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6 담쟁이 베이커리 일지 : 상서로운 기운

강수아
2017-12-07 15:03
519

회의에 늦을까봐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잉? 이층카페엔 아무도 없다.

아.. 회의가 없는 날 이었나 보다. 결국 혼자 소파에 앉아 메밀차와 호두파이를 먹으며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도라지쌤이 들어왔다. 한 숨 돌리지 않고 바로 앞치마를 입으며 말한다.

"오늘은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자!"

왠지 나도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시 이층카페 문이 열리고 담쟁이쌤이 들어오며 묻는다.

"오늘 품목이 뭐지?"

호두 바게뜨는 담쟁이쌤, 카스테라 는 도라지쌤, 그럼 나는.. 유자케익

IMG_1363.JPG

작업이 시작되었다! 

작업장에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조급한 느낌은 없다.

담쟁이쌤과 도라지쌤은 컵을 씻거나 복사를 하려고 이층카페에 들르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수다를 떤다.

가만히 서서 듣고있으면 진담이 섞인 것 같은 재미있는 농담들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럼 혼자 몰래 웃는다.

그렇게 북적북적 거리는 것도 잠시, 사람들이 제 일을 하러 나가면 한 순간에 조용해진다,.

그 때 도라지쌤은 두 시간짜리 라디오를 틀어둔다. 

IMG_1371.JPG

사람들의 목소리가 없으면 반죽을 돌리는 기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위잉위잉위잉.. 매주 듣는 기계소리지만 항상 거슬린다. 그래도 항상 고맙다.

오늘은 특히 고맙다. 겨울철이면 찬 공기때문에 버터와 계란 사이에서 분리화가 일어나서 반죽이 거칠어진다.

그런데 오늘 반죽은 정말 매끄럽게 되었다. 나에겐 이런 일이 흔치 않기에..기념 사진까지 찍었당..

IMG_1365.JPG 

도라지쌤의 카스테라도 오늘따라 잘 되었다. 오븐 속에선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다가

밖에 나오면 푹 꺼져버리는 변덕심한 카스테라 때문에 도라지쌤이 맘 고생좀 했었다는..

하지만 오늘은 탱탱한 자태를 유지했다! 

담쟁이쌤이 기뻐하며 말했다. "상서로운 기운이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겸손 뿐이야"

ㅋㅋㅋ 듣고 엄청 웃었다.

IMG_1372.JPG

반죽이 너무 부드러웠는지. 반죽을 많이 넣었는지, 오븐 온도가 높았는지 모르겠지만 반죽이 흘러 넘쳤다. 

빵이 부드러워서 찢겨지지 않게 틀에서 때어내느라 고생좀 했다.

약간 흐트러져 보이는 모양새 때문에 걱정하는 나에게

쌤들은 맛있으니깐 괜찮다고 위로해주었다. 그 말 듣고 또 좋아서 헤벌쭉

아.. 겸손이 필요한데!

댓글 2
  • 2017-12-08 19:36

    겸손에 하나 더 추가! 

    공부~ ㅎ^^

  • 2017-12-13 23:54

    수아의 베이커리 일지 넘 재밌어~! 즐겁게 일하는 마음이 보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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