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18회차 후기

프리다
2024-04-29 02:21
196

 

4장은 스티븐이 “세속의 사제”로 예술가의 부름을 받으며 내면의 감동이 압도하는 장이다. 그가 종교적 마비에서부터 에피파니의 절정에 도달할 때까지의  내면 변화를 자세히 실펴보고자 한다.

 

지옥의 두려움에 휩싸인 스티븐은 죄의 충동을 통제하고 참회하기 위해 엄격한 고행에 몰두한다. 신앙 의식에 노예가 되어 그의 ‘영혼은 메말라가’고 있었지만 교장신부는 그에게 사제직을 권유한다.

 

  1.종교의 헌신과 권력욕, 나를 가두는 마비된 삶

교장신부는 창문을 등지고 스티븐 앞에 서 있다. 미소를 띄며 갈색 블라인드(blind)의 끈을 천천히 흔들기도 하고 고리 모양을 만들며 손가락을 천천히 능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 너머로 사제들의 수단 옷깃이 스칠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교장은 카푸친 수도회의 신부복장에 대한 음란한 암시를 깔고 스티븐의 표정을 살핀다. 이를 통해 스티븐은 예수회 사제들의 교활함과 경박함에 대한 소문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신부는 어조를 바꾸며 스티븐에게 사제직을 권유한다. ‘이 세상의 어떤 왕도 사제의 권세를 갖지 못한다네...이 얼마나 엄청난 힘(POWER)인가’ ‘은밀한 지식과 은밀한 힘’을 제안하며 유혹한다. 스티븐은 사제가 되고자 했던 열망을 가졌었기에 흥분했지만 곧 사그라든다. ‘저물어가는 생기 잃은 햇살에 비친 신부의 침울한 인상’과 ‘미묘하고 적의에 찬 본능이 성직생활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햇빛을 등진 ‘교장신부의 얼굴 윤곽(skull)’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마비된 자의 상징이다. 사제 권능의 유혹에서 벗어난 스티븐은 서서히 마비에서 풀려난다.

이제 그는 대학입학이란 새로운 모험을 앞두고 자부심으로 고양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경이로운 에피파니의 향연이 펼쳐진다.

 

  2. 에피파니의 황홀경, 예술가적 자부심 뿜뿜!

 

바다에 밀려온 얼룩진 구름의 하루

스티븐은 보물을 꺼내듯 마음속에 간직하던 구절 “바다에 밀려온 얼룩진 구름의 하루”를 조용히 속삭인다. 이 구절이 그날의 시간과 경치가 절묘하게 조화됨를 발견하며 에피파니가 일어난다. ‘언어가 조화를 이루다니’ 아름다운 문장에 완벽하게 반영된 내면을 명상하며 큰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러다 싸늘한 동풍에 맥박이 목구멍까지 느껴진다. 자신의 육체가 싸늘한 바다 냄새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다시 절감하지만 돌아서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다. 강 너머 보이는 ‘더블린시는 납작 엎드린 듯’ 보였다. 예속의 상태를 괴로워하지 않는 권태로운 인간의 모습으로. 바다에 밀려온 구름들이 유목민 무리처럼 아일랜드 하늘을 높이 날아 흘러가는 것을 바라본다. 구름이 지나온 ‘유럽의 낯선 언어, 계곡, 숲, 군대를 배치’한 공간과 시간을 상상하며 모든 속박과 경계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러다 정확하게 포착할 수 없는 기억, 이름으로 뒤엉킨 음악 소리가 그의 마음속에서 들려오고 그를 부르는 소리가 뚫고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세상의 바깥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스테파노스, 디덜러스! 보우스 스테파노우메노스!, 스테파네포로스!...”

아이들이 스티븐을 놀리며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 야유는 전혀 새롭지 않았지만 어느 때와 달리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예언처럼 느낀다. 시간을 초월한 듯 감정의 사로잡힘으로 자유로워져 모든 시대가 하나로 합쳐진 것만 같다. 자신의 이름에서, 태양을 향해 바다 위로 날아오르는 매처럼 생긴 사람, 흙이라는 보잘것없는 재료로 불후의 대작을 빚어낼 예술가를 예견한다. 심장은 황홀한ecstasy 공포감으로 떨렸고 영혼은 이 세상 너머로 치솟으며, 육체는 순식간에 정화되어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정신과 혼합commingled된다. 자신을 억압했던 소년 시절 수치심의 수의를 벗어 던지고 무덤에서 부활한다. 연신 YES! YES! YES!를 외치며 영혼의 자유와 힘을 느낀다.

