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회)

밥티스트
2016-03-01 10:42
775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 (1회)



 

*주술밥상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밥티스트들의 일지가 도시게릴라의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기습적으로 올라옵니다.

  파지사유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같이 읽어주세요

 

  

2월 24일 인디언이 쓰기를

 

파지사유는 청소가 한창이고, 주방에서는 풍경과 고로케가 벌써 김치찜을 하고 있다. 두 냄비 가득 김치와 고기가...

밥당번들이 오고 점심준비가 시작된다. 밥당번이 콩세알밖에 없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여여가 곧바로 합류했구나.

김치콩나물국을 끓이고 멸치볶음을 하고. 풍경과 고로케는 주방을 밥당번들에게 넘기로 책을 들고 공부방으로 간다.

요즘 우리 밥티스트들은 주방과 파지사유에서 무언가 하는 짬짬이 책을 보고 글을 쓴다.

그럴 때면 파지사유에서 하지 않고 새로 꾸민 공부방으로 간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그녀들의 마음이 전해온다.

“수란을 한다구요? 어떻게 해요?” 콩나물국밥의 화룡점정, 수란!^^

국밥을 하나하나 끓이면 그 위에 계란 하나씩 넣으면 되는데, 한꺼번에 끓이니 그럴 수가 없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국 솥에 계란을 여기저기 살짝 깨넣은 다음 겉이 익으면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건져내어 그릇에 하나씩 담는다.

그렇게 수란을 한 후 국에 밥을 넣어 끓인다. 양이 어떨까? 밥을 좀 더 넣을까? 국물이 적지 않을까? 서로 주고받으며 국밥이 완성되었다. 와, 이게 뭐야? 수란? 점심을 먹는 사람들은 그 수란 하나로 그저 즐겁다. 작은 정성이 마음으로 전해지니 기쁘다.

밥당번이 내놓은 반찬은 방금 만든 멸치볶음과 장아찌들. 아뿔싸! 이따 주먹밥 재료로 가져다 놓은 방풍나물장아찌가...

할 수 없지 뭐. 주먹밥에는 다른 장아찌를 넣을 수 밖에. 점심을 먹자마자 풍경과 고로케는 김치찜을 마저 하고

취나물도 다듬어 삶아 무치고, 주방을 정리하더니 다시 공부방으로 고고씽. “이따 4시에 올께요~

 

잠시 고전공방 숙제로 <대학>을 열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3시가 넘어간다.

4시부터 회원의 날 준비를 하기로 했지만 미리 어묵탕 국물을 끓여 놓는게 낫겠다 싶다.

집에서 가져온 온갖 재료를 넣고 찜통 가득 물을 부어 불에 올려놓았다. 표고버섯, 양파껍질 덕분에 국물 색깔이 먹음직 스럽다.

어묵도 데치고 꼬치도 끓는 물에 삶아내어 파지사유에 앉아 어묵을 꽂고 있자니 세미나를 끝낸 친구들이 와서 손을 보태려 한다.

“아직 시간도 많고 혼자 해도 돼요. 공부하세요.^^” 4시가 되니 밥티스트들이 들어온다.

새털, 풍경, 고로케. 루쉰세미나 끝낸 씀바귀도 주방으로 들어온다. 몸도 안 좋은데....

이제 본격적으로 떡볶이와 주먹밥 만들기 시작. 떡볶이 떡은 5Kg 넘게 사왔는데 풍경은 적을까봐 걱정이다.

아휴, 손 큰 우리 풍경! 이 가는 양파는 어디 쓸려고? 떡볶이에 넣을거야, 새털 작품이야. ㅋㅋ

양배추, 당근, 파, 어묵도 듬뿍, 맛있는 우리 매실고추장이면 떡볶이가 안 맛있을 수가 없지. 밥을 하는 동안 단무지, 장아찌, 오이지 등을 잘게잘게 다진다. 아, 칼이 안들어. 난 이게 더 낫네. 이 칼 저 칼이 왔다 갔다 한다. 칼을 한번 갈 때가 되었구나.

