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CDP 영화인문학 시즌1_두 번째 시간 후기

청량리
2024-04-08 21:04
68

2024 CDP 영화인문학 시즌1_두 번째 시간 후기

 

지난 시간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이어서 카프카의 <변신>과 최윤영의 <카프카, 유대인, 몸>을 함께 읽었습니다. <변신>은 카프카의 대표작으로 소개되는 단편소설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갑충이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입니다.

 

토토로는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그를 옥죄던 일에서 ‘해방’되었으나 완전한 ‘해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박탈당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죽음을 선고받는다면 그것은 (또한) ‘추락’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여동생 ‘그레타’의 ‘변신’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토토로는 영화인문학에서 등장하는 여동생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니셰린의 벤시>에서도 ‘파우릭’ 보다는 여동생 ‘시오반’이 섬을 떠난 것에 대한 의미와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었지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서는 ‘자유-탈출구’라는, 저의 표현입니다만, ‘쌍-개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변신>에서는 ‘해방-추락’라는 ‘쌍-개념’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셨나요?

 

호면은 ‘그레고르 잠자’의 자명종이 울리지 않았던 사건에서 “알람을 듣지 못한 채 자버려 지각 위기에 놓였던 내 일상의 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호면에게 “직장인으로서 가장 큰 고역은 다름 아닌 늘 정해진 시간에 집 밖을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면은 그날 지각해서 하루 종일 쭈그려 지내니 차라리 ‘결석’을 해 버렸습니다. 옆에 있는 수수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호면과는 반대로 하루 종일 아픈 척 ‘연기’를 하면서 지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늦잠을 자버려 세미나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러면서 호면 역시 갑충으로의 ‘변신’을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면서, 그레고르 잠자가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출구’는 아니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청량리는 ‘고질병’이 도졌는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또 우기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이야기했던 ‘수동적 능동’을 끌고 옵니다. 최은영은 <카프카, 유대인, 몸>에서 “잠자에게 언어의 상실은 언어를 버림으로써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몸이 언어보다 직접적이며 보편적이고 지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당시 예술가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갑충인 잠자는 온몸으로, 그것도 자신의 체액으로 원시적인 흔적 남기기로서의 쓰기 행위”에 주목합니다. 청량리는 잠자의 ‘쓰기 행위’를 통해 “듣는 행위가 타인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라고 이야기하면서 ‘수동적 능동’으로서의 듣는 것과 쓰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수수는 “타자화되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자신의 의식과 다른 몸”이 되어가는 그레고르 잠자를 통해 “갑자기 임신했을 때의 몸”이 오버랩됩니다. “만삭의 몸은 갑충과 공통점이 많다”고 하면서, “불룩 튀어 나온 배, 누워 있다가 혼자 일어나기 힘들고, 다리를 바둥바둥거리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여러분도 그러셨을까요? 다만 “분명 괴롭고 불편하고 힘든 일을 무수한 모성 신화와 가족 이데올로기로 숨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직(?) 임신의 경험이 없는 호면과 청량리는 띠우, 토토로, 수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수수는 생각보다 <변신>에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보다 적었다고 합니다.

 

띠우는 오선민의 <자유를 향한 여섯 번의 시도> 중에서 “나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꾸준히 의심하면서 내가 다르게 구성할 수 있는 관계들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변신’이며 다른 삶의 ‘생산’으로 가는 출발이 된다”는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띠우의 글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많이 읽게 됩니다. 그건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음에 대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모카’가 된 새은은 함께 하지 못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지 못 했습니다. “억압된 ‘소망’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뿐이다. 억압된 ‘소망’이 목표가 되면, 사람은 그 억압을 이겨내지 못하는 많은 시간 동안 ‘허무감’에서 빠져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게 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허무는 어디서 비롯되나요? 아마도 ‘소망’은 ‘욕망’으로도 읽을 수 있을 듯한데, “어쩌면 카프카 자신은 억압된 소망 속에서 자기 찾기를 시도했던 사람”이라고 해석하면서, “동양의 사주명리를 알았다면, 제목이 <변신, 그리고 이후>와 같은 후속편”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다음 시간에 얼굴을 보면 한 번 더 물어 볼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화 <피아니스트>(2002)를 보고 각자 올린 ‘내신평가’를 갖고 이야기합니다.

 

 

 

댓글 4
  • 2024-04-09 09:37

    참석을 못해서 아쉽고 죄송했는데 생생한 후기 덕에 그 자리에 함께 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완전한 해방이 아니다 와 글쓰기는 자기와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말이 엄청 공감이 돼요
    어서 다음 시간이 왔으면!!

  • 2024-04-09 18:40

    재미있는 후기 고맙습니다~~
    몸의 메시지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세미나였어요
    아직은 활자로 된 언어에 익숙한 습성이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요
    카프카의 소설들도 언젠가 진득하게 파 볼 수 있겠죠? ㅋㅋ

    젊은 새은님이 안 와서 좀 심심한(?) 시간이었네요~

  • 2024-04-09 18:47

    각기 다른 생각들을 풀어내다보면
    제가 가졌던 생각을 비트는 부분들을 만나요. 덕분에ㅋ
    이번 시즌 카프카를 만나니 또 하나의 출구를 만난 느낌.
    다시 내신평가로 만나는 영화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이제 그 문밖을 나가봅시다요^^

  • 2024-04-11 16:39

    같이 읽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니 희미했던 카프카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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