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영화인문학 시즌1> 내.신.평.가.#5<피나>

호면
2024-05-09 15:17
45

내가고른 씬 52분 24초 즈음.  '이것은 송아지 고기입니다.'  토슈즈에 송아지 고기를 넣고 춤추는 무용수 

- 예전에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본적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은 중력장에 살고 있다고 여길 수 없는 무용수들의 가벼운 몸동작 이었다.  그러면서 그 가벼운 몸동작을 극대화 해주는 장치가 바로 발레니나들이 신는 토슈즈가 아닐까 싶었다.  땅에 붙어 있는 공간을 최소화 하면서 표현하는  '저세상'의 아름다움.  그러나 발레니나 강수진의 발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토슈즈속 인간의 발이 혹사 당하고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전문 발레댄서도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발끝으로 결코 오래 걸을 수 없는데, 송아지고기를 넣고 토슈즈로 마음껏 춤추는 댄서의 모습에서 어쩐지 아이러니한 재미가 느껴졌다. 

 

 

 

 

 

댓글 6
  • 2024-05-10 12:11

    피나는 ‘카페 뮐러’ 공연을 재연하면서 공연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해 난감해한다. 그러다 눈을 감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눈 감은 채로 아래를 보는 것과 앞을 보는 것,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그 차이로 인해 감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공연 당시의 감정이 살아남을 느꼈다. 아주 사소한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입으로 내뱉는 음성언어만이 아니라 눈 하나 감는 것, 손 하나 뻗는 것 등등 모든 것은 언어다. 그것을 읽고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피나는 말한다. 피나가 기획했던 무대 중, 존재의 상실이 느껴지는 장면을 골랐다. 이어서 몸으로 표현하는 각성의 순간을 언어로 떠올려본다.

    3 분 25초
    황톳빛 흙이 깔린 바닥 가운데 붉디붉은 드레스 여성이 널브러져 있다. 무용수들 타다다닥 타다다닥 무대를 가로지른다. 무릎을 폈다 오무렸다 양팔을 폈다 접었다. 폴짝 폴짝 포올짝, 쭈욱 쭈욱 쭉. 애처럽고 관능적인 흙의 몸짓, 온갖 생명의 꿈틀거림을 표현하는 듯하다. 불길함이 격동적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빠알간 드레스의 운명. 남녀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끝나고 빠알간 드레스 위로 스러지는 한 남성.
    마침내 마주 선 남성과 빠알간 드레스를 둘러싼 여성무용수들. 이 드레스가 나의 건가요. 아니에요. 이 드레스는 제~발 나의 것이 아니에요. 제발...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선택을 마주한다. 그 선택이 현재의 나다. 빠알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몸짓을 보면서 나의 현재는 저것과 다른가.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의 양팔을 꽉 붙잡고 있는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엄마아빠, 딸 넷의 둘째, 여중여고, 예술대학, 결혼, 아내, 출산, 경제적 독립 등등등등등등... 어쩌면 온갖 핑계^^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사소하지만 특별한 감정의 순간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 2024-05-10 17:35

    내.신 : 1:34:21

    평.가 : 피나 영화 속의 춤은 굉장히 유연하게 움직이는 동작들이다. 그리고 자신이든 타인이든 계속해서 연결의 연결을 반복한다. 그러다 그 사람들이 함께 한 방향으로 걸어간다. 카메라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같은 곳을 바라볼 뿐이고 그곳에 카메라가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건 그저 영화에 불과하다는 메세지를 주듯 아무도 없는 텅빈 영화관의 크레딧으로 마무리 된다.

    “나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피나 바우쉬가 살아가는 방식이였을까? 거장의 마인드는 역시 다르다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몸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건 참 신기하다. 아이돌들의 예쁜 춤만 보다가 현대무용을 접하니 더욱 춤은 몸의 확장버전이라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그러니 마지막에 나오는 걷는 동작 또한 춤으로 보였다. 걷는 것조차 춤이라면 우리는 일상이 춤인 것이다. 춤이라고 생각하니 발이 땅을 딛고 걷는, 팔이 공기를 가르고 허공을 휘적이는 당연한 동작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느낌이다. 나의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의 춤, 시각장애인의 춤, 조선족의 춤, 까망이의 춤은 전부 다 다르다. 그 다른 몸들과 유연하게 춤으로 연결 되려면 마인드를 스트레칭해야 한다. 더욱 많은 동작을 할 수 있으며, 많은 동작을 수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다른 몸과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확장을 해나가려면 꾸준히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피나처럼.. 피나는 노력..

  • 2024-05-10 18:09

    이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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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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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 18: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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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 18:19

    <나의 춤 억압사>

    이번 영화는 한 장면을 고를 수가 없다. 애써 고른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춤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고 해석하기가 너무 힘들다. 지난 주에 봤던 문어 선생님의 동작만큼 나에겐 인간의 몸을 통한 표현이 외계 생물체의 몸짓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TMI지만 내가 갖고 있는 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본다.

    어릴 때 들었던 ‘춤’은 ‘바람’과 함께 붙어 쓰였다. 어느 집 아줌마가 춤바람이 나서 도망 갔다더라,에 등장하는 춤은 언제나 두렵고 부정적인 단어였다. 가정을 파괴하는 어떤 것으로 각인된 춤. 우리 엄마가 춤을 출까봐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도 춤을 추는 소수의 아이들은 소위 ‘노는 아이들’이었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머리를 쓰는 것보다 저급하고 불온한(?) 무언가라는 생각을 주입받으며 자랐다.

    대학에 가서야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는데, 풍물패 상쇠 선배에게 반해서 들어간 동아리에서 조금 다른 몸짓들을 배웠다. 타악기에 몸을 맞추고 움직이는 법, 흥이란 것이 나의 몸에도 숨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음악에 맞춰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들이 좋았다. 몸을 통한 표현들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배신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춤꾼들이 멋있고 좋아 보였다. 하루는 선배가 무굿(무당들이 굿을 할 때 추는 춤)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동기들과 잔디밭에서 기본 동작을 배웠다. 정말 열심히 따라 했는데, 선배가 나를 보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음, 너는 앉아서 장구나 쳐.”라고 했다. 아니 왜? 나는 춤추는 게 좋은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다. 춤이 나에게 그걸 알려줬다. 그래도 난 굴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나이트클럽에 가서 새벽까지 놀았다. 또 다른 세상이었다. 시끄럽지만 적당히 퇴폐적이고 적당히 솔직한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춤을 배워볼까 해서 재즈댄스도 배웠다. 늘 맨 뒷자리에서 같이 헤매던 아줌마가 나에게 진지하게 “근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춤을 왜 배워요?”라고 물어봐서 그만 두었다. 쳇! 본인도 못 따라가면서. 그 후에도 나는 끊임없이 춤에 관심을 가졌다. 줌바 댄스도 한때 열심히 다니고, 에어로빅(이건 운동에 가깝지만)도 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에 아무 소질이 없지만 그냥 남들 뒤에서 음악에 맞춰 따라 다니는 게 재미있었다.

    앗, 영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영화 속 춤들은 모두 무언가를 담고 있다. 그들은 전문가처럼 보이고, 춤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를 심어 두었다. 단순하게 흥이 나서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세계를 차단당한 채 살아 온 우리의 시간들이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며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언어의 집은 넓은 듯 좁다. 이 답답함이 몸을 통해 확장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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