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5회차 후기- 맹목적인 올바름은 '독'을 품고 있다.

토토로
2023-12-28 12:03
597

2023년,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가족모임? 동창모임? 동네모임.....? 아님,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히 할 일 하며 차분히 보내고 계신가요? 

지금으로부터 135년전인 1888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남쪽 해변 브레이의 어느 가정에서는 연말 모임이 한창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엄청 험악합니다.  자, 그럼  함께 그곳으로 가보자구요.

 

1.살벌한 연말 만찬장 식탁에 앉은 꼬마

 

만찬 식탁엔 6살 어린이 스티븐 디덜러스와 그의 부모, 가정교사, 부모의 지인이 몇 분 앉아 있다. 어른들은 심각하게 정치 및 종교에 대해 논쟁중이다. 남성과 여성, 종교적 신념에 따라 대화는 점점 살벌해진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설득하려기 보다는 비아냥, 욕설, 비난이 난무한 가운데, 까딱하면 주먹질까지 오고가게 생겼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어른들이 양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스티븐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어느 쪽을 편들고 싶었을까.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똑같지만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에 서로를 증오하고 비난한다는 것.  여섯 살 아이가 그런 것을 다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He(Mr Casey) was for Ireland and Parnell and so was his father: and so was Dante too for one night at the band on the esplanade she had hit a gentleman on the head with her umbrella because he had taken off his hat when the band played God save the Queen at the end.

 

 2. 종교적 올바름(종교적 신념), 도덕적 올바름에 대한 고집

 

만찬식탁 싸움에서 편들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세 남자를 상대하며 부글 부글 열받은 Dante. 단테는 스티븐을 어릴적부터 길러준 지적인 유모이자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그녀는 개신교도를 같이 어울리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혐오하고, 카톨릭 신부 및 성직자들의 언행을 마음 깊이 신뢰한다. 그들의 설교, 성경말씀을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신념은 도를 넘어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맹목적이라는 것. 그것은 그와 다른 생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신념이 다른 자들을 악마화 할 가능성이  있다. 또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와 성직자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비록 단테가 도덕적이고 신실한 카톨릭 신자 일지라도, 자신의 신념과 종교에 눈이 멀어버렸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진심으로 조국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사랑은  비뚤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단테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맹목적 신념에서 비롯된 무시무시한 일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각종 테러, 전쟁, 악마화, 보복... 같은 것들 말이다.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유대교든...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극단적인 추종이든....

뭐든 맹목적인건 무서운 독을 품고 있다!!

 

단테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후덜덜 하다. 지독하고 차가운 담장 같다. 독이 가득하다.

If we are a priest ridden race we ought to be proud of it!

They were always right. God and morality and religion come first.

God and religion before everything!

Religion before the world!

 

3. 앞으로 스티븐의 학교생활을 예측해보자면...

 

식탁위에서 벌어진 어른들의 과격한 싸움을 바라보면서 여섯 살 꼬마 스티븐은 혼란스럽다. 대화에 끼기도, 말없이 음식을 먹기도 어려울 것이다. 언성이 높아진 어른들 싸움이 무섭기는 하지만, 또 어쩐지 흥미롭고 궁금해서 자리를 뜨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뭔지 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궁금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자신이 휘말리지만 않는다면, 싸움구경은 대체로 흥미로운 법이다!!)

여섯 살 꼬마는 아직은 어려서 누가 더 억지를 부리는지, 누가 더 잘 못 생각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 장면은 성인이 된 스티븐이, 자신의 여섯 살 시절을 돌아보며, 성인의 판단을 조금 가미하며 기술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잘잘못에 대한 스티븐의 판단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만찬테이블 장면에서 묘한 냉소의 시선이 느껴진다. 맹목적인  단테, 단테를 설득시키지 못한 채 울분만 토하는 남자 어른들,  단테와 비슷한 종교적 신념을 지녔지만 불편한 이야기는 우선 피하고 싶어하는 엄마를 향한 차가운 비웃음의 시선 말이다.

