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17차 후기

토토로
2024-04-10 10:25
102

3장에서 스티븐은 사창가를 드나들며 성적 욕구를 발산하였다. 몽상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사창가를 찾아갔으며 자주 자위행위를 하였다. 아일랜드의 스티븐은 한국 나이로 치자면 고등학교 2학년 정도. 격동의 나이.  때론 자만심과 허영심에, 때론 자기 연민에, 때론 냉소에 휩싸이며 스티븐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우수한 성적과 글쓰는 재주로 인정을 받으면서 세상 우쭐한 마음으로 동급생들을 바라보게 된다.

애어른 처럼 행동하는 스티븐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살짝 순진한 구석도 있고, 감정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춘기 남자애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정에서 지옥에 대한 어마무시한 설교를 듣고 난 뒤 두려움과 수치심, 죄책감에 빠지게 된 스티븐은 고해실에 들어가 윤락가를 드나든 자신의 행동을 고백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죄사함을 받는다.

 

4장은 죄사함 받아 거듭난 스티븐이 얼마나 종교적인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지 서술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정념이 가득했던 스티븐은 사라지고 갑자기 기도와 예배로 하루 일과를 꽉 채우는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난다. 자신의 죄는 용서를 받았으므로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는 연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신부님 설교말씀에 의심을 품지도 않는다. 예전에 신부님의 이중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포착해내 냉소를 날리고, 성경에서 오류를 찾아내어 썩소를 짓던 스티븐은 사라지고, 오직 성령충만, 불신지옥, 순종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사춘기 시절의 생기는 싹 사라지고, 갑자기 구도자가 된 스티븐의 모습은 사실....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생기롭지가 않다. 윤슬샘 말마따나 스티븐 답지 않다!

 

 

오감(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억제해가며 수행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은 짠하기 까지 하다. 스티븐은 오감이 발달한 예민한 사람 아니었던가, 쾌쾌한 화장실 냄새,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살짝 스치는 아이린의 손가락 터치 하나 만으로도 오만 가지 것들을 생각해내던 아이 아니었던가. 그런 사람이 몸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자유로운 욕망을 마비시키려 애쓰고, 날마다 무릎 꿇고 기도에 매진하며 월화수목금토일 성령충만 이라니!

<더블린 사람들>에서 그렇게 비판했던 마비된( paralyzed ) 사람들 중 하나가 되다니!

 

In order to mortify the sense of sight~

To mortify his hearing~

To Mortify his smell~

To mortify the taste~

The mortification of touch~

 

 

자기 타고난 천성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은 병이 난다고 한다.  병이 나으려면 자기 천성대로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리고 어울리지도 않는 극단적인 수행은 결국 탈이 나게 마련인 법이다.

고로....

이쯤에서 나는 천성적으로 자유롭고, 시니컬하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스티븐이 금욕적인 종교의 삶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곧 깨닫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제발 예전의 까칠하고, 예민하고, 호기심 많았던 스티븐으로 빨리 돌아가줬음 좋겠다.

과연 그는 어떻게 종교의 늪을 벗어나게 될런지......어떤 계기로 Epiphany를 느끼게 될런지...

 

 

 

댓글 5
  • 2024-04-13 22:49

    피정이란 종교적 이미지는 정말이지 심리적으로 교묘하게 짜여진 고문실 같아요. 위압적이고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죄와 벌에 대한 공포로 마비돼 고해성사실에서 나오자 갑자기 은혜 충만해져 삶이 그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지 알지못했다니... 행복의 감정마저 왜곡한 채 이렇게 길들어져가는구나... 나는 어떤 허영에 길들어져 행복을 쫓고 있나 생각이 많아지네요.

    마비된 스티븐이 어떤 계기로 다시 태어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2024-04-14 15:36

    내가 아는 피정은 불교의 명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종교적 성격만 빼면, 번잡한 곳을 피해 조용히 묵상하고 성찰하는 곳이죠.
    그 시절 어린나이에 사창가의 경험은 뭔가 죄의식 같은 감정을 들게 할만한 사건이었고
    죄는 누구나 피할수 없지만,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차이라서
    대충 자신의 죄에 변명하며 계속 합리화 하는 것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넘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 죄의식을 통과하고 다시 바라봤을 때의 스티븐이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 2024-04-17 08:58

    저는 소설의 피정을 말씀드린거였어요^^

    고해성사실 장면에서도 가장 큰 죄로 보는 것이 순결을 잃은 죄였는데요.
    스티븐이 순결을 잃었다고 고백하자 신부의 첫 질문이 '혼자서 였나요?'였는데요 카톨릭에서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성적욕망을 부정하면서 죄의식을 심어놓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남성으로서의 육체가 절정에 이르렀는데 성욕 없는 아이처럼 살아가기를 강요하면서 자위행위조차 못하게 막잖아요. 사회가 이미 성숙한 남녀를 미성년으로 규정하며 섹스를 금지할수록 사창가는 음지에서 더 만연하거든요.이런 억압된 구조에서 스티븐이 사창가를 찾은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함께 보여요. 스티븐이 겪은 '태아'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성적 쾌락을 상상한것만으로 죄의식에 휩싸여 자신의 육체가 수치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정적 계기가 됐구요. 육체의 본능을 죄로 인식하는 순간 인간이 마비되기 시작하는 것을 스티븐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스티븐에게 피정과 고해성사는 자연스런 육체의 본능을 죄로 누명을 씌우고 지옥의 잔혹한 벌로 옴짝달싹 못하게 공포에 갇혀 정신적 고문을 가하는 행위처럼 보였어요. 이 두려움에 결국 스티븐은 죄가 아닌 죄를 회개하고 자신의 육체를 마비시키는데 열정을 쏟고 있어요. ('분별없는 열정은 표류하는 배와 같다'고 한 조이스의 아포리즘이 이 장면에서도 적용되네요.)

    3장에서 스티븐이 죄를 회개하는 장면은 건강한 종교에서 행하는 남을 미워하거나 해친 죄를 참회하며 거듭나는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여요.

  • 2024-04-19 20:39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요?
    어떤 억압적 강요가, 어떤 종교적 수행이, 극한으로 몰고가는 고행이 결코 자유롭게 하지는 않을꺼 같아요
    이제 고행은 그만두고, 스티븐답게!
    저도 스티븐의 각성을 기대해봅니다~

  • 2024-04-21 23:23

    '육체의 본능을 죄로 인식하는 순간 인간은 마비되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우리는 순결 이데올로기에 갇혀 사실상 마비와 폭력 그 어디쯤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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