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미소지니, 미소지니의 여성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제14장 후기

야생
2021-09-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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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미소지니를 자기 혐오로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자신을 '예외적' 여성으로 생각하며, 자신 이외의 여성을 '타자화'하는 것이다. 즉 미소지니를 전가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두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는 특권적 엘리트 여성, 다시말하면 '명예남성'으로 '능력있는' 여자가 되는 전략이고, 둘째는 여자라고 하는 카테고리로부터 벗어나 여성의 평가로부터 도망치는 '추녀' 전략이다. 전자는 상승하는 것이고, 후자는 하강하는 전략이다. 

 

명예남성이야말로 이 '예외' 전략을 통해 보통의 여성들을 향한 멸시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명예남성인 A코상이 말하고, 한 남성이 대꾸하는 모습을 보라.

 

"정말, 여자란 감정적이어서 싫어." 

"너? 너는 다르지."

"맞아, 난 보통 여자랑 달라."

 

이렇게 그녀는 다른 여성을 '타자화'하는 것을 통해 호모소셜한 남성공동체에 '명예남성'으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절대로 그들의 '동료'로서 인정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백인 중산계층에 진입한 흑인이 백인들에게 그들의 동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추녀' 전략도 여성혐오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하야시 마리코 만큼 추녀 전략으로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한 작가가 또 있을까. 하야시 마리코는 여자와 남자 사이의 밀당, 배신, 교활함, 속임수를 묘사하는데 능수능란하다. 그녀의 작품에서 여자는 남자의 욕망의 대상이고, 남자는 여자가 이용하는 도구, 여자와 다른 여자는 라이벌 관계에 있다. 

 

하야시의 책을 읽는다면 여성에 대한 불신감이나 혐오를 가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하야시가 그렇게 까지 묘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미소지니는 '자신 이외의 다른 여자들'를 향하기 때문이다. 이런 '타자화'의 메카니즘은 독자도 공유한다. 그녀의 작품 <기분나쁜 과실>을 읽고, '여자 주인공은 내 친구랑 똑 닮았다'고 하는 감상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처럼 작품을 통해 자신을 '예외'의 위치에 세움으로, 미소지니를 낳는 가부장제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하야시의 작품이 여성에게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이유다. 

 

나는 어떻게 여성혐오를 경험하고 재생산하며 살았을까. 찐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하에 여성혐오가 여성혐오인지도 모르고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삶을 살았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 하고, 남자는 한 가정의 제사장(가장)이라는 소리를 몇십년간 들었으니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세뇌되었던지, 아내가 가정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지 않았던가.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이제는 거기에서 한 걸음씩 벗어나려고 한다. 이 발걸음에 페미니즘은 좋은 도구가 된다. 가부장제 사회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나의 삶을 해석할 도리가 없어 가슴에 묻어둔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내어 페미니즘의 빛으로 해석하고 해결해가고 있다. 아직도 요원한 길, 아직도 쪼그라져 있는 자신, 아직도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과 우울... 하지만 더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꿈꾼다. 이것이 페미니즘이 나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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