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인문학> 내.신.평.가.#8 <말없는 소녀>

청량리
2023-11-23 06:46
166

내.신.평.가. #8

<말없는 소녀>(2021) | 콤 바이레아드 감독 |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앤드류 베넷 주연 | 95분

 

<01:18:30>

 

아빠는 소녀를 데려다 놓고 훌쩍 가버렸다. 귀찮다는 듯이.

소녀는 말없이 아빠의 차가 이 길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는다.

 

낯설기만한 이 집에서 아저씨도 별 말이 없다.

아저씨는 시간을 재고, 소녀는 이 길을 따라서 우체통까지 달려갔다 온다. 

 

비밀이 없는 아주머니, 아저씨에게는 그 무엇보다 가슴 아픈 비밀이 있었다. 

소녀는 방학이 끝나고 이제 이 길을 따라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고른 장면은, 이 길 위에 아무것도 없는 순간이다.

친절한 아주머니, 아저씨도 이 길을 지나간다. (친절 4부작??)

소녀도 다시 또 이 길을 지나갈 것이다. 

그야말로 길 위에서 사람들은 지나간다.

 

아저씨가 그러셨다.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때, 말을 해서 손해를 본다"

 

이 길도 말이 없다. 

 

 

  

 

 

 

댓글 5
  • 2023-11-23 13:26

    말없는 소녀 54:00~59:00

    참 고약한 우나 아줌마!
    친절한 '척', 배려하는 '척' 하면서 우나아줌마는 코오트에게 쓸데없는 질문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하고싶은 말, 원하는 것은 한 가지 이다. 이웃 에블린네가 불행해 지도록 비밀을 누설하는 것.
    이를 위해 잡다하면서도 염탐하는 듯한 질문을, 대답을 회피할 수도 없는 질문들을 한다. 마치 아이스 브레이킹인 것 마냥.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에블린네의 슬픈 비빌을 흘린다 바보야! 너 몰랐구나! 그렇담 내가 그 비빌을 알려주마....

    우나가 정말 고약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바로 어린 아이를 상대로 교묘한 질문과 비밀 누설을 했다는 점이다. 애돌도 눈치가 있어서 대충 알건 다 안다. 특히 코오트 같은 아이라면. 그 찝찝함을, 자신이 말려들고 말았다는 것을. 다만 고약한 어른에게 한방 톡 쏘아주는 대처법을 잘 모를 뿐. 그래서 더 속상하다.( 솔직히 화가 난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나도 어른들에게 의도적인 질문을 당하곤 했다. (물론 악의를 가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어린 맘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대답을 안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기에 나는 주로 우물쭈물 거리거나 딴청을 피웠다.

    그러니 부디 명심할 것. 상대, 특히 아이에게 교묘한 유도 질문을 하지 말자. 그 것이 관심을 가장한 오지랖이고 간섭이고 참견이라면 더욱 더.

    Screenshot_20231123_115827_Video-Player.jpg

  • 2023-11-24 10:50

    말 없는 소녀 (42분~)

    친절한 아줌마와 달리 아저씨는 왜 이리 무뚝뚝할까 궁금했다. 소녀를 반기지도 않고, 대답도 잘 안 하고, 별일 아닌 것에도 화를 낸다. 소녀가 집에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런데 이 장면, 소녀 뒤에 서서 뭔가를 먹다가 망설임 끝에 슬쩍 마카롱처럼 생긴 과자 하나를 식탁에 올려 놓고 간다. 와, 이거 심쿵이다! 진정한 츤데레다. 이 순간 둘 사이에 처음으로 작은 파도가 친다.

