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정원> 밭 탐방 후기

오영
2024-04-2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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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예정대로라면 텃밭을 둘러보고 우리의 ‘분해의 정원’ 형태를 결정하고, 추후 계획을 세우는 등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죠. 솔직히 계획이 틀어지게 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수지 텃밭 가꾸기에 동참해서 분해통을 설치하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실험하려던 계획들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세미나와 아이디어가 다 ‘분해’되어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ㅎㅎ

지난 몇 주간 강좌를 통해 <분해의 철학>을 공부하고 <생명에서 생명으로> 읽으면서 이야기 나눈 시간들은 그 어떤 변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남아있고, 앞으로도 남아있을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분해의 정원 세미나' 덕분에 몇몇 친구들과는 아주 오랜 만에 함께 세미나를 하게 되었고, 게다가 이번에 처음 세미나를 하게 된 새 친구들을 만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는 설렘도 경험했거든요. 어떻게 일이 되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능성이 아직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은 아주 날 좋은 여름날처럼 눈부셨고 좀 더웠어요.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의견도 내고 결과도 듣고 했던 터라 견학 겸 수지 텃밭에 다녀왔어요. 투표로 최종 결정된 나뭇잎 모양의 밭 디자인이 형태를 갖춘 밭이 참 멋지더군요. 종종 밭에 가서 그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다시 파지 앞을 지나 성심원으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넓은 성심원 곳곳에 있는 텃밭들을 구경하고 돌아오니 점심 시간이었습니다. 새봄님과 르꾸샘이 간식으로 나눠주신 장인이 만든 쑥인절미와 대추차까지 든든히 먹고 나섰는데도 많이 걸은 덕분에 점심밥이 아주 꿀맛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음식의 장인인 누룽지샘과 울타리 샘이 차려주신 밥상이 어찌나 고급지고 맛있던지 식권 두 장 내야 하나 싶더군요. 

 

아직 분해의 정원이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미나를 하며 갖게 된 질문들과 나눈 경험들이 뭔가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네요. 그날 우리는 오늘님의 무화과 모종을 나누고 유님의 거위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공유했어요. 또한 <생명에서 생명으로> 를 읽는 동안 이전과 달리 닭의 사체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고 땅에 묻은 코난님의 모험적인 시도를 공유하기도 했죠. 우리 세미나의 이런 독특한 에너지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댓글 4
  • 2024-04-29 23:45

    계획은 틀어졌지만 우리의 가능성은 열려있고, 그날 간식은 너무 맛났고, 달팽이 쌤이 물색하신 장소를 확인하던 길은 산책같았고, 점심 또한 몹시 맛있었어요~

  • 2024-04-30 09:36

    분해를 실험할 장소는 널려있으니 걱정하지 않아요
    땀 한방울 안흘리고 퍼머컬쳐밭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지켜보기로 하고
    혹시 성심원에서 작은 터를 빌릴 수 있음 좋고
    아님 베란다를 아름답게 ㅋㅋ

  • 2024-04-30 10:41

    계획이 틀어져서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또 다른 실험에 도전해 볼 기회라 생각하려고요.
    늘 변수는 있는 거니까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해의 정원팀이 같이면 할 수 있죠.
    상상하니 즐겁네요.

  • 2024-05-01 16:48

    기나긴 여정이었는데요~
    다양한 밭들을 보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
    날도 좋아서 그런지 탐방가는 길이 설레이더군여~
    저희의 세미나는 어디로 향할지.. 몹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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