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끝의 버섯> 2회차 후기

토토로
2023-11-16 09:02
238

세계끝의 버섯-자본주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도나 헤러웨이 책 <트러블과 함께 하기>를 읽으면서 인류학자 애나 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송이는 혼란과 오염 속의 협동적 생존에 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우리는 폐허 속에서 살기 위해 이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구원이나 어떤 낙관적 정치학에 대한 열망이 아니다.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자의 냉소적인 정적주의도 아니다. 오히려 칭은 예기치 못하게 동반하는 가운데 응답-능력이 있는 살기와 죽기에 헌신할 것을 제안한다. 그런 살기와 죽기를 통해 계속성을 위한 조건들을 배양할 최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트러블과 함께하기 중에서

 

짧지만 꽤 인상적인 소개였다.

 

 

송이버섯은 폐허가 된 숲에서 자라난다. 원자폭탄이 폭발한 히로시마의 숲, 벌목과 잦은 화재로 훼손된 미북서부의 숲처럼 인간에 의해서 교란된 숲. 폐허에서 자라난 소나무 밑. 이곳에서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한다.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일본인들은 송이를 고급요리 재료나 귀한 선물거리로 여긴다. 그런 일본인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글로벌 송이 공급사슬이 형성된다. 미북서부, 오리건주의 캐스캐이드 산맥의 숲에는 송이버섯을 채집하고 판매하기 위해 형성된 무리가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1980년대 이후 자유를 찾아 난민으로, 이주민으로 미국에 왔다. 정치적 자유, 시장의 자유, 혹은 미국식 자유, 혹은 단지 입국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자유...등등 자유의 개념은 각각 다양할 것이다. 아무튼 자유라는 단어 아래 부자나라 미국에 왔으나, 그들이 밀려올 무렵 미국의 경제상황은 예전만 못한 시기였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보장이 보장된 소위 괜찮은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  미국의 공공복지는 축소되었기에 교육, 주거, 직업등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 이전 이주세대가 만들어낸 아메리칸 드림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전 이주세대가 적극적으로 미국인으로 동화되려 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동화를 거부할 수 있었고,  출신지의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오리건주의 송이버섯 채집인 되었다. 송이버섯 채집인이 된다는 것은, 월마트 혹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계절적으로 고용되는것과는 완전 다르다.  어느 면에서 보면 그들은 자유인이다.  송이가 자라는 시간에 맞춰 규정된 구역이나 사유지에 들어가 채집을 한다. 그들은 그 과정을 노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자신들이 채집한 송이를 자랑스런 트로피로 여긴다. 송이를 파는 과정에서도 자부심과 이야기가 흐른다. 자본주의 노동에서 볼 수 있는 소외는 벌어지지 않는다. 돈과 자유를 위한 과정이지만 비자본주의적이고, 선물경제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 과정은 '구제salvage'의 과정이기도 하다.

 

 

채집인이 구매인에게 송이버섯을 팔고나면 송이는 더 이상 영광의 트로피가 아니다. 냉장포장된 상품이 되어 일본으로 보내진다. 일본의 도매인은 품질에 따라 여섯 등급으로 송이를 분류한다. 최상급 송이는 알음알음 부유층에 판매될 것이고, 아기 송이는 슈퍼로 팔려나간다. 송이 중개인은 중매쟁이matchmaker처럼 신중하게 송이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과정을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개인(도매인)은  판매자이자 '번역자'인 셈이다.

 

 

그렇게 팔려나간 송이는 다시 마법처럼 귀한 선물이 된다. 일본인들에게 송이란 단지 상품이 아니라 선물처럼 이용되기 때문이다. 채집당시 선물이었다가 냉동 수송선에 실려 팔려나가는 상품이 되고, 다시 곱게 포장된 선물이 되는 것이다.

 

송이는 이렇게 선물경제와 시장경제 사이에서 '마주침'을 만든다. 불확정적인 미국이주민에게 돈과 자유를 준다. 송이버섯 채집에 얽힌 복합적인 '구제리듬'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덕지덕지 패치를 이룬다. 획일성과 진보, 확장성을 추구할 때와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인간에 의해 교란되고 폐허가 된 숲에서 자라나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회복의 희망도 없는 지구 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자본주의적 가치와 비자본주의적인 가치의 얽힘, 그 안에서 구제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교란된 숲에서 비인간의 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난잡한 공생, 자본주의적 통계에는 결코 잡히지 않지만 돈과 자유를 획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송이 공급사슬을 따라 벌어지는 번역, 선물과 상품사이를 오고가며 발생하는 다양한 이야기와 가능성...

 

한번 더 남은 세미나를 마치고 나면, 나에게는 어떤 상상과 이야기가 남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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