 

낯설면서 아름다운 바닷새 모습의 소녀

혼자가 된 스티븐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의 앞에 새의 모습을 한 소녀를 발견한다. 그녀는 두루미의 다리에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 올린 다리부터 엉덩이까지 관능적으로 묘사한다. 청회색 스커트는 비둘기 꽁지모양으로 묶고, 가슴은 짙은 깃털의 비둘기 가슴처럼 빈약하고 부드러웠다. 긴 금발, 소녀다운 얼굴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넘쳐 흘렸다. 그녀는 그의 숭배의 시선을 받아들이며 한발로 바닷물을 부드럽게  휘젖는다. 그 물살의 소리는 잠결에 듣는 종소리처럼 희미하게 퍼져나가고 희미한 광채가 그녀의 뺨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 장면을 본 스티븐의 영혼은 온몸을 전율케 하는 ‘세속의 환희profane joy’에 휩싸여 외친다. ‘Heaveniy God!’ 

그는 갑자기 그녀로부터 몸을 돌려 앞으로 전진한다. 그녀의 눈길로 그를 불렀을 때 그의 영혼은 그 부름에 화답했다.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고, 삶에서 삶을 재창조하리라! To live, to err, to fall, to triumph, to recreate life out of life.’

 

  3. 예술을 위한 방법론

 

<실수를 통해 불가능한 세계 꿈꾸기>

아기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으면 아빠라고 답한다. 순서를 바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물으면 엄마라고 한다. 앞 단어는 잊고 뒤의 단어만 기억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O, the wild rose blossoms On the little green place.
He sang that song. That was his song. O, the green wothe botheth.

오, 들장미가 피었네. 작은 초록의 들판에.

그는 그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스티븐)의 노래였다. 오 호록 잔미가 피언네

1장의 첫 장면, 스티븐이 아기였을 때, 아빠가 부른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다. 스티븐 역시 기억의 한계로 마지막 단어인 초록과 장미만 기억해 ‘초록 장미가 피었네’로 부른다. 이 실수를 통해 세상에 없던 초록 장미가 탄생한다. 이후 스티븐은 늘 어딘가에 있을 초록 장미를 꿈꾸며 기존 질서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감각과 인식은 한계가 있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구성 물질 중 4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감각의 한계와 자신이 경험한 인식 내에서만 감지할 수밖에 없으니 우리는 조각난 세계를 보며 '실수err'하고 추락fall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 또한 ‘실수’인 것이다.

 

<상호모순된 것의 연결>

스티븐은 어릴 때부터 상호모순된 것들을 연결하기도, 하나의 단어에서 상반된 기호를 찾기도, 어떤 대상에서 쾌와 불쾌를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양호실에 누워 ‘벽에 비친 벽난로 불빛에서 파도의 일렁임과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든지, 글리슨 선생의 손과 회초리를 보며 두려움에 떨면서도 흰 손을 떠올리자, 기묘하게 평온한 쾌감'을 느낀다든지, 성광을 훔친 '끔찍하고 낯선 죄를 생각하며 경외심과 전율'을 느낀다.

절대 선(善)을 상징하는 신부의 모습을 4장에선 에덴의 뱀처럼 묘사한다. 블라인드의 선을 손으로 흔들며 능란한 움직임, 음란한 암시의 교활한 언행, 신부의 수단자락 스치는 소리, 사제의 권능을 제안하며 유혹하는 모습은 이브를 유혹하는 뱀의 모습이다.

 

4장의 에피파니들은 상호모순된 ‘성’과 ‘속’의 세계를 연결하며 종교적 언어로 예술적 에피파니를 표현한다.

‘스티븐 디덜러스’의 에피파니도 상호모순된 것을 통합한 이름이다. ‘스티븐’은 기독교의 첫 순교자인 성스테파노의 이름이고, ‘디덜러스’는 그리스어로 ‘교활한 장인’, 이교도의 신화 속 명장이다.

‘바다의 구름’의 에피파니는 세계의 시공간의 경계가 통합되며, 자신의 이름에서, 바다 위로 날아오르는 매처럼 생긴 사람의 예술가를 예견하며 불확실하기만 했던 영혼과 육체는 혼합된다.

유년기부터 그를 억압했던 독수리, pandybat(칠면조), 헤론(왜가리)의 새들의 이미지는 두려움에서 황홀함으로 역전된다.

새의 모습을 한 소녀의 모습에서도 상아빛 살결과 청회색 옷의 성모상 모습과, 엉덩이까지 치마를 걷어 올린 관능적인 여자의 모습이 하나로 통합돼 있다. 스타킹을 보기만 해도 성적 수치심에 괴로워했었지만 비로소 여성의 몸을 죄의식 없이 아름다움그 자체로 바라보게 된다.상아빛 다리에 암호처럼 붙어있는 해초 한 가닥은 무엇을 의미할까. 티 하나 없는 완벽한 순수함에 성스러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감각으로 느낀, 이제껏 표현되지 못한 아름다움을 표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이제 에피파니가 절정으로 향한다. 소녀는 바다와 땅의 모호한 경계에 서서 물을 휘젖는다. 물살이 튀는 가벼운 소리가 침묵을 깨뜨리며 잠결에 듣는 종소리처럼 희미하게 여기저기로 퍼져나간다. 그녀의 뺨에서 희미한 광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온몸이 전율에 휩싸여 그의 영혼은 외친다. ‘ Heaveniy God!’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ecstasy 에피파니가 연달아 일어난다. 그 곳이 왜 바닷가일까. 스티븐은 그가 서 있는 공간에 따라 내면에 영향을 미쳤다. 고통의 감정에 휩싸일때마다 그는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감정을 고요한 상태로 진정시켰다. 공간을 벗어날 수 없을땐 상상으로라도 탈출해 자신의 내면 변화를 응시했다. 혼돈의 사춘기 시절엔 수없이 바닷가를 헤맸다. 미지의 메르세데스를 찾아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며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나갔다. 그렇게 사유가 응축된 어느 날  바닷가에서 에피파니가 일어난 것이다.

