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리브 올리브>, 몰입하기 힘든 영화

새털
2017-06-11 07:32
493

나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필름이다> 영화상영회의 고정고객이 되었다.

아마도 그 맨처음은 청량리가 문탁 강의실에서 틀어주던 독특한 영화 덕분이리라.

평소의 청량리처럼 그가 틀어주던 영화들도 참신하고 생뚱맞고 뭔소리인지 잘 모르겠는,

그래서 재미있는지....문제적인지....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던 영화들을 청량리는 어디선가 찾아와서는 틀어줬다.

왜 이런 영화를 골랐냐? 질책하면 청량리는 "좀 그렇죠..."하고 얼버무리지만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선정을 해왔다.

.....음 지금은 이런 '재미'는 좀 잊혀졌다.

'고정'고객이란 재미보다 그것이 하나의 '관행'이 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어떤 영화를 틀어도 가서 본다^^

그러나 <올 리브 올리브> 상영을 앞두고는 좀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분쟁지역의 대명사가 된 '팔레스타인'을 나의 관심사 안으로 들여오기엔 좀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나에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는가?

여기에 팔레스타인이라니? 또 하나의 대책없는 '사건' 하나가 더해지는 것 말고 뭐가 될 수 있을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정고객으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문탁님의 말씀대로 선정적이지 않게

민중봉기 이후 나날이 좁아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보여준다. 1948년 지도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지도 위에서는 사라진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대부분의 가족이 형제나 자식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청춘의 나날들을 감옥에서 보냈고

그리고 지금 그들에겐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평생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올리브나무가 그 자신의 인생 전부와도 같은 농부는

자기 땅으로 농사를 지으러 갈 때도 이스라엘의 통행권을 받아야만 된다.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영화, 몰입이 안 되는 영화는

또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팔레스타인땅의 '주민'이었으나 이제는 '난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탈북자, 취준생, 철거민, 비정규직 등등 대한민국 국민이나

 '난민'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까 을인 나의 문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의 의도는 이렇게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곳의 '난민-약자'을 환기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난민과 약자가 지금 너무 많다.

소수의 갑과 다수인 을의 비대칭성.

이 비대칭의 각도가 최근 너무 가파라졌다.

이 문제적 '각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에 프로듀서 김일권이라는 이름이 올라왔을 때

나는 반가움을 느꼈다. 작년에 YTN 최승호PD의 다큐 '자백'의 엔딩크레딧에서

'김하늘'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느꼈던 반가움과 같은 것이다.

문탁에서는 꽤 오랫동안 독립영화배급사인 <시네마달>과 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김일권씨는 내가 상영료를 송금할 때마다 보았던 수신자의 이름으로 <시네마달>의 대표다.

김하늘씨는 내가 영화상영을 문의할 때마다 모든 편의를 친절히 봐준 <시네마달>의 직원이다.

우리는 돈이 별로 없고,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이 않다고 사정을 얘기하면

상영료도 최저가로 받았다. 이렇게 경제관념이 없어선지 <나쁜 나라> <다이빙벨>와 같은

영화들만 배급해선지 최근 <시네마달>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걱정 되었다.

그 여파인지 친절한 김하늘씨도 이제는 <시네마달>의 직원이 아니다.

"여기 문탁인데요...." 한마디만 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노룩패스'처럼 신속정확하게 일처리해주던 사람.

전화통화로만 친숙했던 사람.

"김하늘씨 그동안 넘 고마웠어요. 잘 지내시죠?"

김하늘씨도 나도, 우리 '을'들에게 안녕을^^

 

댓글 5
  • 2017-06-11 09:14

    새털은 징징대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보다는 음... '꼴*' 쪽에 가깝다.

    그런 새털이 요즘은 '골*'도 잘 안한다. 아니 못한다. 사는게 너무 퍽퍽해서일게다.

    그래서 나는 요즘 웬만하면 새털에게 부탁을 잘 안한다.

    그런데 이번엔 맘먹고 '후기'를 부탁했다. '골*'하는 새털이 그리워서일까? ㅋㅋ

     

    역시! 재미든 관행이든 고정관객 새털의 후기는, 언제나 좋다! 

  • 2017-06-11 16:03

    저도 묻고 싶어요~~~

    김하늘씨!! 안녕하시죠??? 새털도..... 안녕?!!....

  • 2017-06-11 19:43

    첫장면에 등장한 아기는 강보에 싸여 있었는데

    영화가 끝날 무렵 그 아이는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올리브 나무가 열매를 맺고, 어른들이 밥벌이를 걱정하고 현실과 싸우는 동안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은 자란다.

    팔레스타인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곳의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그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게 될까, 영화를 보고 나니 더 두려워졌다.

    두려움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2017-06-12 09:35

    딸에게, 갈래? 하니ᆢ 가볼까? 하길래, 정작 나는 그저그런 마음으로  영화관 (?)으로 나선거고ᆢ

    에어콘아래 자리는 추웠고, 팔레스타인은 ebs다큐같았고, 딸은 살짝 조는 것도 같았고, 난 애써 집중하려고 눈부릅!

    에어콘이 꺼지고 딸아이도 깨어날 무렵  팔레스타인의 삶들이  조금씩 아파오고, 저들도 많이 아프구나ᆢ영화도 차암 잘찍었네ᆢ

    오는길, 졸았던거 같은 딸은 뭐라뭐라 한보따리 이야기를 꺼내며 "진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노답'이야 그치? 엄마는?"

    엄마는.. '음 ᆢ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찍었다는 너 또래 이집아이들, 그리고 니가 겹쳐 보이며 다들 자기답을 힘겹게 찾아나가고 있구나 ' 하며 그저 쫌 뭉클했지머ᆢ

    담주 영화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했지?  시간많은 딸아~~ 

  • 2017-06-19 17:09

    올리브나무가 그리 오래 산다구요...?

    팔레스타인에서, 자기 땅에서 올리브농사 지으며 살겠다는데...

    밀양에서, 오랫동안 농사짓던 그 땅에서 그냥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데...

    여기저기서 삶들은 점령당하고

    그래도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아가는 자라고...

    올리브나무도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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