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2회)

밥티스트
2016-03-07 09:44
719

 

청소! 해치우려 하지 말고 느긋하게

 

 

*주술밥상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밥티스트들의 일지가 도시게릴라의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기습적으로 올라옵니다.

  파지사유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같이 읽어주세요

 

  

2월 25일 목요일 새털이 쓰기를

 

  9시 40분쯤 파지사유에 도착했다. 잠시 후 이어가게 매니저 향기가 청소용 고무장갑을 빌리러 왔다.

이어가게 매니저가 많은데 왜 나는 항상 향기 얼굴만 보게 될까 궁금했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나도 향기도 목요일 당번이다.

음... 가끔 차도 사주고 시시콜콜 걱정해주는 향기와 같은 요일 당번이라는 점에서 목요 당번은 메리트가 있다.

이런 잡생각을 하며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해보면 파지사유가 ‘은근’ 넓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청소기를 돌릴 때도 플러그를 두 번쯤 바꿔 꼽아야 할 정도로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상당한 넓이다.

밀대로 걸레질을 할 때는 걸레를 두 번 세 번이 아니라 수도 없이 빨아야 한다.

이걸 30분 안에 마치고 10시에 짜~잔 파지사유를 오픈하려면 만화처럼 팔다리에 모터를 달고 청소해야 한다.

그렇게 무리하면 시간 안에 청소를 마칠 수는 있지만 기운이 쫘악 빠지고 아침부터 기진맥진이 된다.

오늘은 마음을 느긋하게 잡고 1시간 청소를 했다. 문탁과 파지사유의 세미나와 일정들이 10시에 시작되지만,

자율카페가 꼭 10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스텐바이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느려터진 내 속도대로 파지사유를 청소했다. 그 사이 아이들이 한둘 파지사유로 놀러왔고

하늬바람님과 수산나 호두 프리다가 새로 시작하는 양생세미나 준비모임을 한다고 왔다.

사람들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청소를 계속했다.

 ‘이런 속도의 청소라면 할 만한데! 아마도 밥티스트로서의 내 일은 청소가 아닐까!’

일찍 청소를 마치고 책을 읽든 정리를 하든 다른 일을 해치우려는 마음을 버리고 청소를 즐기자!!

 

청소의 재발견에 스스로 기특해하고 있는데 젊은 부부가 아이 둘을 업고 안고 들어왔다.

필시 파지사유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들이다.

“아... 저희 카페는 자율카페예요. 직접 차를 만들어 드셔야 해요^^” 상냥하게 말을 건넸지만

듣는 쪽에선 “뭥미??” 황당한 얘기가 아닌가 걱정되었지만

젊은 부부는 재미있겠다며 핫초코와 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계산도 직접 했다.

 

파지사유가 자율카페가 되고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자율카페라는 말에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자율카페? 어려워 보이는데!!!” “자율카페? 재미있겠다!!!”

의외로 처음 파지사유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좀 더 많다.

아마도 애견카페 애묘카페 등등 다양한 컨셉의 카페가 많다보니 자율카페도 하나의 컨셉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다.

반면에 ‘어려워 보이는데...’라고 낯설어하는 반응은 비교적 문탁과 파지사유에 오셨던 분들에게서 나타난다.

예전과 달라졌으니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게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건 자율카페가 한 달을 경과하며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속도이고

두 달 세 달이 지나며 어떤 양상이 드러날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건 자율카페 한 달. 매출이 적다는 점이다. 원래 겨울은 카페가 비수기인 점도 있고

그간 방학에 들어간 세미나들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거기에 자율카페로의 변화가 한 요인이 된 점도 있다.

이렇게 매출이 적어선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의 임대료를 내기 힘들다.

공유지를 공유지로 유지하기 위해서 각자 공유지에서 돈을 써야 한다.

이건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공유의 논리이다.

내가 마시는 차 한 잔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마을공유지를 만든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꺼낼 때 내가 영업이익에 혈안이 된 장사꾼처럼 느껴지는 껄끄러움이 있다.

이 껄끄러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주술밥상로고축약1.JPG

댓글 1
  • 2016-05-01 18:11

    영업이익에 혈안이 된 장사꾼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기 힘들지 ㅋㅋ

     

    난 힘들어서, 내껀 안 팔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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