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시즌 3 첫시간 후기

느티나무
2021-10-08 23:32
120

The Hours

이 영화의 원작은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디아워스>다.(처음엔 제목이 <세월>이었으나 새롭게 출간되면서 바뀜)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과 그녀가 남편에게 남긴 편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그리고 영화의 짜임이 마치 이중 삼중의 액자소설 처럼 독특하게 이루어져 있어 첩첩의 쌓인 시간 속에 있는 듯 하다.

 1923년 영국의 리치몬드에 사는 버지니아(버지니아 울프와 작가라는 점과 이름이 같다. 이하 버지니아로 씀)는 ‘댈러웨이 부인’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1951년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라사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 소설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고,  2001년 뉴욕에 사는, 옛애인 리처드(라사의 아들)로부터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리는 클래리사의 삶으로 연결된다. 버지니아는 “여자의 일생을 단 하루를 통해 보여주는, 단 하루에 여자의 일생이 담겨있는” 소설을 쓰겠다고 독백을 하고 그녀의 소설의 첫 문장을 클래리사가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 소설은 라사와 클래리사의 하루에 일어난 일들로 짜여지지만 영화에는 버지니아의 하루 속에 그 소설이 쓰여지고 있는 구도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배우자나 애인에게 자신을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서로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을 만족 시키는 게 내 유일한 생존 목적 같아."

"다들 그렇게 살아가지 서로를 위해 살아가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나도 그녀들과 시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듯 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워낙 뛰어났지만 설명되지 않아도 그녀들이 놓여있는 상황들에 내가 놓여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답답해 하고 같이 울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눈물을 흘리는 이유들도 달랐다.)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받지 못하고 내면 깊이 숨겨둔 채 결혼과 가족이라는 책임감에 눌려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삶의 근원을 묻는 이야기로도 보였다. 삶이 구속이라면 그 구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 말고는 없는 걸까? 우리는 어떻게 자신이 갇혀 있는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서 삶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죽는 것도 가능하다"고 적고 있지만, 리치몬드의 버지니아는 여주인공을 죽이지 않기로 하고 소설의 내용을 바꾼다. 그리고 라사는 죽음 대신 남편과 두 아이를 버리고 집을 떠난다.

 "후회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후련할 거고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감내해야죠. 죽음 속에서 난 삶을 선택했어요."

 

영화에는 두 사람의 죽음이 있다.  클래리사를 '댈러웨이 부인'이라 부르는 그녀의 옛애인 리처드와 버지니아 울프다. 그 둘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고통에서 자유로워 지고자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으로부터  풀어준다. 리처드는 죽기 직전 말한다.

 "문제는 세월이야. 파티가 끝난 후의 세월이야. 또 그 후의 세월"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해하고 이해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누군 가를 온전히 이해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 받을 수 있을까?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언제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삶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마침내 그것을 깨달으며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그런 후에야 접는 거예요.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한 세월을요

영원히 함께 한 세월을요

영원한...

그 사랑을요

영원한 그 세월을요. 

-버지니아 울프-

 

PS: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한 번을 보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채 후기를 쓰자니 진땀이 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꼭 함께 다시 보고 싶다.  밤새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영화로 keep!  

 

댓글 1
  • 2021-10-10 20:02

    후기로 만나는 느티샘이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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