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6회)

밥티스트
2016-05-29 09:25
907


토요일 토요일은 ‘무소유’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새털이 쓰기를

하루 평균 35명에서 40명이 밥을 먹는 주술밥상에도 ‘러시아위’가 있다. 아니 ‘러시데이’가 있다.

세미나들이 몰려 있는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그렇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러시데이가 토요일이다.

토요일 세미나들은 쉬지만, 청소년프로그램과 파지사유인문학이 있어 이 날도 밥상은 북새통이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 주술밥상은 고요했다. 이 날 정해진 밥당번도 없었지만, 밥티스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지난 주로 청소년프로그램 봄학기를 마쳐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물론 밥 먹으러 오는 아이들을

귀찮아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아니다. ‘함바집’을 방불케 했던 3월 개강날 이후로,

아이들도 파지사유에서 점심을 먹고 짬짬이 친구들과 노는 노하우를 터득해

토요일 점심시간에는 일정한 동선과 리듬이 만들어졌다. 알아서들 만화책 보고,

‘세세세’하고 파지사유 앞에서 돌을 깨며 몰려다닌다.

이날 파지사유는 요즘 보기 드믄 ‘아날로그적인 놀이터’가 된다.

각설하고 이번 토요일 주술밥상은 고요했다. 아이들이 오지 않았고,

점심을 먹는 팀은 파지사유 인문학과 고등인문게릴라가 전부였다.

그리고 또 새벽에 밀양으로 농활을 가는 팀이 김밥도 남겨놓고 갔다!!!

오늘 밥당번이 없어도 밥티스트가 당황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늘 점심엔 아무것도 안해도 되겠구나 콧노래를 불렀지만, 김밥이 조금 모자랄 것 같아,

결국 주방에 들어가 가스불을 켜고 김치죽을 끓였다.

멸치육수를 내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찬밥을 넣고, 김치를 썰어 넣으니 김치죽 끝!!!

조리방법이 간단한 것도 맘에 들지만, 더 맘에 드는 이유는

 따로 장볼 필요 없이 있는 재료로 완성되는 요리라는 점이다. (맛은 물론 장담 못한다.)

파지사유 인문학을 마치고 나온 분들과 점심을 먹으며 오늘의 ‘청빈한 밥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새털 왈 “요즘 나는 마트 가서 장을 안보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어떻게든 하루를 때울 때가 제일 즐거워!!!

돈도 절약되고, 냉장고에 쌓이는 재료도 없고, 진짜 살림을 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달팽이 왈 “예전에 새털이 반찬하기 싫어 도토리집에서 해놓은 음식 사서 가져올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 새털도 살림을 좀 하는구나”라고 칭찬을 해줬다.

자누리 왈 “새털처럼 살림 못하는 사람도 주술밥상에 들어오면 살림의 기술이 든다는 걸 다른 살림 못하는 사람에게 소문내라!!”

속성으로 ‘살림 잘하는 새털’이 되어 점심 먹고 나선 주방을 좀 치웠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양념들도 하나로 모으거나 버리고, 비워진 양념통들도 채워 넣거나 버리고,

뚜껑 없어 외로운 플라스틱 통들도 제짝을 찾아주거나 버리고,

바닥이 벗겨져 눌러 붙는 프라이팬도 서너 개 버리고,

쌓여있는 플라스틱 쟁반도 떨어뜨려서 깨뜨려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이렇게 토요일 오후 주방에서는 고요히 버리고, 버리는, 무소유의 삶을 흉내내보았다.

아마, 지금 주방은 좀 쾌적하고 청정해졌을지도 몰라요.

주방으로 선물을 가져다주시는 것도 반갑고,

주방에 쌓여있는 물건을 가져가시는 것도 반갑고,

필요 없어 보이는 것은 버려주시는 것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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