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3회차 후기

느티
2024-04-27 02:17
37

  수나우라 테일러와 저서 『짐을 끄는 짐승들』은 내게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요즘 우리가 주로 연대하는 곳이 장애인차별철폐을 위한 투쟁의 현장이라 실제 경험과 맞물려 더욱 그랬다.

책을 읽으며 나의 무지가 드러났다.

장애는 사회의 너무나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고 나는 그렇게 얽혀있음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가축화된 동물, 여성, 장애인,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 퀴어, 그리고 마침내는 나 역시....

그러니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투쟁은 나를 위한 투쟁이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기의 낭만화를 읽으면서 ‘방사 유정란’, ‘동물복지 유정란’을 사 먹는 것으로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던 내 모습을 보았다.

“방목 축산 따위의 말들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며 인도주의적으로 기른 고기를 선택함으로써

환경 악화와 동물의 고통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자연’이 동물 착취와 상품화를 정당화하려는 자본의 수사학적 도구로 쓰이고 있고,

가축화된 돌물과 야생동물의 위계화가 있고, 의존적 개체들을 착취의 대상이 될만하다는 관념으로 활용됨이 있고,

따라서 장애인도 돌봄에 의존하는 존재로 영속화 시킴이 있었다.

이 모두는 “의존적인 것을 희생시켜 독립적인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취약한 것을 희생시켜 더 강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꼴”이다.

 

  수나우라 테일러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내 인식의 틀을 깨는 두가지가 있었다.

‘불구화’와 ‘자립’이다.

수나우라는 자신의 불구를 스스로의 정체성 일부로 삼고 재점유한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연구가, 운동가, 예술가가 됨으로서 불구는 그에게 하나의 행동이 되었고

급진적인 의미 변화를 이루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많은 장애인이 ‘불구’로서 자신을 정체화하고 있는데

어떤 것을 불구로 만든다는 것은 꼭 그것을 부순다는 뜻이 아니라

장애의 역사, 정치, 자부심을 가지고 장애에 창조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정상, 의료화의 패러다임을 문제 삼는 행위이기도 하다.”

비거니즘을 불구화하고, 동물 윤리를 불구화하고...

 

  ‘자립’의 개념 또한 재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립을 누군가의 조력 없이 설거지하고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고 요리하고 식사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하지만

장애인은 다르게 정의한다.

장애인은 자립을 혼자서 혹은 도움 없이 어떤 일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삶을 관리하고 그 삶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간주”한다.

너무 멋지다.

이런 ‘불구화’나 재해석은 이분법의 방식에서 벗어나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들여다보고 구체화할 때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장애를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동물과 장애인을 어떻게 의존적 존재로 간주하고 돌봄이 필요한 취약한 존재로 몰아가는지

그리고 사회적 통념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것은 전장연이 요구하는 탈시설의 맥락과도 닿아있다.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다.”

만약 이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얻을 수 있고 활동 보조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의존적이기보다 상호의존적인 것이 된다.

많은 장애인들, 즉 끊임없이 의존적이고 짐스럽다고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의존적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실제로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좋은 책읽기였다. 

<짐을 끄는 짐승들>은

생각의 틀을 깨고 타인들과 상호의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을 열어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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