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세번째 후기; 디오메데스의 무훈

잎사귀
2024-03-23 15:02
56

일리아드 낭독에 참여한 까닭은 단순히 집에 책이 있어서,였다.

한참 책정리에 빠져 있기에 후딱 읽고 재빨리 치워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시작한 <낭독 세미나>는 의외로 즐겁고 신선하다.

남자들의 싸움터가 무에 그리 재밌겠나, 목마 부분이나 잘 읽어봐야겠다는 기대 없음이 되려 복이 되어 돌아오나 보다.

인연은 연이어 열리는지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을 우연히 읽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리스 민주주의가 이오니아, 지금의 터키지역이자 트로이의 인접 지역에서 시작된 이소노미아라는 정치체계에서 온 것이라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오~ 왜 자유 민주주의는 늘 여러 세력 간 불평등을 야기하고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묶어놓으려니 얼마나 문제가 많겠는가?

 

디오메데스의 무훈을 읽으며 올림포스의 신들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새삼 경험한다. 

아무 쪽에나 마음 가는대로 붙어 힘을 실어주었다가 또 곧잘 삐쳐서 벌을 내리고, 인간이 던진 창에 찔려 상처를 입고, 필멸의 인간 주제에 신에 대항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이 이야기를 소리꾼에게 들었을 수많은 대중들은 얼마나 재밌었을까?

일리아드, 정말이지 소리로 들어야 제맛인 책이다. 

댓글 4
  • 2024-03-23 20:48

    치열한 전투장면의 묘사가 처절하기 까지 했습니다...
    잘들었습니다..

  • 2024-03-25 14:58

    잎사귀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일리아스 읽기를 지루하지 않게 해줍니다.
    맞아요. 이 책은 구술로 전해진 것이라 그런지 낭독으로 읽으니 훠얼씬 재미있습니다.
    다소 긴 이름에 장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
    어느 시대나 전쟁이 있어왔고, 어느 전쟁이나 수많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일어나서는 않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존중과 약속마저 저버린 무차별적인 요즘의 전쟁과 비교가 됩니다.
    하나 하나의 존재을 상기시키고,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전쟁 중에 토론을 벌이기도 하는 진기한 고대의 전투 장면이었습니다.

    • 2024-03-25 16:43

      다소 긴 이름의 장벽이 있지만, 어느 날 그 긴 이름을 술술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때 정말 신기해요! 입에 붙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 착 달라붙을 때! 그때까지 무작정 읽어보세요^^

  • 2024-03-26 10:13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아카이오이족 ~ ~
    노래 후렴구처럼 벌써 익숙해져요. 저는 전쟁중 적군들끼리 서로의 오래된 인연을 알고 우정의 선물을 주고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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