 

이렇게 모두를 조금은 차갑게, 또 객관적으로 바라보는것 같지만, 그중에서도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특히 단테를 극단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신뢰를 보이는 사람으로 말이다. 이것으로  봐서 우리는 이후 스티븐(제임스 조이스)의 학교 생활이 더 힘들어지겠구나 라는 짐작해볼 수 있다. 단테와 다를 바 없는 카톨릭 학교의 엄격한 규율, 체벌, 딱딱한 교사진에 대해 반발이 펼쳐지겠구나 라고..

음..안 그래도 예민하고 영민한 아이가...앞으로 힘든 학교생활을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후기를 마무리 한다.

댓글 6
  • 2023-12-30 20:32

    주변에서 저런 이들을 마주하게 되면 ... 항상 인도 어느 현자의 조언을 기억해야 합니다.

    네! 당신말이 다~~~~~ 맞습니다. 😁

    1703935727971.jpg

    • 2023-12-31 23:05

      ㅋㅋㅋㅋ 자신이 바보라는 걸 깨닫고 갔을까요?

  • 2023-12-31 04:23

    자신의 책에 이름을 적고
    스티븐 디덜러스, 기초반, 클롱고우스 우드 학교, 샐린스 마을, 킬데어 군, 아일랜드, 유럽, 세계, 우주’까지 사유했던 소년,
    사람들이 기도를 할 때 God이라 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Dieu라고 해도 하나님은 다 알아듣는다고 믿는 소년,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달리는 기차로 연상을 해서, 역무원의 열쇠소리까지도 음악으로 듣던 아이는
    그토록 그립던 집에서 가족들이 정치로 대립하는 것을 관찰한다.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고통이다. 어디서 끝나는지도 모른다.
    우주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이 식사시간도 바라보고 있을까!
    활활타오르는 벽난로의 불이 red 와 green으로 twist된다고 표현한 것이
    스티븐의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비춰지는 불의 그림자는 더 길게 드리워지는 것이겠지....
    헤아려지는 심정이다.
    이렇듯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한 채 진행해 온 억압은, 몇십년동안 좋은 유대로
    함께한 개인간의 친밀감도 무너뜨린다.
    무지는 이렇듯 무섭고 또한 슬픈 것이다.
    상대방을 죽인다는 것은
    그의 지지자들이 사는 그 나라의 희망 또한 죽이는 것이다.
    같이 함께 할 수는 없나! 제거해야만 되는 걸까!

    Poor Parnell! he cried loudly. My dead king!

    He sobbed loudly and bitterly.

    나의 아저씨~~ good bye
    참담한 심정이다.

  • 2023-12-31 22:44

    맹목적인 올바름은 '독'을 품고 있다!!
    딱 맞아요. 그 독기에 몸서리치게 하는 장면들이었어요.

    언급하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PC주의가 정치,문화, 사회 전반에 맹목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문제인데요.
    처음엔 표현에 있어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는데,
    PC 주의자들의 독기로 누가 누가 더 도덕과 정의에 충실한 사람인가를 겨루는 전쟁터가 돼버렸어요.
    게다가 평등을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오히려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게 문제더라구요.
    펜실베니아 주립대 어느 수영선수가 자신은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트랜스젠더로
    여자라 주장(윌리엄 토마스에서 리아 토마스로 개명)하면서
    남자대회에선 462위였던 선수가 여자대회 참가하면서 미국 1위로 단숨에 진입.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성전환수술 받지 않은 상태라 여성라커룸에서 발기까지하고, 실제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것이죠.
    여자라는 본인 주장만으로 남자가 여자대회에 참가하는 PC 주의 부작용 사례인데,
    이를 지적하면 PC 주의자들로부터 파시스트로 낙인찍히는 게 현실이라는거죠.

    이런 세태의 PC 부작용을 풍자한 유튜브 영상예요.
    .
    .

    • 2024-01-01 07:18

      교실이 숨막히군요. PC가 'PC주의'로 변질되면서 억지스러러워 졌어요.
      저는 소설 속 단테를 보며 영화 <소년 아메드>가 생각났어요. 시간 날때 한번 보세요.

  • 2024-01-07 21:56

    2주가 후다닥 지나갔어요
    자신의 옳음만 고집하고 상대방을 메섭게 비난하는 단테가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 속에는 저또한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 상대방을 보지 못하는 나의 오류를 잘 알아차려야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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