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숲] 첫시간 후기

뚜버기
2024-03-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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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미나 첫시간...

르꾸 샘 후기에서 쓰셨 듯이 심오하고도 난해한 레비스트로스를, 전공자도 아닌데 굳이 읽으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과연 몇명이나 이 세미나를 신청할까 걱정했는데 …… 신기하게도...각계각층의(ㅎㅎ) 다양한 공부 배경과 서로 다른 참여 계기를 가진 아홉사람이 모여 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이번 시간엔 작년에 번역되어 나온 나름 따끈한 새책 마르셀 모스 저작집 서문부와  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징체계, 사회적인 실재, 무의식 등등 두루 뭉실 이해해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개념들은 용어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겐 넘기 힘든 허들이다. 아마 혼자 읽으려 했다면 분명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을 텐데, 세미나 동료듥과의 약속이 주는 책임감 덕분에 읽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은 그 용어과 친해진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든다.

 

이 텍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상징체계라는 용어였다.

사회 생활은 상징적 관계들의 세계이며, 관습과 제도를 통해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회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다.  즉 언어, 혼인규칙, 경제관계, 예술, 과학, 종교 등은 상징체계들의 총체를 이루면서 사회적인 실재성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징 체계는 모든 것들이 완벽한 체계를 이루는 견고한 체계가 아니다. 큰 덩어리들만이 구조화된 체계이고 이 관계를 거부하는, 이 체계가 표현하지 못하는 소수성들이 존재하게 된다. 이 불충분함을 샤머니즘이라는 요소를 작동시켜 보완하는 사회와 소수성을 비정상의 범주로 배제시켜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사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편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일까?

사회적인 것은 체계에 통합될 때만 사회적 실재라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외부에 실존하는 무엇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즉 개인이 구체적인 체험 속에서 구현될 때 비로소 사회적인 실재라 할 수 있다. 모스가 <몸테크닉>에서 걷고 뛰고 헤엄치는 등과 관련된-일견 잡다해보이는 몸쓰는 행위들을 비교관찰하는 것처럼, 사회적인 것은 개인의 구체적인 체험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모스는 사회적 실재를 연구한다는 것은행동을 기능에 따라 나누지 않고 총체로서 관찰하게 해주는 개인의 역사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고, 모든 행위의 신체적, 생리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측면을 동시에 고찰하는 해석 체계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굳이 사회학적이고 심리학적이며 생리학적이라고 모스가 언급한 이유는 근대적 지식체계가 앎을 분과학문으로 구분지어 각자의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확보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런 관점으로 세계를 인식할 때 개인의식이 먼저인가, 사회의 집합적 표상이 먼저인가라고 질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스는 이 질문에서 벗어나 사회는 집단과 개인이 상징체계를 매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파악한다.

 

그렇다면 개인과 집단이 상징체계를 매개로 연결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라는 것을 모스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고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이때 우리가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타인과 소통하고 나 자신을 객관화 시킬수 있는 이유는 무의식의 수준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모스를 통해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무의식은 집합적 사고 그 자체이며 자신과 타인이 매개될 수 있는 공통의 영역이다. 결국 상징 체계가 곧 무의식이며 사회적 실재는 무의식 차원에서 구조화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모스의 의도를 넘어서 모스를 구조주의자로 읽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저상징체계에 대한 사회학적 이론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인 모스의 사상을더 밀어붙여서 사회의 상징적 기원을 규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토론 보다는 우선은 레비스트로스가 하고싶은 말을 정확이 파악하는 것이 우리 세미나에 대한 목표인 것 같다. 언젠가는 레비스트로스를 뛰어넘는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좀 더 세심하게 레비스트로스를 따라 가보고 싶다.

좀더 압축적으로 쓰고 싶었지만구구 절절 길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세미나와 메모에서 다룬 이야기가 많이 빠진 것도 같습니다.

댓글로 부족한 부분 채워주시길 기대하면서 ~ 이만^^

 

ps) 진행과 관련된 공유 사항...

발제자가 후기를 쓰고 다음 시간 진행과 간식을 맡기로 했습니다.  참고 하셔요~  그리고 이번시간에 슬픈 열대 발제 순서 정하도록 할께요 6회에 걸쳐서 진행할 예정이고 회당 2명씩 발제 하면 어떨까 합니다. 

