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속의 영화> 세번째 후기, 영화의 역사를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자누리
2021-01-28 09:37
75

<사유 속의 영화>는 시간순으로 에세이를 정렬해놓아서 뭔소리지 모르게 읽었지만, 그래도 대충 각 시대에 무엇을 논쟁했는지는 알 것같다.

1900년대 초반 무성영화정도까지는 영화가 어떤 예술인가, 사진과 연극과 소설 사이에서, 그 모두의 특징을 조금씩 내포하고 있는 영화에 대해 사실주의가 이슈였다.

그 이후 190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는 글들이 많은걸 보니 영화를 어떻게 인식하는가하는 인식론적 문제가 제기되었나보다.

이는 영화가 구현하는 특수기법들, 클로즈업이나 샷의 연결 등이 부각되면서 이미 사실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특히 영화가 지닌 여타 예술과의 차이, 그 움직임이 샷의 연결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이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개별자극-반응’의 인식론보다는 훨씬 전체적이므로 그에 맞는 인식론들이 나와야 한다. 퐁티는 현상학이 나온 배경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청량리쌤 말대로 퐁티의 인식론, 요건 공부해보고 싶다)

 

이번에 본 1970년대 글들은 초점이 ‘독해’로 넘어간 것 같다. 관객들은 어떻게 샷의 분절을 통해 저 장면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아니 허구임을 알기에, 영화에 '몰입'을 넘어, '해석' 하는가!

만일 몰입만 한다면 그것은 가상의 세계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그러할지라도 곧 나타나는 샷의 깜박이는 순간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즉 동일시를 벗어나, 카메라의 시점이 아닌  나 자신의 시점, 관객의 시점을 획득한다. 그러므로 독해가 시작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이 독해에 대한 이론이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펼쳐졌다고 한다. ‘동일시와 차이-주체의 깜박임-의미생성’ 이라는 용어에서 보이듯, 이들은 당시를 풍미하던 라캉의 이론을 접목시킨 초기 구조주의 영화이론이다.

이들의 이론을 읽다보면 맘이 편치 않다. 우선 읽기 어려워서, 그 다음은 관객의 위치가 신박하지 않아서이다.

우다르의 ‘봉합’ 이론은 관객의 독해 과정을 외과 수술의 꿰매기, 봉합으로 설명한다. 내 맘대로 비유해보자면 이런 것 같다. 찟어진 살, 그 두 부위는 개별 샷들이다. 찢어진 살은 저절로 붙지 않는다. 샷의 연결만으로는 의미를 만들지 않는다. 찢어진 살을 연결하는 또 다른 주체가 나타나야 한다. 살 외부의 실이 개입해서 연결하면 그 사이에서 새살이 돋는다. 그러면 실은 제거해야 한다. 이 실이 깜박이는 주체, 샷의 연결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관객의 위치이다.

봉합이론은 감독의 시점을 벗어나는 관객의 해석 시점을 설명하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우다르는 그 모든 것은 샷의 연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라캉의 기표-기의 이론처럼 샷은 스스로 의미를 생성하고 그것을 위해 관객을 잠시 끼어들게 한다고 하여, 어쨌든 관객을 분명하게 영화 외부로 밀어내는 느낌이다.

보드리의 영화장치의 효과에 대한 글은 우다르보다 더 밀어낸다. 보드리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효과를 접목시키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다르도 보드리도 영화의 이야기나 배우를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영화의 구조 자체가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는가를 말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의미는 관객에게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보드리의 글에 대해, 세미나에서는 “그래서 우리더러 어쩌라는거지? 영화를 조심해서 보라는건가?”라는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인터넷 서핑을 해보니, 똑같은 문제제기가 이들에게 던져졌고, 후기 구조주의자들에게서 문제계가 많이 바뀌어 있다고 한다.

 

몇 몇 에세이들을 통해 대충 감을 잡았지만, 이런 이론들이 나온 배경까지 풍부하게 영화이론, 영화 장치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필름이다>의 <토요영화인문학>에서 올해 이런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필름이다 여러분, 봉합이론에서 로베르 브레송의 두 영화, 잘 된 봉합이론의 <잔다르크의 소송>, 실패한 봉합이론의 <당나귀 발타자르>, 볼 수 있는 기회 만들어주세요~~

 

댓글 2
  • 2021-01-29 18:55

    오홋! 귀한 자누리샘의 후기 감사함다!
    영화들은 저도 꼭 보고 싶네요~
    한번 구해볼께요.

  • 2021-01-29 19:55

    후기 잘 읽었습니다^^
    그 사이 잔다르크는 구했어요.. 당나귀를 찾아봐야겠네요~
    로베르 브레송 영화보기가 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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