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정원> 생명에서 생명으로 첫 시간 후기

달팽이
2024-04-10 10:45
58

3월 4주간 이어진 <분해의 철학> 강의를 듣고 드디어 첫 세미나를 했습니다.

분해의 철학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던 <생명에서 생명으로>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이 책이 절친 빌의 편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불치병에 걸린 빌은 자기가 죽으면 저자 소유의 미국 메인주 숲에서

자연장을 치러줄 수 있겠냐는 부탁 편지를 보냅니다.

하인리히는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었지만 그 편지를 통해 자연 생태계에서

동식물들이 재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바로 그 다양한 방식들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저는 하인리히의 자연을 대하는 다정한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코난님은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셨다고

게다가 의정부 농장에 있는 닭들의 입장에서 들개나 야생동물의 습격을 해석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장례절차로만 느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새은은 이렇게 쉽고 자세한 묘사들을 처음 봐서 그런지 이렇게 생명체들이 살아가는구나

신기해서 저자 인터뷰까지 찾아보게 되었다고

새은의 메모 '취업이 힘든 젊은이들이 쓰레기가 된다'는 부분에서

쓰레기란 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들인가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가치를 저버리기가 참 쉽지 않지만

우리는 주류사회가 목표로 찍어둔 점들이 아니라 다양한 다른 방향에 점을 찍을 수 있고

그 점들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혼자는 어렵고 작은 안전망이라도 있어야 기대며 갈 수 있다.

문탁이 그런 곳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까지 나눴네요.

오늘님이 그래도 자꾸만 흔들리는데 버티는 힘은 어디서 올까하는 질문을 하셨는데

코난님이 예전 작은 동네서점하시는 분께 인문학이 버티는 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공부하는 게 아니겠느냐 하셔서

모두들 안전망 문탁에서 인문학 공부 얘기까지 나왔으니 할 얘기 다한듯하다고 한바탕 웃었어요

오영님은 이 책이 두 가지 점에서 SF처럼 느껴진다고 했는데

하나는 저자가 서술하는 세계가 본인은 경험한 적 없고 경험하기도 어려우니 그렇고

다른 하나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하셨어요

조금씩 하인리히의 세계와 친밀해지면 그 느낌이 바뀔 수 있을까요?

코난님은 메모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시면서 지난 주말 동안 당근으로 나눔 받은

원목옷장을 분해하는 과정이 자연의 장례절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어요

작은 타카핀들까지 뽑아내야 다른 생명(물건으로서의 생명)을 지닌

재활용제품으로 태어날 수 있으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난님은 아주 섬세한 장례절차를 알고 계신 거죠

저는 코난님께 그 원목으로 작은 의자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드려야겠다 생각했네요

오늘님은 로드킬 동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른 생물들이 자연장을 치를 수 있도록

옮겨두는 부분을 읽고 생각도 못했던 것이라 인상 깊었다 했습니다.

로드킬동물을 보면 고개부터 돌렸었는데 앞으로 좀 달라질까요?

느티샘은 하인리히가 강조한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은 기본적으로 영향이 무해하다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유해한 것으로 가정되어야 마땅한 것일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실험, 생체실험을 하고 심지어 다 밝혀지지 않은 약물이

버젓이 치료에 쓰이거나 판매되기도 하는 세상이라 ㅠㅠ

 

"기린이 한 마리 죽었지만, 그 덕분에 사자, 하이에나, 재칼 수십마리와 독수리 수백 마리가 식사를 했다.

소똥구리 수천 마리가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초원에는 더 많은 풀이 자랄 것이다."(129쪽)

우리는 이렇게 죽을 수 없을까?  나의 장례희망을 이렇게 가지면 너무 희망사항이 너무 거창한 거죠 ㅠㅠ

 

유님이 천식이 도져 세미나를 같이 못해서 섭섭했네요

얼렁 나아 이번주엔 얼굴 보길

다음 시간에는 분해의 정원 숲밭에 거름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디자인하는 시간입니다.

다들 많은 아이디어들을 잔뜩 가지고 오시길

 

 

 

 

댓글 3
  • 2024-04-10 11:55

    공감되는 많은 이야기가 있네요. 세미나 못가 아쉬워요. 저도 어떠한 기분들에 의해 쓸모없이 취급되는.. 것들에 아쉬움이 많은 요즘이었는데….
    저도 로드킬부분에서 저자가 화가난다는 부분에서… 인생싶고, 책 일고 나도 자연장 시켜달랐더니 남편이 불법이라고.. 한소리 하더라구요..
    후기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며.. 감사합니다.
    책은 2-3장 읽어오면되나요?

  • 2024-04-12 13:35

    어쩌면 제 고정관념 중에서 코난샘과 오늘샘은 이 책을 피부로 이해하실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저만큼이나 당황해하시며 읽었다는 사실에 신기했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현재의 본업이라고 추정 중인 디자인과 엮을수있는 이야기라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 2024-04-13 11:12

    세미나 첫시간이라 긴장도 하고 기대도 했는데 아주 좋았어요.
    후기로 보니 메모와 오고 간 이야기들이 풍성했음이 다시 떠오릅니다.
    '분해'라는 것을 개념적으로 생각하니 그 안에 다양한 것들이 포함될 수 있고
    또 그만큼 우리 세미나가 다양한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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