    “아무 말 안 해도 돼. 언제나 그걸 기억하렴.
    많은 사람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걸 잃었단다.(1:04)”

    이렇게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말 없는 소녀, 아니 지금껏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녀에게
    처음 맛보는 샘물처럼
    소녀가 마지막에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던 사람

    KakaoTalk_20231124_101204979.jpg

  • 2023-11-24 12:56

    24분 07초
    우리집에 비밀은 없어
    집에 비밀이 있으면 부끄러움도 있는 거야
    여긴 부끄러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
    영화 말미로 가면 에블린 아줌마의 집에도 카이트에게 숨겨야 만 했던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에블린의 비밀과 카이트가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비밀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에블린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카이트에게 비밀로 한 것은 카이트와의 관계를 배려한 것이었던 반면, 카이트의 부모가 카이트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은 부모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비밀이 탄로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는 관계들이 있는가 하면 드러났다고 해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깊어지는 관계들이 있다. 단순히 숨겨야만 하는 것이 비밀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배려인지 부끄러움인지는 어떤 관계에 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

  • 2023-11-24 14:41

    (마지막, 집밖으로 뛰쳐나와 숀 아저씨에게 안기는 카이트 장면)

    말없는 소녀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건 빨간머리 앤이다. 빨간머리 앤 역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캐나다의 아일랜드 섬이긴 하지만....) 마릴라,매슈 커스버트 남매처럼 영화속 에블린,숀 부부도 묵묵하게 따듯하게 아이를 돌봐준다. 하지만 카이트와 앤은 다르다. 빨간머리 앤은 말이 너무 많은 소녀니까...ㅎㅎ..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제발! 카이트가 에블린숀과 함께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는 엔딩이길 바랬다. 집 문에서부터 울타리까지의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길을 뛰어가며 차를 따라가는 카이트, 카이트를 안아주는 숀, 눈물을 흘리는 에블린.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도 카이트는 뒤따라온 댄과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돌아가서는 어떻게 지냈을까. 사실 농장이나 집이나,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카이트에게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카이트도 앤이 커스터브남매와 함께 지낸 것처럼 에블린 숀과 함께 할 수는 없는 거냐… 이 훈훈한 가족을 깨고 싶지 않다…

    …..말없는 소녀의 마지막 장면을 자체적으로 2023 최고의 가슴 아픈 이별 장면으로 선정합니다.

  • 2023-11-24 16:46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먼 친척집에 맡겨진 케이트. 친척 부부는 케이트를 첫만남부터 아낀다.

    "아줌마가 돈을 좀 보태면 엄마 기분 상할까?"
    이 부부가 아이에게 베푸는 호의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대사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느라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다.

    영화의 분위기가 침착해도 넘 침착해서 처음에는 아이가 뭔가 안좋은 일을 겪으려나 했다. 풀밭에 누워있는 시작 장면은 잘린 손가락인줄 알았고, 아빠의 불편한 거동은 살인이나 폭력이 일어날 줄 알았다.
    영화의 제목, 말없는 아이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는 건줄 알았다.
    그리고 아이는 말이 없지도 않다. 필요한 만큼 말을 한다. 어쨋든 대사보다는 섬세한 장면과 감각으로 아이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
    침착한 분위기와 섬세한 장면은 자연스럽게 어릴 적 친척집으로 데려갈 여유를 주었다.

    24분
    반복적으로 나오는, 에이블린과 케이트의 손잡고 물길으러 가는 장면.
    이 장면에서 어머니가 떠올랐다.
    취학 전 고모네 집에서 한 2년 정도 살았는데, 집으로 돌아온 후 어머니는 같이 다닐 때 꼭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라고 하셨다.
    내가 어머니를 많이 낯설어하자 어머니는 눈치밥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서이다. 사실 눈치밥을 먹은건 맞다. 그런데 눈치를 준 건 고모가 아니라 친할머니였다. 고모는 놀러다니는 한량이라 눈치줄 시간도 없었다.ㅋ
    엄밀히 할머니는 내게 눈치밥을 먹이지는 않았다. 친할머니이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1:12
    미경이가 있었다.
    그 집 아이들 중 나와 동갑인 미경이는 구박을 많이 받았다.
    밥상에서 김치 외에 동생들 앞에 놓인 반찬에 손을 대면 혼나는 식이었다.
    빨래하고, 걷고, 청소하고...일도 많이했다.
    놀기 좋아하기는 할머니도 만만치 않아서 7살 미경이의 몫이 될 때가 꽤 있었던 것 같다.
    일하고 혼나고..눈치보는게 미경이의 일상일 수 밖에 없었다.
    미경이의 눈치밥은 전염성이 있었다.
    그 때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감각은 항상 남들을 향한다고.
    미경이가 편하지 않으면 나도 편하지 않았으니까.

    화면-캡처-2023-11-23-17394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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