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정원> 세번째 후기

곰곰
2022-08-25 00:57
331

<가이아의 정원> 마지막 강의였습니다.

1강에서는 생태 농업의 전체적 원리를, 2강에서는 생태 농업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짚어 보았었죠. 이번 시간엔 생태정원 만들기’입니다. 멋진 정원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식물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항목들을 살펴봅니다. 

 

저자 헤먼웨이는 정원을 위한 식물군집을 만드는 방법으로 섞어짓기, 상생재배법, 복합경작, 그리고 길드를 소개합니다. 그중 퍼머컬쳐인들은 ‘길드’를 가장 권장합니다. 자연의 군총에 더 유사하도록 모방하고,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조화롭게 짜인 식물과 동물의 모임. 그것이 길드입니다. 줄지어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에 비하면 다른 세 가지 방식도 ‘자연’스럽긴 하지만, 야생의 생태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죠. 생태계의 다양한 협력 관계를 본뜬 길드는 인간이 포함되어 있는 식물군집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향모를 땋으며>에서도 소개되었던 옥수수, 강낭콩, 호박의 세 자매가 길드입니다. 이 유명한 자매는 함께 뭉치면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물과 비료가 더 적게 드는 등 시너지 작용이 대단합니다. (참, 그런데 네 번째 자매도 발견되었대요. 로키마운틴 비 플랜트(또는 아마란스)가 그 주인공인데, 꿀벌레들을 유인해 호박과 콩을 수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넷이 되었으니 훨씬 더 유명해지겠네요. 그러다 잃어버린 자매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ㅋ) 

 

 

사과나무 길드, 호두나무 길드, 그리고 이 둘의 연결된 슈퍼길드도 소개합니다. 또 그것이 확장된 형태가 먹거리숲(Forest Garden)입니다. 각 식물들의 특색과 기능을 최대한 고려해 여러 층, 여러 지구로 배치합니다. 이는 기능적으로도 유용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사진으로 본 숲의 울창함과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생태정원(숲밭)은 비료나 다른 물질이 덜 필요한 건 물론이고 인간의 간섭(손길)을 줄여준다는 가장 획기적인! 이점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길드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장소를 많이 차지하고 숲밭을 조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제법 걸리니까요. 처음 길드가 발전한 곳은 열대지방으로 그곳의 얕은 토양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었고, 책에서 소개한 길드들도 북아메리카 지역에 적합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잘 될 수 있는 길드 디자인은 내가 직접 고민해야 할 일이라는 과제도 남습니다. 

 

퍼머컬쳐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후쿠오카의 농법은, 영구적인 피복작물을 채소나 다년생 작물과 섞어 심고 모두 최소한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한번은 ’전지도 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사과나무를 키우면 어떻게 수확하고 수확한 사과는 어쩌냐’는 질문에 그는 ‘나무를 흔들어서 사과를 떨어 뜨려 주스를 만들거나 돼지먹이로 주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기존의 밭농사를 생각하는 관점과는 전혀 다르죠. 길드는 우리가 환경과 맺는 관계를 미묘하게 조정하도록 요구합니다. 밭은 사람이 지배하는 영토의 일부가 아니고, 기계적인 음식 생산 공장이 아닙니다. 사람은 길드에 속하는 많은 살아있는 존재들 중 하나일 뿐이니 겸손한 태도로 참여하되, 불필요한 많은 책임은 자연에게 돌릴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쯤되니 생태정원이 되기만 하면 너무 환상적이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넘.사.벽처럼 느껴집니다. 헤먼웨이는 그런 제 마음을 눈치챘는지, 마지막에 ‘생태적인 타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넣어두었네요. 환경적으로 최적화된 완벽한 세상이 아니니, 실용성이라는 벽에 부딪힌다면 환경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를까 두려워하며 마비되기 보다는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좀 써서라도 미래에 자족하게 될 정원을 만들어 보라고요. 전체적으로 봐서, 불완전하게라도 뭔가를 하는 것이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그의 말은 용기와 위안을 줍니다. 실천과 방향성. 그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강의가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퍼머컬쳐계의 떠오르는 샛별 블랙샘은 오늘 굉장한 물건들을 잔뜩 가지고 오셨드랬죠.

 

 

 

 

 

 

 

 

 

 

 

집 베란다 텃밭에서 손수 키우고 말렸을 뿐 아니라 그 다양한 허브들을 가지각색의 유효성분 추출법으로 멋진 걸 만들어 오셨더라구요. 그 정성과 열정에 놀라울 뿐입니다... 덕분에 허브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고 멋진 허브도 두 병이나 얻어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머리를 맑게 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킨다는 '학자의 허브' 레몬밤과 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했다는 세이지를 챙겨왔어요. ㅋㅋ 이 자리를 빌어 너무 감사하는 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다음 시간에는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을 읽습니다. 책은 2부까지 읽습니다. 

댓글 5
  • 2022-08-25 17:26

    드디어 댓글 출석 1등 해봅니다. ㅋㅋ 앗.. 제가 강의도 놓치고 블랙님 선물도 놓쳤네요. 마지막에 도시 사는 우리들에게도 실용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궁금했는데 진짜 아쉬웠어요.

    완벽하지 못할까봐... 어떤 피해가 갈까봐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때가 많은데, 주변과 어울려서 물어보면서.. 지혜를 모으면서 하면 방법이 또 나오는 걸 종종 보게 되더라구요.

    아마란스는 낯설어도 우리 밭에 보리지 보셨지요? 그 친구가 장마 전까지는 꿀벌 유혹 담당이었답니다. 잘 자라면 가지보다 크게 자라니 나중에 토마토 근처에 띄엄띄엄 심어보세요~ 

    어느 정도 자급자족! 혹은 나도 좀 퍼 줄 수 있는 먹을 거리 생산자.. 라는 목표를 앞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블랙님 이런 내용의 강의가 세상에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여기 저기 불려다니면서 바빠지시면 좋겠어요! 

    • 2022-08-30 10:12

      아낫님 블랙샘의 선물,  겨울샘이 챙겨 두셨어요.
      내일 챙기세요~

  • 2022-08-26 22:08

    강의 3번 들으니 퍼머컬쳐 농사에 관심이 가는군요.

    시골집 주변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도 생기고요 ㅋㅋ

     

    곰곰님 후기 감사해요

    아낫님도 바빠지고 ㅠ

    다음 주엔 모두들 뵈었으면 좋겠는디 ㅠ

     

    결석금지!

  • 2022-08-29 17:27

    곰곰님의 다정한 후기로

    좋은 강의 만날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놀라운 블랙선생님의 선물도 감사합니다 ☺️ 

  • 2022-08-30 10:10

    퍼머커쳐계의 떠오르는 샛별 맞습니다^^
    열정적인 수업도 감탄했는 데, 어마어마한 허브 선물까지~
    블랙샘의 스케일에 감동했지요.
    식초허브가 나날이 숙성돼가고 있어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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