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빈의 손] 조용히 작업 중...

초빈
2023-04-07 00:04
354

 띠우쌤으로부터 월든 게시판에 제 월든 작업 근황을 종종 공유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올려도 된다기에 '오늘이 이거 작업했어요ㅎㅎ'하고 사진과 함께 아주 가볍게 올릴 생각이었는데...! 띠우쌤이 '초빈이 직접 전하는 월든의 일상! 곧 찾아옵니다~' 하는 글 올리신 거 보고 뜨헉... 기대해주시는 댓글들(감사합니다)을 보니 더욱 뭔갈 써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마치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같은 낭만적인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월든 출근하는 날 버스 창가에 그린 그림

 

 마침 이번주 수요일(제 작업일)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는 비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걸 참 싫어하는데 왠지 이번 비는 반갑고, 축축한 공기와 비에 바짓단이 젖는 감각도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지네요. 최근 들어 월든 근무하는 날은 좀 일찍 나와서 문탁에서 같이 밥 먹고 있는데, 밥 먹을 때 기왕이면 창가 보이는 자리에 앉을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비 내리는 게 보이는 창가의 느낌이 참 좋아요. 월든 작업방 창문은 위에 지붕이 있는지 비 내리는 게 안 보이더라구요 아쉽... 

 

달팽이쌤의 바지 수선

 

 월든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작업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이 줄어서 거의 바람쌤과 단둘이 일하더니 바람쌤마저 사라지셔서 요즘은 계속 혼자 작업하고 있네요.(체감상 1년동안 혼자 일한 기분...) 좀 외롭쓸쓸하지만 한편 혼자 고요하게 일하는 시간도 좋아해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다만 코박고 안쉬고 너무 열심히 일하다보면 집 갈 때쯤 힘들어서 방전되는 문제가 있어요..) 주로 혼자 일할 때는 생각에 자주 잠기게 되는 것 같아요. 어제의 고민은 '냉소의 태도가 위험한 이유는 무엇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본인이 고통스러워지 때문인 것 같다... 근데 한편으론 냉소의 가치는 없을까? 냉소의 미학은 없을까?'였네요. 궁금해서 챗GPT(인공지능)한테도 물어봤더니 꽤 재밌는 대답을 해주네요...(뭔 대답이 나왔는지 궁금하신 분은^^ 오다가다 월든에 있는 저한테 말 걸어주세요 심심...)

 

 대체로 고요한 월든이지만 최근에는 낮달(아낫)쌤과 봉옥쌤이 자주 토킹 메이트?가 되어주셔서 나름 재밌게 작업하고 있어요!

 

낮달쌤이 찍어 준 나

 

 낮달 쌤과의 만남은 참 인상적이에요. 언제는 월든에 수선을 맡기셨는데 작업물을 받아보시고는 무려! 카톡으로 감사인사를 남겨주셨어요...! 월든에서 항상 일하면서도 만드는 것들이 어디로 어떻게 가나를 잘 모르고 살았는데 누군가의 후기를 듣는다는 게 기쁘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두번째 만남?쯤에 하신 질문. "샘은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 뭘 믿으세요?" 충격... 거의 초면에 이런 질문해주는 사람 흔치 않은데!를 외치면서 속으로 너무 반가웠어요(취향저격) 저는 일상적으로 다양한 주제로 논의하는 걸 좋아하는데 문탁 세미나 아니면 이런 이야기의 장이 많이 없어서 쪼곰 쓸쓸했거든요. 아무튼 월든에 오셔서 종종 작업을 도와주심서 같이 재밌는 이야기들 많이 해주셔서 즐거와요^^

 

 봉옥쌤은 근 몇 달간 장애인복지재단에서 턱밭이 만드는 일감을 잔뜩 받아오셔서 같이 열심히 자르고 박고 하고 있어요. 문탁의 대량생산 탑1이 노라쌤이라면 탑2는 봉옥쌤께 드리고 싶군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큰 박스 한가득 작업할 게 또 생겼어요... ㅋㅋ 그래도 대량생산의 리듬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나름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필통 이제까지 100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볼 때마다 질리지 않냐고 묻거든요. 사실 그렇게 안 질린 거 같아요... 만들라면 스무...개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행주도 꽤 많이 만들었는데 최근에 또 만들고 싶어졌어요(시원한 직선박기의 쾌감...) 근데 재고가 좀 많더라구요... 노라쌤(대량생산왕이자 판매왕), 저 행주 만들고 싶으니까 빨리 팔아주세요...!ㅋㅋ

 

자누리 비누 포장용 파우치 만들기

 

 ...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소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봤습니다... 앞으로도 이럴 거 같으니 그러러니 하고 읽어주세요^^

댓글 8
  • 2023-04-07 09:44

    우리 월든의 기술자!
    파지사유의 기술자!

    초빈이가 있어서 넘 좋아요!
    뭐든지 뚝딱뚝딱 다 만들고 고칠수 있어요!

    초빈이에게 신나는 일이 많이 생기는 봄이 되길 바래요 ㅋㅋ

  • 2023-04-07 16:29

    초빈이랑 가까운 공간에 있을때가 많았는데 얘기를 그다지 나눠보질 못했군요.
    너무 차분하게 작업 중이라 방해되는 줄로만 알고^^;;;
    이젠 슬쩍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내가 괜히 말 걸면 당황하지 마요. ㅋ

    아! 글 재밌어요. 요즘 젊은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예요.ㅎㅎ

  • 2023-04-07 16:49

    낮달샘이 찍어준 사진, 좋네요!!
    글구 노라샘, 분발해주세요. 초빈이가 만들고 싶은 행주 실컷 만들게 해주세요.ㅎㅎㅎ
    글을 통해 초빈이의 세계와 연결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 2023-04-07 17:12

    와~ 초빈 웃는 모습에 나도 따라 웃네요
    월든의 활동을 글로 만나니 새롭기도 하고.. 좋아좋아!!

  • 2023-04-07 22:31

    짐작은 했지만 초빈이가 글을 잘 쓰는구나!
    초빈이한테 핸드폰 케이스 주문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 2023-04-10 09:29

    오~~ 초빈^^ 좋네요^^ 제가 부탁한 미션....우리 함께 잘~ 해서 그걸로도 한 꼭지 쓰삼^^ ㅋㅋ

  • 2023-04-10 16:44

    냉소에 대한 질문에 챗gpt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누군가 질문했나요?? 궁금
    초빈의 꼼꼼한 작업솜씨는 이미 모두 알고계시죠?
    뭔가 새로운 일감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초빈에게 필요한 것 주문하셔요~~

  • 2023-04-11 07:24

    초빈이 코로나 초반에 만들어준 천마스크는 내 최애마스크인데 ~~
    초빈의 작업날이 수욜이었군요^^ 일감들고 찿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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