“3월 1일 장 담글때 칼 다 가져가서 가마솥님한테 갈아달라고 하자.”

몸 아파 일 제대로 못하는 씀바귀가 밥물을 제대로 봤나보다. 밥이 고슬고슬 잘 되었다.

잘 다진 재료를 넣고 참기름 듬뿍, 깨 솔솔 뿌려 버무린다.

앗, 뜨거워! 면장갑에 비닐장갑 덧 끼고 잘 섞은 후 김가루 뿌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어느 틈에 주먹밥 만드는 손이 많아졌다.^^ 잠시 파지사유로 나왔다.

자리배치가 한창이다. 낯선 청년이 들어오더니 피아노를 살핀다.

혹시? 맞다. 이나우, 오늘의 연주자다. 건달바와 피아노 배치를 잠시 의논한 후 자리를 잡는다.

“일찍 와도 된다고 해서요.” “그럼요, 차 한잔 할래요?” 얼그레이를 만들어와 마주 앉았다.

“그런데, 여기는...?” 간단히 설명해주고 오늘의 콘서트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아차, 렉처콘서트였지.” 헉! “자료 좀 찾아 볼께요.” 그래요, 자리를 비켜주고 주방으로 간다.

여러명이 만드니 주먹밥도 뚝딱, 떡볶이도 커다란 냄비에 한가득, 어묵꼬치도 탕으로 들어가고...

세배를 마친 악어떼 아이들과 교사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악어떼들은 한창 먹을 나이다. 접시 가득 떡볶이를 담고 주먹밥도 하나, 둘, 셋, 넷.... 끝없이 담는다.

옆에서 보던 요요 왈, “떡볶이 이게 다여요?” 걱정할 만하다. 그러나 그게 거의 6Kg 다되는 떡이랍니다.

다들 음식을 한 접시씩 들고 앉자, 앞치마에 머리 수건을 쓴 파인애플 멤버들이 무대에 자리한다.

그런데 한쪽 끝에 달팽이가 보인다. 아니 언제 파인애플에? 조용히 뭐든지 잘해내는 달팽이가

이번엔 우쿠렐레를 들고 파인애플에 스며들었네. 파인애플 연습을 월든에 유치하느라?

아님 월든에서 연습하는 파인애플에 반해서?

선후야 어찌 됐든 달팽이가 합류한 파인애플은 더 풍성해질거고 함께 하는 달팽이도 기쁨이 늘어나겠지.

멀리 있어 가사를 잘 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주방에 관한 노래인 건 분명하다.

주술밥상을 위해 마음써서 준비한 그대들, 참 어여쁘오.

 

드디어 우리의 피아니스트가 쇼팽을 연주한다. 노트 한 장 쭉 찢어 뭔가 적어 보면대에 올려놓고 음악에 대해 설명을 한다.

약간은 서툴러보이는 그가 어쩐지 친숙하다. 한 곡을 연주하고 나더니 다시 곡을 설명한다.

여전히 어눌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눌함이 오히려 더욱 예술가 답게 느껴진다.

그의 연주를 들은 후였기 때문에. 맨 앞에 앉아 피아노의 울림과 그의 몸으로 표현되는 연주를 그대로 들으니 그야말로 심쿵!이다.

아, 감동이 이런거구나. 이래서 음악회에, 연주회에 가는구나. 피아노가 기뻐할 것 같다. 나를 제대로 연주해 주네요.

그렇게 콘서트가 끝났다. 예술하는 주방, ‘주방이 예술’ 밥상의 첫 번째 만남은 그렇게 행복하게 끝났다.

아, 긴 하루였지만 행복했어요!

주술밥상로고축약2.JPG

댓글 1
  • 2016-05-01 18:14

    긴 하루 ~~

    밥티스트님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예술하기 참 어렵죠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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