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숲] 4번째 시간 - 슬픈열대 4부 후기

낮달
2024-04-11 06:17
78

4부 대지와 인간의 발제를 맡았고 모임 후기를 씁니다. 그런데 3부의 이야기도 섞여있을 수 있겠네요. ^^;; 

시간이 늦어서 놓치거나 다르게 기억하는 부분들은 댓글로 채워주시길 .. 부탁드립니다. 

 

 

이번 모임에서 내게는 의외로.. 레비스트로스는 ‘이분법적’인 것일까? 혹시 그는 유럽인으로서 그가 만나고 있는 것들을 대상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저 차갑고 뜨거운 것, 밤과 낮,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지구인의 삶의 조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아야할지... 아니면 ‘이분법적’인지.. 그의 시선은 ‘객관적’인지.. 우리가 어떤 저자가 ‘객관적’이길 기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조금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 시대의 유럽, 남자로서 이정도면 훌륭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계가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도 당시 사람들이 비유럽문명들을 어떻게 봤는지 떠올려 보면 그의 의도, 시선은 객관적이라고 평가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12장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앞차가 간 길에 의해서.. 뒷 차의 길이 정해지는 그곳 현실에 대한 설명 그리고 길은 ‘우연과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던 부분이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이 만나는 대상, 현상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유물론을 알면 다르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카스트제도가 “인간집단 간을 차별지어 서로 병행해서 살아가도록 분화시키는 방법”에서 시작되었다는 그의 이해에 대해서 놀랍게 읽은 분, 당사자들은 화가 날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읽은 분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그가 카스트제도는 실패한 것이고, 어떤 현명한 철학자가 운영해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이런 해석은 걱정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 보통은 비판받는 제도이고 현실적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해석도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그 시작은 ‘배려’일 수 있겠다는 통찰이 놀랍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우리가 그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고, 레비스트로스의 이런 통찰에 배경이 되는 지식, 근거는 따로 나와있지 않아서 이 논의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잠깐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우리가 교과서에 ‘수직적’인 것이라고 배웠던 것은 아주 단순화된 설명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정확히는 다인종국가로서 직업의 귀천과 인종의 귀천이 명백하던 전근대시대 인도의 사회 질서 과정에서 신분제와 함께 성립된 인종 & 직업 서열 관계가 영국 동인도 회사를 통해 서류화되는 과정에서 지금의 형태로 왜곡된 것”이라고 한다. 

 

또 나무위키는 그 기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두었다. 

 

카스트의 기원을 아리아인의 일부가 인도에 침입한 기원전 1300년 전후 무렵으로 여기고 있다. 결과만 보면 아리안족의 침입 내지는 정벌의 형국이었지만 한꺼번에 정벌한 것은 아니고 약 1,000년에 걸쳐 제각기 나라를 세워 항쟁하며 때로 이민족끼리의 연합이 이뤄지기도 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니까 칭기스 칸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파도처럼 밀려와 쓸어버리고 상황 끝낸 게 아니란 이야기이다. 선주민의 영역은 이 과정 중에 남쪽으로 점점 밀려나고,[18] 마침내 아리안족의 왕조가 인도 아대륙의 대부분을 석권하게 되었다. 이 침입을 당하여 선주민(先住民)인 드라비다인들은 아리아인의 지배를 받게 되어 하층 계급으로 전락하여 수드라의 근원이 되었다.[19] 또한 오스트로아시아 계통의 소수민족인 문다인들도 아리아인에게 정복당했고, 이들은 정황상 불가촉천민 계급의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카스트제도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여러 상황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제도로 보이고 어쩌면 지금도 살아있고 그 안에 역동이 다양한 제도로 보아야할 것 같다. 

