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Ⅱ 마무리 발표회 후기

2023-12-1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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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에프 Ⅱ-2 마무리 발표

 

때늦은 후기의 내막을 알리고 양해를 구합니다.^^

친구들의 공부 마무리 기간이 초집중된 관계로 후기의 바통이 끊어졌다가

결국 지난주에 저에게로 넘어왔다는 사실, 그래서 꺼져가는 후기의 불꽃을 되살리고자 함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2023년 에코프로젝트Ⅱ의 두 번째 시즌은 <문명 너머를 사유하다>였습니다.

우리는 ‘그 너머’를 상상하기 위해 인류학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우리는 토토로, 작은 물방울, 느티나무, 달팽이, 곰곰, 자누리, 뚜버기, 띠우, 낮달 그리고 참입니다.

 

 

1991년 일찌감치 문명 너머의 사고를 찾아 나선 메릴린 스트래선의 <부분적인 연결들>,

16세기의 브라질, 가톨릭과 식인의 마주침의 기록들을 21세기의 눈으로 야심차게 바라본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친구,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의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 인류학자, 애나 칭의 여행기<세계끝의 버섯>으로 이어진 몇 달간의 인류학 여정,

우리는 낯선 이야기들로 오해와 당혹, 놀람과 깨달음, 혼돈과 균열의 순간들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새롭고도 오래된 생각들을 어떻게 새 그릇에 담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함께한 그 날의 연결들, 그 날의 감각들은

우리의 끝나지 않을 고민의 시작들이고 더 밀어붙이지 못한 시도들입니다.

자. 이제 그날의 감각들을 환기해봅시다...

 

 

<12월 1일 에코 프로젝트 Ⅱ의 숲>

 

낮달의 <알아차림>

토토로 곰곰의 에세이 발표

인터루드

느티나무 달팽이 참의 <공유지에 출몰하는 혼종들>

자누리 띠우 뚜버기의 에세이 발표

작은 물방울의 <추적하기>

질의응답

 

그날의 실험들은 이런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우리는 예기치 못할 또 다른 혼종 되기를 준비하기 위해 공유지의 이곳저곳에

“확장물들”(문탁의 깃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집회에 함께한 거북이, 기후정의행진에 앞장선 패치워크,

에세이, 간식, 혼종드로잉 등)을 설치했습니다. 스트래선은 멜라네시아인에게 나무와 피리, 카누와 가면등의 확장물은

행위자의 인격에 속함과 동시에 인격을 넘어선다고 말합니다.

확장물들은 인격이 만드는 “관계들”에 없어서는 안 될 신체상의 특질인 것이죠.

 

 

10시가 지나니 기다리던 갤러리들이 하나둘씩 나타납니다.

낮달님의 <알아차림> 퍼포먼스로 한분 한분 소중한 분들을 환대합니다.

발표전 이틀 동안 서울에서 부산, 다시 이곳 파지사유까지 왕복이동한 낮달님.

<알아차림>은 그분의 운반가방(르귄의 캐리어 백처럼)에서 나온 기이한 수집물들을

손의 감각만으로 알아채고, 하고 싶다면 짧은 SF까지 써보는 흥미진진 오프닝입니다.

 

 

발표자들보다 더 분주했던 갤러리들이 다소 들뜨고도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달팽이님의 안내로 세계의 가장자리에 깃든 이상한 숲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숲의 상큼 담당, 토토로님과 곰곰님의 에세이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토토로님은 세 개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서로를 품어내기도 합니다.

생태맹 탈출기는 실뜨기가 되어 잠복된 공유지-공생자 행성과 이어지기도 하고

생태일지라는 확장물로 관계를 넓히며 또 다른 이야기의 출현을 기다리게 합니다.

곰곰님의 이야기는 우리를 ‘여행보다는 무빙’으로 데려갑니다.

어디를 맛보았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라기보다는 경험이 관계를 만들어갈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사람 사이를 이동하는 사물들이 실은 무엇을 움직이고 있는지, 엄청나게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첫 번째 에세이 발표가 끝나면 반짝반짝 물방울님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들리는’ 인터루드입니다.

숲속을 걸어요-사계-칵테일 사랑으로 물고 물리는 노래는 숲과 사람의 얽힘을 만들어줄 다성음악입니다.

그 웃기고도 불편한 얽힘을 따라 <공유지에 출몰하는 혼종들>을 만나러 갑니다.

 

 

느티-달팽-참으로 이어지는 기이한 혼종들은 그야말로 서로 다른 리듬과 번역들을 그려내며

공동의 목적에 동원될 수 있는 얽힘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세계끝의 버섯>에서 애나 칭은 협업이 우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우리는 협업의 가능성을 통해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이동하는 연합체의 힘을 가진 인간 너머의 얽힘을 혼종들의 출현을 통한 열린 배치로 상상해봅니다.

 

이어지는 자누리님, 띠우님, 뚜버기님의 에세이 발표는

<부분적인 연결들>과 <세계끝의 버섯>을 둘러싼 갈등과 오해 그리고 깨달음과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띠우님은 문탁이라는 한 지붕 세 단위의 연합체가 서로의 경계 끝에서

다성의 목소리 혹은 사건으로 그 역량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후에 자누리님과 뚜버기님의 이야기에 대해 갤러리들의 매서운 질문 공세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는 카스트루에 대한 다음 공부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왜 <인류학>인가?에 대한 질문 역시 파지사유의 다음 공부와 실천에 대한 질문으로 남겨두며,

<추적하기>를 시작합니다.

