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1회)

밥티스트
2016-04-24 20:24
789



김치는 맛있었나요?


2016년 4월 13일 수요일 인디언이 쓰길

문탁에서는 김장 김치로 거의 한 해를 버틴다.

김치는 늘 맛있지만 봄이 되면 새로운 맛이 그립다.

봄동 겉절이를 몇 차례 해먹거나 오이 무침 같은 걸로 새 김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본다.

그러다 가끔 누군가가 새 김치를 선물하면 와! 하며 좋아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에 대한 이런 그리움을 잘 몰랐다.

김장김치도 엄마한테 얻어먹고 때때로 새로 담근 배추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파김치도 늘 챙겨주셨으니까.

할머니한테 김치 전수받으라는 온 식구들의 말을 무시하고 버텼다.

딸한테 전수받으라고 하면서. 난 엄마한테 얻어먹으면 되니까^^

3년 전인가부터 텃밭에 배추를 심었다. 배추가 생기니 김장을 해야 했다.

엄마한테 배운 것에 내 맘대로 레시피를 덧붙여서 했는데 먹을 만했다.

그 후 매년 배추를 심고 김장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엄마네집 김장까지 하게 되었다. 한 순간에 역전된 것.

"엄마, 문탁에서는 내가 김치 담그는 사람이야. "하면 엄마가 깔깔 웃으신다.

어이없으신게다. ㅋㅋ

하여 나는 김치를 담게 되었다.

김치 절이는 게 쉽지 않은데, 봄이 되면 맛이 좋은 해남 절임배추가 나온다.

절임배추를 채에 거꾸로 엎어 물을 뺀다.

북어머리와 다시마로 육수를 끓여 찹쌀풀을 쑬 차례.

어? 근데 찹쌀가루가 어디 갔지? 분명히 지난번에 쓰고 잘 남겨두었는데?

반찬 하면서 찹쌀가루 쓸 일이 없을텐데... 냉장고를 아무리 뒤져도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밥당번 하신 분들이 부침개하면서 찹쌀가루를 쓰셨단다.

난 부침개는 맛나게 먹고도 왜 그걸 몰랐을까? ㅋㅋ

하여간 육수 식혀 그 물에 찹쌀풀을 쑤어 그것도 식힌다.

그동안 쪽파와 무를 다듬어 채썰고 양념을 만든다.

양념에는 홍고추, 마른 홍고추,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 액젓, 마늘, 생강, 양파즙, 사과효소가 들어간다.

마른 홍고추는 작년에 텃밭에서 키워 잘 말려 손질해 둔 것을 필요할 때마다 야금야금 잘 쓰고 있다.

농사지어 놓고 쓰는 농부의 마음을 쪼끔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어이없나?^^

새우젓은 작년 김장때 사놓은 것이 있는데, 좀 크고 붉은 새우로 담근 것이 맛이 여간 고소한게 아니다.

그리고 역시 작년에 거창 사과로 담가놓은 사과효소를 항아리에서 한 병 뜨고, 양파즙도 챙겨왔다.

고춧가루와 사과효소만 빼고 이 재료들을 믹서에 넣고 간다.

걸쭉하게 된 양념을 식은 찹쌀풀에 넣고 고춧가루와 사과효소도 넣어 잘 섞어준다.

간을 보고 고춧가루가 다 풀어질 만큼 시간이 약간 지나면 채썰어둔 무와 쪽파를 넣어 버무린다. 이러면 양념 완성!

양념냄새 때문일까? 사람들이 주방을 들락거리며 양념 간도 봐주고 김치도 먹어본다.

다행히 맛있다고 해주면 마음이 놓인다.

김치가 약간 달콤한 맛이 나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사과효소 덕이다.

달긴한데 설탕 같은 단맛은 아니고 뭔가 깊이가 있는 맛이랄까...

사과효소는 풍미가 좋아 여러 가지 음식에 잘 써먹는다.

매실효소는 신맛이 함께 있지만 사과효소는 단맛만 있어 좀 다른 맛을 낸다.

최근 두 번 김치를 담갔는데 한번은 여름님과 같이 했고, 한번은 우연님이 도와주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말한다. 역시 음식 맛은 정성이야!!!

남쪽에서 잘 키워 보내준 배추, 정성스레 키워 말려 빻은 고춧가루,

오랫동안 삭힌 새우젓, 일 년 전에 담가 둔 사과효소 등등 재료의 정성도 그렇고

이것 저것 챙겨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해보려는 우리 마음의 정성도 그렇고

이런 정성이 모여 김치로 태어난다.

거기에 하나 더!

김치를 담고 나면 여기 저기 선물의 행진이 이어진다.

새털은 청량리에게, 인디언은 새털에게......

이것이 진짜 주방의 예술!

그런데, 김치는 맛있었나요?

주술밥상로고1.jpg

댓글 1
  • 2016-05-01 17:55

    문탁에서 김치 제일 잘 담그시는 분의 어머니?

    그 분의 김치 한번 먹어보고 싶군요. 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87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6회)
밥티스트 | 2016.05.29 | 조회 905
밥티스트 2016.05.29 905
286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5회) (2)
밥티스트 | 2016.05.23 | 조회 915
밥티스트 2016.05.23 915
285
주파수를 맞춰여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4회)
밥티스트 | 2016.05.14 | 조회 774
밥티스트 2016.05.14 774
284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3회)
밥티스트 | 2016.05.07 | 조회 827
밥티스트 2016.05.07 827
283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2회) (3)
밥티스트 | 2016.04.30 | 조회 912
밥티스트 2016.04.30 912
282
주술밥상 5월 메뉴 (16)
인디언 | 2016.04.27 | 조회 2476
인디언 2016.04.27 2476
281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1회) (1)
밥티스트 | 2016.04.24 | 조회 789
밥티스트 2016.04.24 789
280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10회) (1)
밥티스트 | 2016.04.17 | 조회 785
밥티스트 2016.04.17 785
279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9회) (1)
밥티스트 | 2016.04.07 | 조회 830
밥티스트 2016.04.07 830
278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8회) (1)
밥티스트 | 2016.04.04 | 조회 698
밥티스트 2016.04.04 698
277
간장게장 주문하세요 (31)
인디언 | 2016.04.03 | 조회 2460
인디언 2016.04.03 2460
276
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7회) (1)
밥티스트 | 2016.04.01 | 조회 732
밥티스트 2016.04.01 73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