 

스티븐은 땅이기도 하면서 바다인, 땅도 아니면서 바다도 아닌, 이 모호하고 부드러운 물살의 접촉, 경계를 알수없는 광활한 사이의 세계를 엿보며 황홀경에 빠진 것일까. 이것과 저것 사이, 어디에든 속하기도 하고 어디에든 속하지도 않는, 순간 순간 변화하며 춤추는 경계선에서 마술적 경이로움을 느낀 것일까.

댓글 4
  • 2024-04-30 08:04

    와... 계속 책이 어려워지는것처럼 프리다님의 후기도 어려워집니다. 😆 몇주 프리다샘 없이 강독을 하며...호옥시나 우리가 못보는 상징이 있진는 않을까..쎄했는데...역시 슬픔 예감은 틀리지 않군요. 지난시간에 폭풍처럼 쏟아져나온 상징들에 너무나 놀랐지요.

    교장이 힘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번역서에 제가 표시를 해놓았더라구요. 원서 영어에서 들리는 표현은 대문자 POWER 에 굵게표시, 하이라이트가 들어간 느낌인데 ...저는 번역서를 "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오~~ 주님~~" 이런 마음으로 읽었더랬지뭡니까. 😆😆😆😆

    저도 프리다샘이 적어주신 186쪽에 advent of the life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To live, to err, to fall, to triumph, to recreate life out of life!!!!

    누군가가 우리를 죄책감이라는 감정으로 가스라이팅 하는것에 허우적대지 않고 스스로 맞서 일어서 떨쳐내는 용기. 저는 3~4 장 전체가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의 용기의 200 지점으로 보이더라구요. 그 책을 소설로 표현하면 이런느낌이구나 하면서 더 와닿았습니다.

    후기 감사해용~~^^

  • 2024-04-30 21:03

    문장을 독해할 때는 어려워서 환장할 것 같은데, 작품속에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미칠것 같은 고통이 견딜만한 것으로 느껴지네요.
    그 맛에 꾸역꾸역 읽어나가나 봅니다. ㅋ
    음모론자이면서 탐정가 사마현, 미학적 해설가 프리다. 결이 다른 두분의 분석도 재밌네요.
    돌아온 프리다. 빈자리가 다시 채워져 정말 좋아요.

    정성스런 후기 고맙습니다!

  • 2024-05-04 22:03

    4장은 현현(顯現)이 터져나옵니다.
    1.2.3장의 기나긴 모호한 build·up이
    4장으로 몰고가기 위함으로 읽힙니다.
    스티븐의 GREEN ROSE가 어떤 향과 색깔을 품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지,방향을 잡으면 달려나가면 됩니다.
    스티븐이 안개가 사라진 이 세계에서 하늘을 향해서
    얼마나 박차고 날아갈지가 설레입니다.
    그 영혼의 전율이 저에게까지도 퍼져나갑니다.

    좋은 후기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가 됩니다.

  • 2024-05-06 16:03

    His confession became a channel for the escape of scrupulous and unrepented imperfection.
    고해성사가 양심으로 부터 도피하는 도피구가 되고, 열렬한 사랑과 순결한 응답으로 이루어졌던 세계가 빛이 바래 희미해져 자신의 영혼앞에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날카롭고 적의에 찬 본능이, 교육이나 신앙심으로 통제될 수 없는 어떤 본능이 묵종을 거부하도록 부추키고 있었다. 운명적으로 실현해야 할 대의가 무엇인지 아직 그의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Pride after satisfaction uplifted him like long waves.
    Now, at the name of the fabulous artificer, he seemed to hear the noise of dim waves and to see a winged form flying above the waves and slowly climbing the air. His heart trembled!
    밤낮으로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두려움, 그의 주변에서 둥글게 에워싸던 의혹, 마음 안팎으로 그를 비참하게 했던 부끄러움, 이 모든것이 시신에서 거칠게 벗겨진 수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쳐내고, 그것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결국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스티븐.
    4장은 스티븐의 변곡점이 되는 부분들, 그가 신앙과 가족이라는 의무감에서 예술가로서의 운명을 느끼게 되는 중요한 장이기도 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장이어서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리다샘의 후기에 필받아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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