 

 

작은 물방울의 추적하기는 누군가를 쫓는 것이 아닙니다.

냄새로, 손의 감촉으로 친구를 알아차리는 작업입니다.

‘다른 방식의 알아차림’으로 파지사유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커다란 안대를 한 친구들이 큼큼거리며 다른 친구들의 냄새를 맡고 손끝에 감각의 정수들을 모아 더듬어 갑니다.

그들은 차이를 가로지르며 서로를 오염시키고 서로를 향해 관점을 이동해갑니다.

우리들의 부족한 이야기들은 에세이를 보러와준 고마운 친구들을 통해 보다 구체화 됩니다.

 

스트래선은 손상이나 절단등 불안을 야기하는 감각들을 통해

오히려 지각자체를 확장시킬수 있다는 신통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애나 칭과 함께한 여행에서는 협력을 통한 변형이 생존의 또 다른 이름임을 알아차립니다.

이번 시즌의 공부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 이상한 정류장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래서 문명 너머를 그려내려는 우리들의 실험과 실천은 여기서 끝나지 않겠습니다^^

 

 

 

댓글 7
  • 2023-12-19 10:38

    오!! 이렇게 다시 보니 그날의 흐름이 다시 느껴지면서 미소가 번지네요. 감사합니다 참님!
    마지막 책 세계 끝의 버섯을 읽을 때 합류했는데 언제나처럼 풍성하고 재미난 시간이었어요. 이번 세미나.. 함께 아이디어 나눌 때가 최고로 재밌었어요. 그 과정이 이렇게 풍성하게 보여지다니, 함께하는 우리 힘을 느낍니다. 그리고 부분적인 연결들로 에세이 써주신 샘들, 깊은 고민들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또.. 포자 이미지는 인형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독특하고 귀여워서요!

    그리고 아직도 찜찜함을 가지고 계실 분이 있으려나 싶어서 '지하'상자에서 만지셨을 법한 것을 공개합니다. 참고로 거의 먹을 수 있는 것, 만져도 안전한 것으로 골랐습니다. ㅋㅋ -->
    작은것부터.. 가루는 함초가루였어요. 통후추, 표고 큐브, 옥수수 씨앗, 무말랭이, 배추도 찟어서 조금 ..ㅋㅋ 아..짜이티에 들어가는 정향과 카다멈, 레몬껍질 말린것..(냄새를 추적하실 분들께 향도 선물하고 싶었는데 몇몇 분들이 냄새를 맡으실 때 신나더라구요) 향나무조각(팔로산토)도 있었고.. 물미역 아니고 미역귀였구요(일부러 불려서 점액, 부드러움, 축축함..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호두랑 배추도 있었고 기타 사람들이 숲에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면서.. 라이타, 빗자루, 열쇠고리, 츄르, 동컵, 고구마, 조카가 짜준 목도리(조카 주장), 아기 부엉이 인형도 있었네요. 그리고 인간의 빠질 수 없는 흔적 플라스틱까지.
    뭐가 있는 줄도 모르셨는데 손을 넣으신 갤러리 샘들, 그 호기심과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느끼고 이야기하고 ~ 어느 배우 톤으로 '아름다운 세미나데이였어요'

    IMG_6693.JPG

  • 2023-12-19 16:30

    꽤 시간이 흘렀는데 어쩌면 이렇게 섬세한 후기를~써주시다니 고맙습니다^^ 협업이 든든하고 좋았어요!
    제가 맛본 게 함초였군요 짠 맛이었거든요 ㅎㅎ 눈으로 보고싶네요 ㅎ 내년에도 뭔가 엮어내요 우리!!

  • 2023-12-20 07:26

    참샘 글(후기&에세이&공지등등).
    점점 흡수력이 있네요.
    보기 좋아요^^

  • 2023-12-20 08:42

    서로를 오염시키는 장을 만들기위해
    분투한 에코세미나 원들 멋집니다^^ ㅋㅋ

    오랜만에 참여한 세미나였는데
    제가 왜 문탁을 잊지못하는지 다시금 깨우쳐준 시간이었습니다^^ 오염과 호기심이 작동하는 공간.
    먼곳에서 작은 패치가 되어 종종 연결되겠습니다

  • 2023-12-20 09:13

    참님의 후기로 파지사유에 출몰하는 혼종들의 패치를 새삼 떠올려봅니다~
    그 속에 참여할 수 있다니 전 참 운이 좋네요
    함께여서 가능한 것들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요상한 것들
    그 모두를 잘 알아차리기
    문명너머를 사유하기
    계속해야겠지요

  • 2023-12-20 14:16

    음하하하하
    내년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합께 한 분들이 보여주신
    생동감에 감동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2024에코팀의 기획이 너무나 기대됩니다ㅎㅎㅎ

  • 2023-12-21 01:58

    몸을 잘쓰는 사람들이란걸 체감한 한해였네요. 혼종을 넘어 잡종이 되고픈 분들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소올솔 피어 오릅니다 ㅎㅎㅎ
    새로운 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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