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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통신 4] 4월 21일, 짓기와 거주하기 오프라인 워크숍 : ‘공유지를 크립화!’

석운동
2024-04-24 10:29
224

 

2024년 4월 21일, <짓기와 거주하기 세미나> 팀 구성원 14명, 어린이 1명, 비인간 동물 3명이 마을공유지 파지사유로 출동했습니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공유지를 크립화!’ 하기.

짓기와 거주하기 세미나는 아젠다 2.0의 김지원이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세미나입니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이를 사용하거나 점유하는 주체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간 세미나의 주제는 현재의 장애학 공부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최근의 주제는 ‘장애와 가시성’이었습니다. 앨리스 웡이 엮은 에세이집 <급진적으로 존재하기>를 스무 명의 참여자와 함께 5주에 걸쳐 읽은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누리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유지에 경사로를 만들고 싶은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인 경사로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그 이상을 상상해볼 좋은 기회! 

멋대로 세미나 참여자들에게 예정된 오프라인 모임에서 ‘경사로를 만드는 워크숍을 할 거다!’ 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맞춰주셨습니다.

 

워크숍은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와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공유지에 필요한 경사로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5월 장애여성공감의 연극팀을 모시는데, 그 중 휠체어 사용자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누리 선생님이 공유해주신 고민들은 파지사유와 문탁 내부에서도 이 필요에 의해 많은 생각들이 촉발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경사로의 유무와 상관 없이 장애가 이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경사로에 얼마의 돈을 쓸 것인가'와 '워크숍 팀과의 연대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가'는 그 기준과 의미가 다르다는 문탁 선생님의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사로를 고민하기에 앞서 배리어프리(BF) 인증과 관련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민초님께 요청했습니다. BF 인증 기준은 우리 사회의 건축물 접근성과 관련한 아주 최소한의 기준이지만,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가진 조건 역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급한 부탁에도 어린이와 함께 오신 민초님이 차분히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1/18, 1/12.. 휠체어 접근에 필요한 최소한의 각도도 모르던 우리에게 민초님의 짧은 발표는 중요한 지도가 되었습니다.

 

 

 

 

이후 제가 생각한, 우리가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을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제가 벤쿠버의 롭슨광장의 스트램프,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뉴욕시 헌터스포인트 도서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경사로 그 자체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접근성과 관련한 논의에서 휠체어 한 대가 이곳에 물리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위주로 생각하지만(그 역시 중요하지만), 휠체어에 앉은 주체를 그곳에 접근치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단 물리적인 한계만이 아닙니다. 세진님이 워크숍 중 적절히 지적해주셨듯, 그것은 한편으로 태도에 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점들을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조별로 나뉘어 영의 타이트한 지도 하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영이 제시해준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진 디자인 띵킹 방법론은 짧은 시간 안에 참여자들이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형식입니다. 

 

 

 

 

첫번째는 ‘질문 던지기’였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모였습니다. 이 질문들이 향하는 공통적인 방향을 찾고, 게중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스티커를 붙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규칙은 결론을 전제한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던지기.

 

 

 

 

이를 바탕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그림들을 다시 모아서, 주제를 통일하고 의견을 디벨롭시키는 과정을 짧은 시간동안 밟아보았습니다.

 

 

 

 

A조에서는 경사로의 적절한 위치와 모양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실측 결과 가장 높이가 낮은 좌측 주차장 한 칸을 활용해 경사로를 만들되, 경사로 좌, 우측으로 식재를 더해 경사로가 건축물이나 주변 환경과 동떨어진 물리적 접근만을 위한 뜬금없는 도구가 아니라 풍경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기존 데크를 마당으로 보고, '경계를 접는다', '마당을 넓힌다'라는 접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B조에서 제시한 경사로는 접근에 선택지를 열어두는 형태였습니다. 각도가 높지만 짧은 경로, 각도가 낮지만 긴 경로를 열어둠으로써 접근하는 주체가 가진 장애 스펙트럼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그 두 경로의 중앙을 구성하는 귀여운 정원은 돌아가는 길, 크립 타임의 길을 자본주의적 시간의 위계의 바깥으로 몰아낼 수 있도록 하는 상징적인 요소라고 이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B조에서는 내부 폴딩 도어의 창틀을 넘는 접이식 경사로와 공유지 사용 설명서를 추가로 제시해주었습니다. 평소에는 가구 형태로 사용되다가, 필요 시에 경사로로 사용되는 테이블. 그리고 에어비엔비 사용자에게 너무 당연하게 제공되는 정도의 세심한 안내서를 여러 형태(음성, 그래픽 등)로 웹에 구비할 필요를 제시해주었습니다. 

 

 

 

 

C조의 발표는 좀 더 상상적인 것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파지사유의 데크가 아니라, 도로 자체를 높여버리자! 혹은 주차장 전체를 일종의 정원으로, 경사로로 만들자! 그것에 더해 동천동 전체를 높여버리자!! 라는 발칙한 상상. 그러나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좀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공간, 건축, 도시 계획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우회적, 풍자적(?)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선 두 조의 즐거운 상상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사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의 한계는 너무나도 명확하고 제한적입니다. 그런 답답함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 준 C조의 발표가 큰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제 이렇게 모인 의견들을 가지고 실제의 도면을 작성하는 절차를 시작하려 합니다. 참여자들 중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가능하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5월 초까지는 도면을 완성하고, 목공소 결의 어진 사장과 함께 5월 중순 시공을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또 진행되는 소식 공유드릴테니, 많은 관심과 의견, 또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 4
  • 2024-04-24 11:42

    와...짝짝짝!!
    넘 멋지군요.

    간만에 파지사유에 청년들과 비인간동물과 꼬맹이가 모이니까 넘 좋더라구요.
    길 한가운데에서 남녀불문 담배를 자유롭게 피는 모습도 인상적.

    (나: 와, 멋지다. 나 때는 담벼락에 붙어서 피었는데
    영: 진짜요? 강의실 같은데서 못 피었어요?
    나: 아이구, '나 때'는, <모래시계>처럼, 학교 앞 술집에서 담배펴도, 옆 자리에서 술 마시던 남학생이 여학생 따귀때리던 시절이야
    영: 모래시계...가 뭐에요?
    나: 허걱)
    .
    .
    .
    .

    어쨌든, 이번엔 마감이 젤 중요한 거 아시죠? ㅎㅎㅎ

    • 2024-04-24 22:59

      모래시계
      애들이 우찌 알겠어요?
      겨우 걸음마 뗐을 때일걸요 ㅋㅋㅋ

  • 2024-04-24 21:08

    와우~ 짧은 시간인데도 멋진 아이디어들이 나오는군요.
    이 멋진 구상들 정리해서 주시면 안될까요?
    자료로 가지고 있고 싶어서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2024-04-24 22:55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군요
    B조나 C조 아이디어 모두 좋은데
    아쉽네요
    경사로 설치가 불러들인 인연들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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