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15장. 발제 및 후기

르꾸
2018-01-31 08:22
268

 15장에서 톰슨은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5년부터 1820년까지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떤 집단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을 거치면서 급진주의는 런던 및 대도시 제조업 지역뿐만 아니라 미들랜즈와 북부지방까지 퍼져나가면서

그 영향력을 펼치고 있었지만, 이때의 민중적 급진주의는 조직의 자기 규율이 작동되는

민주적인 정치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영웅적 개인으로 집중되는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영웅적 개인의 대표주자가 언론인 윌리엄 코벳과 대중연설가 헨리 헌트였습니다.

  

정치조직이 위법이었던 당시의 급진주의 운동의 주도권이 이처럼 영웅적 개인으로 집중되고,

이에 대중들이 환호하자 이들은 지나친 대중선동과 금전문제, 그리고 개인적 허영심으로

내부 분란을 일으키면서 지도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하지만 톰슨은 코벳의 뛰어난 글들과 헌트의 대중연설이 노동자 집단의 정치의식을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 시대 급진주의의 진정한 영웅들을 지방의 서적판매인들, 신문판매인들, 동직조합 조직가들,

그리고 햄프든 클럽과 정치동맹의 간사들 및 지방 연설가들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카트라이트 소령의 개혁청원운동의 기반이 되었던 햄프든클럽 대표자회의는

스펜스주의자들이 조직한 스파필즈 집회와 맞물리면서 반란음모에 연루되기도 하였습니다.

  

전쟁 이후의 실업, 빈곤, 임금하락, 물가인상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은

때로는 폭동으로 때로는 봉기의 음모로 때로는 개혁을 위한 청원운동으로 다양하게 펼쳐지면서

당국은 급진주의 운동을 잠재우고자 ‘대륙의 스파이제도’를 작동시키고 이는 ‘올리버 사건’으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올리버 사건’을 통해 정부는 개혁파뿐만 아니라 자유지향적 입헌주의의 옛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들한테까지도

비판을 받았지만,

올리버 사건의 장기적 영향은

혁명적인 개혁운동파에 반대하는 입헌주의적 개혁운동파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할 수 있다면 평화롭게’가 ‘불가피할 때는 실력으로’보다 우선시되었습니다.


피털루는 잠재적으로 혁명적인 맥락 속에서 주로 노동계급적 성격을 지닌,

지극히 강력하고 단호한  ‘입헌주의적’ 정치운동의 산물이었습니다.

피털루를 통해 개혁가들이 주장한 권리는

정치적 조직을 가질 권리, 언론의 자유, 공공집회의 자유, 투표권이었습니다.

영국의 정치적 전통에 대해 가장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피털루 사건은

 ‘어중이떠중이’가 규율있는 계급으로 변모한 것이 입증됨으로써 불러일으킨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세미나가 막바지로 향해가고 저희들의 톰슨 읽기도 그 시간만큼 깊어지면서

영국의 노동계급이 어떠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지형도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남의 나라 노동계급의 형성에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의 종착지가

무엇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자기 성찰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그 자리를 떠나거나 보신주의의 길을 택하는 이들은 잃을게 가장 많은 사람들이었으며

‘기레기’는 그 옛날 영국의 진정한 ‘노동계급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리트머스 장치가 되었습니다.


 케이토우 스트리트 ‘음모’라 지칭된 스펜스주의자들의 혁명의지는 제대로 꽃피지도 못하고 사라졌지만,

그것은 탄탄한 조직적 기반없이 변혁을 꿈꾸던 한국의 70년대 남민전과 오버랩되면서,

단순히 ‘음모’라고 한줄로 정리하기엔 많은 여운을 남긴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케이토우 스트리트 사건은 1790년대의 자꼬뱅주의가 19세기까지 연장된 것이었지만,

이를 끝으로 ‘혁명적인 자유의 모자’는 피털루와 케이토우 스트리트 사이의 도중 어느 곳에선가 분실되었으며,

이후의 1820년대의 대중운동은

중간계급 공리주의자들과 소장 휘그당에 의해 지도되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다음번 세미나는 이책의 마지막인 16장과 추록입니다. 발제는 세미나 전원이 사이좋게 한 챕터씩 나눠서 하기로 했습니다. 

댓글 1
  • 2018-01-31 09:25

    번개세미나에서 르꾸님과 같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ㅎㅎ

    이제 막바지로 접어드니 책제목이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사라기보다

    오히려 문화사, 사회사, 지성사라는 제목이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그게 뭔들... ㅋㅋ 톰슨의 글쓰는 스타일이 아주 재미있어서

    까도 까도 해야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의 마지막 세미나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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