들을 읽으며 많은 분들이 무력감이나 절망감을 느끼신 것 같습니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는데, 시위와 행진을 한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승우님의 글은 민주주의에는 정답이 없다, 계속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특히 프랑스와 미국에서 진행된 기후시민의회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을 표했습니다.

기후정의행진만이 아니라 시민의회와 같은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로 좌절했던 경험이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억압하고 있다면,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 아닐까?

각자의 삶의 장소에서 숙의 민주주의의 경험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참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만이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발전소 오염수 배출 앞에서,

시시각각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기후위기 앞에서, 자칫하면 무력감과 우울감에 휩싸이기 딱 좋은 때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읽고 공부하고, 또 살고 사랑하고 싸우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그래서 이번 녹평의 권두언이 우리에게 하는 제안이 <보이콧을 권하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언명령을 보이콧하고, 소비주의와 성장주의를 보이콧할 뿐 아니라

스멀스멀 스며드는 절망과 무력감도 보이콧하자는 간절한 호소인 것 같습니다. 

 

다음주는 <2023년 녹색당의 고민>부터 끝까지 읽어오세요~

1회차에 못오신 분들 2회차에는 꼭!! 오셔요.^^

 

 

 

 

 

 

 

댓글 2
  • 2023-11-12 10:52

    자벌적?
    자발적 후기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녹색평론 후반부 읽고 있습니다 ㅋㅋ
    저번 주엔 월정리 해녀들의 투쟁부분이 제일 감동적이었습니다. 늘 모든 투쟁은 이런 순서대로 진행되는구나. 흔들림 없이 끝까지 투쟁한다는게 쉬운일이 이니구나. 나는 어느 지점에서 떨며 두려워했을까. 감정 이입하며 읽었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엔 완전체로 만나길 바랍니다

  • 2023-11-12 12:34

    아...정향님이 오셨군요... 보고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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