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3회)

밥티스트
2016-03-14 13:06
673

 

 누룽지와 찬밥 사이, 기상천외한 계산이 필요하다

 

 

 *주술밥상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밥티스트들의 일지가 도시게릴라의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기습적으로 올라옵니다.

  파지사유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같이 읽어주세요

 

3월 3일 목요일 새털이 쓰기를

 

비가 내렸다. 봄비가 오셨다! 이제 날도 풀리고 만물이 꼼지락거리며 올라오겠지^^

2월 내내 계속된 피로가 풀릴 리 만무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니 마음도 좀 활기를 찾게 된다.

올봄엔 나도 기지개를 펴봐야지 하는 다짐을 오글거리지만 해봤다.

 

그러나 이런 감상은 12시 30분 점심식사가 시작되면서 와장창 무너졌다.

감상이고 나발이고 파지사유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작은 우아했다. 오늘 처음 밥을 먹으러 온 <열일곱인생학교> 학생들을 배려해 소시지야채볶음도 준비하고

밥당번인 노라와 건달바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더덕장아치 김부각 오이부침 등등 상큼 발랄한 식단이 차려졌다.

근데 시간이 경과되면서 새롭게 꾸려진 이어가게 매니저팀이 회의 전에 밥을 먹겠다고 왔고,

오늘이 유치원 첫 등원이라 아직 점심밥을 안 준다고

고기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우찬이와 강민이도 손가락을 들고 줄을 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양생세미나도 새로 시작되었다.

주먹구구로 오늘 점심식사 인원 25명이라 예상했는데

고전공방팀이 오기 전에 이미 식사인원은 25명을 넘겼다.

 

식사인원이 많아서 문제인 것은 밥이 부족하다는 것!

반찬은 어찌어찌 뒤져보면 나올 만한 게 있는데 밥은 도대체 요령부득이다.

더구나 오늘 불조절을 실패해 밥이 타버리는 불상사까지 겹쳤다.

담아놓은 밥은 바닥을 보여 가고,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늘 밥이 유난히 맛있다면 숟가락질이 빨라지고 있다.

노라와 건달바 그리고 나는 빈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빈 솥만 들여다보며 발만 동동거렸다.

그래서 내려진 특단의 조치는 누룽지를 끓여라!

그것도 물을 많이 넣고!!

오병이어의 기적은 아마도 이런 다급함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런지.... 생각할 짬도 없이 밥당번들은 부리나케 움직였다.

 

1시가 다 돼서 기진맥진 파지사유로 들어온 고전공방팀은

밥이 모자라고 누룽지를 끓이고 있다는 소식에 부아가 치미는 것 같아 보였지만

기력이 쇠해선지 크게 분노하지는 않았다.

역시 공부를 많이 해야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시비를 붙지 않고 인격자가 된다.

고전공방 군자들 덕분에 큰 분란 없이 점심 식사를 마쳤고

25명 예상을 빗나가 40명이 파지사유에서 밥을 먹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오늘 첫 수업을 하고 첫 식사를 한 <열일곱인생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이런 식사풍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정승훈샘은 이렇게 어수선하고 활기 있는 식사는 처음이고 재미있었다는 말씀해주셨다.

나도 정샘의 말씀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을 때 느껴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들과 뭐든 못하겠냐는 배짱과 자신감 같은 것!

그러나 밥이 모자라고 정신없는 어수선함은 완전히 밥티스트가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발생한 소란스러움이었다.

좀 더 문탁의 스케줄과 회의일정들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열 명 정도는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식사시간에 되면 불쑥 나타난다.

집에 있다가 밥때가 되니 찾아온 사람도 있겠고 외부일정을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알게 모르게 문탁 식구(함께 밥을 먹는 입들!!)들이 많아졌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식구가 섭섭하지 않게 되도록 밥을 넉넉하게 해야겠다.

그러면 또 골 아픈 문제로 찬밥이!!

찬밥이 찬밥신세가 되지 않도록 이것도 단도리를 잘해야 한다.

이렇게 오늘은 누룽지와 찬밥으로 마무리됐다.

주술밥상로고축약2.JPG

댓글 4
  • 2016-03-15 00:10

    ㅎㅎ 우찬이와 강민이도 한 몫했군요.

    애들 학교 보내고 저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한명이 되었네요.

    밥당번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 2016-03-16 08:19

    탄밥이면 어떻고 누룽지면 어떻겠습니까!

    공부했다고 밥도 주는데 그저 감지덕지지요!

    좀 덜먹고 덜맛있어도 밥때가 먹을때라는걸 알고 모여드는걸로 충분하네요..

    다만 찬밥 남기지 않도록 각자 밥먹을 사람이란걸 미리 알려주는 센스는 필요하겠네요^^

    주방당번들의 포착가능한 사람되기!

  • 2016-03-18 21:49

    그래 그날 참 시껍했지 ㅋㅋ

     

    다음엔 남더라도 꼭 넉넉히 하자!! 결심했지

     

    근데 주술밥상에서 같이 당번하니까

    정말 재밌더군.

    세사람이 하니까 더 좋더군

    밥도 정말 맛있더군 ㅋㅋ

  • 2016-03-20 02:44

    역시 노라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75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6회) (1)
밥티스트 | 2016.03.27 | 조회 700
밥티스트 2016.03.27 700
274
주술밥상 4월 메뉴 입니다 (27)
인디언 | 2016.03.24 | 조회 1300
인디언 2016.03.24 1300
273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5회) (3)
밥티스트 | 2016.03.20 | 조회 661
밥티스트 2016.03.20 661
272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4회) (1)
밥티스트 | 2016.03.18 | 조회 607
밥티스트 2016.03.18 607
271
주술밥상 3월 두번째 생산후기 (5)
여름 | 2016.03.17 | 조회 705
여름 2016.03.17 705
270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3회) (4)
밥티스트 | 2016.03.14 | 조회 673
밥티스트 2016.03.14 673
269
주술밥상 3월 첫번째 생산후기 (1)
여름 | 2016.03.11 | 조회 494
여름 2016.03.11 494
268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2회) (1)
밥티스트 | 2016.03.07 | 조회 719
밥티스트 2016.03.07 719
267
주술밥상 2월 마지막 주 메뉴 생산후기 (2)
여름 | 2016.03.04 | 조회 715
여름 2016.03.04 715
266
왜? (2)
띠우 | 2016.03.03 | 조회 620
띠우 2016.03.03 620
265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회) (1)
밥티스트 | 2016.03.01 | 조회 775
밥티스트 2016.03.01 775
264
주술밥상 3월 메뉴입니다 (30)
밥티스트 인 | 2016.02.22 | 조회 2517
밥티스트 인 2016.02.22 251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