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를 맞춰요 874.6Hz 여기는 주술밥상(6회)
밥티스트
2016-03-27 00:57
700
뭐든지 맛있게 요리한다, 공자씨도, 주자씨도, 드라마씨도
*주술밥상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밥티스트들의 일지가 도시게릴라의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기습적으로 올라옵니다.
파지사유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같이 읽어주세요
3월 23일 수요일 풍경이 쓰기를
오늘은 월회원 반찬생산이 있는 날이다. 메뉴는 섞어찌개와 호박고지이다.
호박고지는 찬방에서 1월에 대보름 나물을 만들고 남은 것이다.
사실 얼마만큼 주문할지 양 가늠을 못해서 좀 많이 주문했던 거다.
'남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심정이었다.
지난 주 월요일 문탁샘이 밥당번을 하던 날, 문탁샘을 한가하게 만든 내 죄가 크다.
문탁샘은 주방을 이곳저곳 구석구석 살피면서 냉장고 정리를 위한 수납서랍을 사줄까?
(사실 그것만 있으면 왠지 냉장고 정리가 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사양했다.
왜냐면 또 그것까지 청소거리가 될 것 같았다. 난 요즘 치워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것이 무섭다.)
이 호박고지는 왜 이렇게 많이 있어? 등 문탁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으면서,
“아! 그건 뭔냐면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만 했던 그날! 나는 기필코 빨리 저 호박고지를 없애고야 말리라고 다짐했다.
문탁샘의 ‘지적질로’ 조리가 없는 나의 습관이 들킨 것 같고, 주방의 식재료들이 순환되어야지 쌓아두면 안 된다는
문탁샘의 ‘마음의 소리’까지 들은 기분이었다. 문탁샘은 아실까? 말하지 않아도 샘의 카리스마 때문에 전달되는 말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월회원 반찬을 생산하는 수요일,
드디어 내 불순한 반항의 몸짓인 호박고지는 구수하고 맛있는 반찬으로 환생했다.
오늘 생산은 특별히 우연샘에게 부탁했다. 지난 번 대보름 나물 생산 때 우연샘의 호박고지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샘도 문탁샘 못지않은 잔소리꾼이지만 반찬은 정말 맛있게 만드신다. 그래서 같이 음식을 만들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또 우린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동학이다. 그동안 공부한 이야기, 그 공부가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중에 뭘 재미있게 봤는지등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이 시간에 몽땅 털어놓는다.
(이번엔 내가 시그널을 보지 못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연샘의 풍부한 철학을 들을 수 없었다.T.T)
그래서 우리 둘이 찬방 생산을 하는 날은 주방이 공자학당이 되기도 하고, 아고라광장이 되기도 한다.
엊그제 복작 세미나에서 읽었던 『엔데의 유언』이야기를 했더니 우연샘은 읽어보지 못했단다.
그래서 『모모』에서 시간에 대해 말했는데 이 책에서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했더니,
우연샘이 요즘 누구누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하면서 씨그널 이야기를 했다.
내가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아 할 말이 많았는데, 안보면 같이 이야기할 수 없지” 라며 너무 안타까워했다.
그러다 내가 『대학』을 공부하다 새롭게 주술밥상의 도를 깨달았다고 하는 순간 주방은 ‘주자학당’이 된다.
대학에 “뜻을 진실되게 한다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난 이 말에서 자기도 모르는 새 자기의 습관이 계속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타자가 있어(문탁샘처럼^^) 그 계속된 고리를 끊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의 습관도 보인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난 애정만 있었지 이해는 없었구나, 그래서 원망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문제는 또 있더라, 나와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을 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했더니,
우연샘은 ‘물론 그렇지! 그렇지!’ 하며 격하게 긍정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다 보니 『중용』이 또 이해되더라’ 라며 한 발 더 나갔더니
우연샘은 “난 반 儒家야 중용에 동의가 안 되는 것이 많고, 주자의 해석은 더 그래.
‘천하에 달도가 다섯 있다’ 라고 하면서 사회관계를 규정하고, 達德도 그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그 사회를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한 치의 용납이 없다고 생각된다" 고 하신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고. 이들이 ‘획일주의자’들처럼 보인다는 말씀이다.
이렇게 우리의 주자학당 대학학당 중용학당은 끝이 없다^^
가끔 찬방 생산일에 일하러 오는 우연샘은 쉐프비를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하기도 한다.
오늘 같은 날은 우정출연이다. 나와의 우정으로 오기도 하고,
문탁의 활동으로 생각하고 오기도 하고,
음식을 잘하기 때문에 오기도 한다.
이건 또 무슨 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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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샘이 주방에 계시면 괜히 안심이 됩니다.
정확한 맛이 나올 것 같아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