댓글 10
  • 2024-03-14 12:30

    정리해주셔서 넘 좋아요~
    이번 셈나의 읽기도 생각나누기도 넘 즐겁습니다!
    저는 ‘무의식이 주관의 객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라는 것’이 참 새로웠어요. 자꾸 어디선가 봤던 기존의 무의식에 대한 생각이 뒤 섞여 여러번 들춰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 순간 젤 좋았던 구절 적어봅니다!
    -그러므로 수천개의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다양한 습속과 마주할때 ,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미 분할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셈이다. -
    이번 세미나 함께하는 친구들도 그런거겠죠???

    • 2024-03-15 08:49

      레비스트로스 선생님께서 다른 개념과 달리 무의식을 참 잘 설명해주셨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수천개의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다양한 습속과 마주할때 ,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미 분할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셈"... 우리가 인류학에 매료되는 이유겠지요?

  • 2024-03-14 14:44

    설레던 첫 수업도 끝나고 뚜버기샘의 정리 잘 된 후기를 읽어도 아직은 레비스트로스가 하려는 말이 제 나름으로 정리가 되진 않네요.
    그래도 두번째 파트 읽기는 조금 수월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어요.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을런지, 샘들을 따라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ㅎㅎ
    그래도 계속 쭈~욱 가보는 걸로!
    지난 시간 레비스트로스를 이분법적으로 오해? 했다는 르꾸샘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두번 읽으신 샘도 오해할 정도로 쉽지 않은 거겠죠.

    • 2024-03-15 08:47

      조금 수월한 부분도 있어서 읽어나갈 수 있는 거겠죠? 쭉 가봐요 우리^^

  • 2024-03-14 18:20

    저희의 '난상토론'을 요렇게나 깔금하게 정리해 주시다니요?! 후기를 읽다 보니 저절로 나머지 공부가 됩니다:)
    저는 두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상징 체계들의 총체로서 레비스트로스가 문화를 제시하며
    사례로 '언어, 혼인규칙, 경제관계, 예술, 과학, 종교'를 예로 들었는데요, '과학'이 눈에 꽂혔어요.
    대개 과학은 서구 근대에서 지식의 객관성 혹은 진리를 보증하는 메타 학문으로 얘기하는데,
    레비스트로스는 과학을 상징체계로서 '문화'에 슬쩍 끼어 넣어 놨더라구요.
    과학의 특권적 지위를 이때부터 마땅찮아했나하는ㅋㅋ

    나머지 하나는, 무의식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해석(관심)이었습니다.
    인간들 각자의 내밀한 주관적 영역인 무의식이 '상징체계'를 통해 드러난다는 설명이
    이후 그의 인류학 작업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전 그럼 '세미나 동료들간의 책임감'을 수행하러 이만 총총할게요^^

    • 2024-03-15 08:52

      예리하시네요~ 과학 슬쩍 끼워져 있다는 생각 못했는데 그러네요...

      불목을 쉬지 못하게 해드린듯 해서 죄송하고도 감사합니다^^

  • 2024-03-14 19:28

    발제하시고, 간식 챙겨오시고, 진행까지. 그러면서 기록도 하신 거예요? ㅎㅎ

    그 날의 감동은(무지하다는 것을 앎) 뚜버기의 매끄러운 진행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후기를 보면서, 다시금 구조주의에 대한 동료들의 설명과 표현도 기억에 남네요(이해한 대로 '어때'의 말로 표현해보라고 하신다면.. 네, 다시 공부하겠습니다).

    몰라도, 첫 세미나 거기에서 함께 사유함에 마음을 놓았는지, 두 번째 챕터는 느긋이 있다가, 첫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바짝 긴장했네요..

    (아 모르겠다 읽어도, 읽어도)

    • 2024-03-15 08:55

      모르겠는걸 계속 '거시기'하게 가지고 '그것'을 찾는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틈에 갑자기 의미가 형태를 갖추게 되지 않을까요? ㅎㅎ

  • 2024-03-14 23:36

    “행동을 기능에 따라 나누지 않고 총체로서 관찰”하게 해주는 개인의 역사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고, 모든 행위의 신체적, 생리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측면을 동시에 고찰하는 해석 체계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아직 한참 모르는 것 같은데 이런 말이 그냥 좋습니다. 한 사람을 만날 때 순간이지만 그 사람의 역사가 그 순간에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저한테는 비슷하게 다가와요. 후기 알차게 읽었어요. 감사해요 ^___^

    • 2024-03-15 08:57

      그렇군요... 각자의 역사가 펼쳐지고 서로 교환되는 순간들~ 쌤이 내려주신 질문들로 또 역사를 한번 펼쳐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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