 

우리는 아마 레비스트로스보다 엄청 세계화된.. 세상, 나중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아시아인으로서 저자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평등이나 존중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방해가 되는 것일지 아닐지 의심을 하는 것이 유익하겠다 싶다. 또 하나 우리가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 그가 본 도시 공간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잠재적인 병원체, 곧 잡아먹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 정도로 대하는지 전하면서 저자가 비탄과 우려를 보이는 부분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남아시아만의 상황이 아니라 산업혁명시대 유럽, 영국에서 노동자들의 집도 여물통같은 것일 정도였는데 레비스트로스가 그것을 몰랐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중 일부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도 같이 읽었다) 그리고 아시아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시선, 슬픔이 동정이 아닌지, 오리엔탈리즘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이렇게 인간의 삶의 조건이 무너져있는 모습을 남아시아만의 문제, 한계, 인종적 열등함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문제로, “인간에 의한 의간의 조직적인 가치 박탈이 만연”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쓰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슬픈 열대 4부는 그가 309쪽에서 밝히듯 “서양과 동양 간의 오해”의 근원을 그의 경험을 통해서 밝혀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그는 서양인으로서 낯선 상황에 놓이면서 많은 곤란을 겪지만 대상에 대한 도덕주의적인 평가 판단에서 끝나지 않는 점이 새롭다고 보였다. 또 해변에서 바로 개인용 모스크를 만들고 기도하는 사람을 보는 장면처럼 저자는 그들의 내면의 가치에도 주목한다. 결국 그는 그 오해의 원인을 ‘자유’라는 개념 ‘시니피앙’이 동양에서는 해당하는 ‘시니피에’가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것이 된다는 점을 관찰해낸다. 그리고 나는 276쪽에서의 노동자들 숙소를 보면서 “휴식에도 놀이에도 사랑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한탄하는 점이 뭉클했고, 인디오의 아메리카에서 “자유의 행사와 자유의 표상 사이에 적절한 관계가 존재하던 시대의 영상”을 소중히 여긴다고 밝히는 지점에서 나도 한 인간으로서 같은 그리움이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진심은 인간이 휴식, 놀이, 사랑 그리고 자유라는 가치를 박탈당하지 않고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 그가 남성, 유럽인의 한계를 보인다는 해석들이 한편 흥미로웠다. 

댓글 5
  • 2024-04-11 10:03

    어떤 시선으로 읽어내는지에 따라
    (다른 책도 그렇지만 )‘슬픈 열대’는 진짜
    다양한 이야기들을 건져 올릴수 있는거 같아요.
    후기를 읽으며 그날 나눈 이야기도 떠오르고
    오늘은 낮달님이 주목한 대목들에
    오래 눈길이 머무네요.
    함께 읽을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 2024-04-11 16:04

    이야기가 그치지 않아서 시간이 빠듯했던 지난 세미나의 기억이 ~ 되새겨지네요.
    지난 텍스트 내용들은 미묘하게 오리엔탈리즘의 경계선을 타고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낮달쌤 말씀처럼 오늘의 맥락에서 재단해 버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로 통칭되는 비서구라는 말 자체에서 서글픔도 느끼게 됩니다.
    서구적 지성의 체계가 아닌 다른 지성의 체계를 서구적 지식체계로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좌파 사회학자 낸시 프레이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철회를 요구하는 철학자들의 성명에 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쾰른대학에서 알베르투스마그누스 교수직 초청을 철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좌파는 문제가 안 되지만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은 문제가 된다는....
    https://jacobin.com/2024/04/nancy-fraser-germany-palestine-letter
    https://sites.google.com/view/philosophyforpalestine/home

    • 2024-04-11 21:24

      약간의 '피해의식'까지 가세해 진짜 화나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 2024-04-11 21:08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레비-스트로스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객관성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의 객관성을 지지하고 그의 통탄에 더 공감하는 낮달에게서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어요 봄날의 꽃들처럼 환한^^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4-11 21:19

    저의 기억도 스멀스멀 소환시켜 주는
    낮달쌤의 찬찬히 들려주는 4부 얘기네요:)

    지난 시간 3부와 4부의 얘기들에서
    저는 다소 불균질한 톤을 가진 레비스트로스를 만난 듯 합니다.
    서구의 제국주의 시선 아래 타자화된 브라질의 자연, 도시, 원주민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자신 또한 그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한.
    그래서 어쩌면 '살아있는' 레비스트로스를 만났다고 할까요?
    저 또한 인식의 다차원성을 놓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가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류학자로 자신의 학문적 실천을 '수행 중'인 레비스트로스가
    무엇에 '분노'하면서, 무엇에 '눈 감는지'가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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